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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임용 감축에 항의하는 교대생들
교원임용 감축에 항의하는 교대생들 ⓒ 전교조
무엇보다도 공교육 붕괴의 원인은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에 있다.. 다음으로는 교육주체의 하나인 교사들의 자기발전을 위한 노력의 미흡, 사회의 요구와 교육가치의 불일치, 7차 교육과정의 편법운영과 악용, 부적절한 입시제도, 컴퓨터와 같은 첨단제품의 교육과의 부조화, 학교와 교육체제 발전의 지체(遲滯) 등등 공교육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들은 다양하다.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의 예는 무수히 많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대학 정원감축과 교원임용 감축만 보더라도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을 쉽게 엿볼 수가 있다. 한 나라의 교육정책이 이렇게 근시안적이고 무계획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1998년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나이 많은 교사 한 명이 그만두면 젊은 교사 3명을 고용할 수 있다"면서 시작한 교원정책은 2만 여명의 명예퇴직 교원을 만들어냈다. 곧바로 초등교사 부족사태로 이어지면서 퇴직한 교사들이 '퇴직교사 기간제교사 임용방안(초빙교사제도)'을 통해 정규직 교사로 재임용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심지어는 오래 전에 그만둔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다시 교실로 불러들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교육이 취미생활도 아니고 노인취업대상도 아닌데 환갑을 앞둔 사람들이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초등교사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영어와 예체능 전담교사제를 도입하여 교원부족을 해소하려 했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초등교육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절대로 담임을 맡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초등교사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교육부는 전담교사제를 밀어 붙였다.

한치 앞을 못 보는 교육정책, 교대생 미발령 사태 원인

초등교원 연도별 임용 현황
초등교원 연도별 임용 현황 ⓒ 교육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은 어떤가? 많은 광역교육청이 이들 전담교사들에게 담임을 맡기면서 전담교사제는 형식적인 운용에 그치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런 편법과 무계획성이 대단히 못마땅할 것이다. 초등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교사들도 교육방법이나 내용 때문에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하는데 초등교육의 경험이 전혀 없거나 교육을 받지 않은 교사들은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있었던 사례하나 중 하나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동료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담임은 젊은 여자 교사다. 그래서 부모는 젊은 여선생님이라 기대도 컸고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소 엉뚱했다.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치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학생에게 대신 풀도록 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잘 하기 때문이라고 속으로 기분이 좋았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의 학습의욕이 현저하게 떨어져 알아본 결과 그 선생님은 바로 예체능전담교사였다는 것.

교육부에서는 처음 전담교사를 뽑을 때 담임을 절대로 맡기지 않는다고 천명했지만 지금은 그 약속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예체능전담교사나 영어전담교사가 이와 같은 예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두 명이라도 그러한 교사가 있다면 그런 일을 당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정책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정책은 급기야 교육대학의 신입생 감축이라는 방침까지로 이어지고 말았다. 5년 전, 2000년에 부족한 초등교원을 확보하고, 중등교원의 임용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교대 편입학생을 교대입학정원의 5%에서 10%까지 확대했고, 교대 신입생 정원도 10%나 증원했다.

남아도는 중등교원으로 초등교원의 부족을 때우려는 임기응변식 처방이었다. 이러다 보니 5년 후의 유아출산의 감소와 취학 학생의 감소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남아도는 교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결국 교대 신입생의 감원과 교대 편입생의 미발령 사태가 교육계의 커다란 이슈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로 교육정책의 안이한 대처와 무계획성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공교육 붕괴 진원지인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의 예는 교육정책에서는 일반화된 지 오래 되었뿐만 아니라 비일비재하다. 대학 정원의 과도한 증원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교육 과잉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실업계 고교의 대학진학률이 67.6%(교육인적자원부·한국교육개발원, 2005 교육통계연보)에 달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입학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현상은 우리 고등교육정책의 무계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겸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도 못되는 8개월에 불과하다. 장관 중 제일 짧은 재임기간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의 수장은 1년도 못되는 현실이 바로 우리교육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이 공교육의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이나 행정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믿을수록 배신만 당하는 꼴이다. 그래서 공교육의 위기는 예견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의 교육정책이 조삼모사와 임기응변식의 편법으로 시행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관되고 합리적인 교육정책과 행정의 수립과 실행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의 근시안적인 정책과 행정이 학부모의 불신을 받고 있을 때 아무리 올바르고 장기적인 교육정책이나 행정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이러한 교육행정의 혼선과 무계획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담당자들의 밀실행정과 단선적인 정책입안 과정을 투명하고 원칙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이해관계를 떠나 학생과 교육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책과 행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입장에서 교육문제와 교육정책을 바라보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나 행정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커다란 문제만을 야기할 것이다. 교육문제는 교육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나치게 경제적인 입장이나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공교육 붕괴의 첫 번째 원인은 바로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정책의 혼선과 무계획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은 바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정책입안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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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교육개혁과 동떨어진 학교와 교사에 대한 비판,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 수능에 휘둘리는 교육현장과 입시제도의 문제점,학생과 사회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 교육 등 4차례 더 기사를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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