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우리집, 그러나 몇 번의 고침 과정을 거쳐야 했다.
ⓒ 정판수
집을 지으려 하자 경험자들은 집을 한 채 짓게 되면 인생과 사회에 대해 많은 걸 배우게 된다고 했다. 이제 와 그 말이 어찌 그리 실감나는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많이 배운 건 분명하다. 1년 하고도 5개월이 더 지났지만 우리집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까.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한 업자에게 맡기지 못하고 여러 사람에게 맡겼다. 이유는 공사 기간이 반 년 가까이 되다보니, 이 일 맡길 때와 저 일 맡길 때 업자가 달라진 것이다. 땅의 한쪽이 꺼져 있어 흙으로 채우는 일, 언덕 아래쪽과 옆 개울 쪽에 석축 쌓는 일, 순수하게 집만 짓는 일, 잔디 심는 일, 한 달 전쯤엔 심야전기보일러 설치하는 일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사람됨에 대하여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이는 일은 꼼꼼하게 해주지만 너무 돈을 욕심내고, 어떤 이는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일처리가 깔끔하지 못하여 이중으로 돈을 들게 만들고, 또 어떤 이는 집의 건강함보다 자기 일의 수월함 측면에서 일을 하고….

그러기에 주인 입장에서 다 만족스러운 일꾼을 없었다. 마찬가지로 업자 입장에서 주인인 우리가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참의 부족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너무 심하게 간섭한다고 여겼을지 모르고, 비용을 너무 깎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기에….

태풍에 아무 탈 없는 주택은 없다?

▲ 토압에 밀려 나온 석축
ⓒ 정판수
그러나 이런 면보다 단단하지 못한, 즉 꼼꼼하지 못한 일처리가 불만이었다. 가장 먼저 나타난 문제점은 석축에서였다. 비가 오면서 토압(흙의 압력)에 밀려 쌓은 돌이 좀 삐져나온 것이다. 그냥 놔두면 더 튀어나올까 하여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건 자기들이 잘못 쌓아서가 아니라 뒤에 집 짓는 공사 맡은 쪽에서 레미콘 같은 중장비를 오르내리게 하다 보니 그걸 견디지 못하고 삐져나온 것이라고. 집 짓는 이들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원래 돌을 부실하게 쌓았기 때문이라나.

두 번째는 작년 태풍 나비가 온 뒤에 지붕에서 비가 샌 일이다. 이번엔 집 지은 이들에게 전화를 했다. 대답은 "태풍에 아무 탈 없는 주택이 어디 있겠습니까?"였다. 어이가 없었다. 하도 열이 올라 언성을 높였다.

저쪽에서 날이 개면 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헌데 어찌된 까닭인지 수리한 뒤에도 또 샜다. 세 번째던가 수리한 뒤에도 또 새자, 이번엔 지붕에 깔판(정확한 이름이 생각 안 남)을 새로 깔아야 한다나. 그래서 무료로 해주겠지 했는데 웬걸, 비용이 너무 들어 안 된다나. 결국 실랑이 뒤에 재료비만 우리가 부담하기로 했다.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그들도' 배웠으면...

▲ 태풍에 따라온 비에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다
ⓒ 정판수
다음으로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하면서 또 문제가 생겼다. 설치 뒤 번번이 전기차단기가 내려갔다. 선 연결이 잘못 됐거나 누전된 게 분명했다. 전화를 했다. 대답은 "그럴 리 없는데 …"였다.

역시 고치려 왔는데 처음 설치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보더니 먼저 설치한 사람을 욕했다. "아니 배선도 모르는 초보가 일을 했네"였다. 그러나 가고 난 뒤 차단기는 다시 내려가지 않았으나 온수통에서 물이 조금씩 배어나왔다.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조임이 느슨했던가 보다 하면서 나중에 그 근처 갈 일 있으면 들르겠다고 했다.

소설가 이범선님이 쓴 '도편수의 긍지'란 수필이 있다. 한 도편수(우두머리 목수)가 자기가 지은 집을 8년이 지난 뒤 우연히 지나게 되었다. 바로 그 집에 들어가선 자신이 집을 지은 이라고 밝히고는 이내 추가 드리워진 실을 기둥에 대고 검사한 뒤, "그럼 그렇지! 끄떡할 리가 있나?"라고 하면서 만족한 웃음을 띠고 기둥을 슬슬 쓸어 보더라는 게 줄거리다.

이 이야기 말고도 우리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예로 든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우리 선조들은 자기가 만든 것에 책임을 졌다. 자기가 만든 집은 비록 남이 살게 되지만 자신의 혼이 담겨 있고, 자존심이 담겨 있고, 긍지가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하나 만들 때도 최선을 다했다. 마무리도 깔끔했다. 해서 뒤에 다시 손 댈 일 없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