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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친구라 전화도 뜸한 편이었다.

“야, 네 글이 꽤나 인기 있더라.”

기분 좋았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내 글이 보수적인 친구의 눈에 띌 정도라면 ….

그런데…? 아니었다. 네이버에서 봤다는 거였다. 그가 다른 친구에게서 어딘가 내 글이 연재돼 있다 하여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네이버 최신뉴스’에 온통 내가 쓴 글로 도배돼 있더란 것. 그런데 친구의 목소리에는 칭찬보다 안쓰러움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인가 하여 대뜸 찾아보았다. 사실이었다.

친구가 왜 칭찬보다 걱정 어린 말투였는지 이해되었다. 이곳에 발표한 적 있는 ‘풍산개 새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라는 글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곳에서는 고작 댓글이 세 개밖에 안 붙었는데 그곳에서는 무려 130개였다. 그것도 한 달이 더 지난 어제 날짜로 달린 댓글까지 있었으니….

▲ 130개의 댓글이 달린 기사
ⓒ 정판수

나중에 알았지만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은 ‘네이버’등에도 실린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이곳에서 읽은 사람은 5342명이지만 다른 곳에도 실렸으니 읽은 이가 이 수치보다 훨씬 많았으리라는 것.

그런데, 댓글들이 칭찬 일색이 아니라 비판이나 비난이나 심지어 욕에 가까운 내용도 많았다. 비교하지 않았지만 부정적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보다 많을 것이다. 이럴 수가! 내가 쓰는 글은 일기 형태라 그 날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아 그것들이 하도 귀여워서 올렸을 뿐인데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비난의 화살은 내용보다 대부분 제목에 향해져 있었다. 바로 ‘풍산개 새끼들은 무럭무럭’에. 그러니 ‘풍산개 새끼’라고 읽으면 될 걸 ‘풍산 개새끼’로 고쳐읽고서는 비난하고. 그러나 이 비난에 항의할 말은 없다. 띄어쓰기의 혼동으로 하여 문제를 야기시킨 것 자체가 잘못이므로.

▲ 태어났을 때보다 훌쩍 커버린 강아지들. 왼쪽은 코가 검은 일남이(수컷), 가운데는 깜순이, 오른쪽은 코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삼순이
ⓒ 정판수

그런데, 비난의 글 중엔 심지어 이런 내용도 있었다.

“역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개도 빨갱이로 키우는구나 - 좌파들의 천국 이 정권 끝나고 자유민주주의의 심판 받으면 뭐해서 먹고 살래? 하긴 그동안 선동질 한 공로가 있으니 월북해서 훈장 받고 기쁨조 한두 명 하사받아서 그 추앙해 마지않는 장군님 품에서 영생하면 되겠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실었다고 하여 빨갱이 취급받는 거야 그 사람들 시각이니까 굳이 답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 죄 없는 우리 강아지들조차 졸지에 빨갱이가 되다니.

▲ 제법 컸다고 사료도 먹지만 역시 아직은 엄마젖이 최고. 그런데 깜순이는 다른 곳에 있느라 합류하지 못했어요
ⓒ 정판수

글을 씀에 있어서 낱말 사용 하나하나가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음은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막상 내가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강산이가 낳은 새끼들을 가리킬 때는 ‘풍산개 새끼’가 아니라 ‘풍산개 강아지’라고 써야겠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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