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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장희용
"응애, 응애~."

울면서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다른 아이들보다 작은 2.8㎏으로 태어났기에 유독 작아보이던 아기가 이렇게 쑥 커서 벌써 6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어찌나 까부는지, 고집도 세고 욕심도 많습니다. 그래도 가끔씩은 동생도 잘 챙기고 제법 의젓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속깊은 얘기도 하는지라 '녀석, 많이 컸구나!'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녀석이 그럴 때마다 아내와 저는 잘하는 것은 서로 자기 닮아서 그런 것이라며 티격태격(?)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녀석의 동생인 태민이가 말을 배우면서 종알종알 대는지라 그 말투가 귀여워서 동생을 예뻐했더니 "아빠는 매일 매일 태민이하고만 논다"며 심통을 부린답니다.

ⓒ 장희용
ⓒ 장희용
까불쟁이 녀석이 9월 8일 6살 생일이랍니다. 언제 저리 컸는지….
까불쟁이 녀석이 9월 8일 6살 생일이랍니다. 언제 저리 컸는지…. ⓒ 장희용
그 심통이라는 게 치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자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데, 엄마가 읽는 날은 내용이 짧은 책을 조금만 가져오면서 아빠가 읽어주는 날에는 일부러 내용이 긴 책을 낑낑대며 제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들고 옵니다.

더구나 엄마가 읽어줄 때는 졸리면 듣다가도 잠을 자면서도 제가 읽을 때는 끝까지 안 자고 버티면서 그 책 다 읽어달라고 떼를 씁니다. 다 읽으려면 40분 정도 걸린답니다. 읽다가 지쳐서 제가 슬그머니 책장을 두 장 넘기거나 줄거리를 빼먹고 읽어주면 용케도 알아채고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읽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요.

잠이 들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던 녀석은 책을 다 읽자마자 1분도 안 돼서 잠나라에 빠집니다. 이불을 덮어주고 잠든 녀석의 얼굴을 보면 그리 사랑스럽고 예쁠 수가 없습니다. 잠든 녀석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의 그 행복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답니다.

처음 유치원 가던 날, 아내와 밤을 지새우고

생각해 보면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아빠가 되고, 녀석이 6살이 되기까지 참 재미있었던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하고 "아빠!"하고 말을 배우고, 쫑쫑쫑쫑 뛰어다니던 모습을 보면 참 귀여웠습니다.

그렇게 조그맣던 아이가 5살이 되어 엄마 아빠 품을 떠나 유치원에 처음 가던 날, '이 녀석이 잘할 수 있을까?' 밀려오는 불안한 마음에 아내와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날도 생각이 납니다. 녀석은 아빠 엄마의 불안함을 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명랑한 유치원 생활로 씻어주었지요.

ⓒ 장희용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으니 아빠인 저로서는 녀석이 참 고맙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자라 주었으니 아빠인 저로서는 녀석이 참 고맙습니다. ⓒ 장희용
녀석은 크게 아픈 적도 없습니다. 딱 한 번 장염으로 병원에 1주일간 입원한 것 빼고는 아픈 것으로 이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 목 디스크 통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서는 늘 그것이 걱정이십니다. 제가 불효하는 거지요. 그러니 녀석은 이 아빠에게 효녀인 셈입니다.

식성도 그리 까탈스러운 편은 아닙니다. 김치도 잘 먹고, 당근도 잘 먹고, 깻잎도 잘 먹고, 콩도 잘 먹고,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도 잘 먹습니다. 단, 파는 안 먹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먹을 건 아니지요. 그동안 기사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놀이를 통한 변화의 힘입니다.

잠도 잘 잡니다. 자기 전에 책 읽어주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침까지 쿨쿨~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자지요. 시골에 가면 이런 녀석을 보고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는 "밥 잘 먹고 잠 잘 자니 니들은 애들 거저로 키우는 거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말씀대로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녀석. 6살이 되기까지 건강하게 잘 컸으니 아빠인 저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건강하게 커줘서 고맙구나, 앞으로도 신나게 놀자꾸나

ⓒ 장희용
아빠하고 노는 것이 제일 좋다는 '놀아줘 대마왕' 우리 딸. 아빠도 너하고 노는 것이 제일 좋단다.
아빠하고 노는 것이 제일 좋다는 '놀아줘 대마왕' 우리 딸. 아빠도 너하고 노는 것이 제일 좋단다. ⓒ 장희용
녀석은 아빠를 참 좋아합니다. 제가 애들하고 잘 놀아주는 편이거든요. 저도 녀석하고 노는 게 재밌습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하면서도 놀아달라고 하는 녀석, 눈 뜨자마자 "아빠 놀아줘!"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녀석, 퇴근 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는 아빠가 오자마자 놀이터 가자고 조르던 녀석입니다.

요즘은 해가 짧아져서 일찍 어두워지는 탓에 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예 놀이터에서 저를 기다립니다. 어떤 때는 피곤해서인지 다소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놀 때 해맑게 웃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피곤함이 풀리니, 제가 녀석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녀석이 저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는 셈이지요.

어제는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녀석이 요즘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아빠한테 서운한 게 있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녀석은 역시나 '놀아줘 대마왕'답게 아빠하고 노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서운한 것도 있었는데, 지난번에 동생만 안아주었을 때 서운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녀석을 번쩍 안아 빙그르 돌려주었습니다. 그리도 좋을까요. 녀석의 웃는 얼굴이 보름달보다 더 환했습니다. 녀석과 간지럼 장난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치하고 밥 잘 먹고, 그날은 아빠가 좋다며 책 4권만 읽고 잤습니다. 내용 짧은 걸로.

ⓒ 장희용
10달 동안 녀석을 소중히 보듬어 안아주었고, 녀석의 울음소리가 세상에 나오던 6년 전 오늘, 많이도 힘들어했던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10달 동안 녀석을 소중히 보듬어 안아주었고, 녀석의 울음소리가 세상에 나오던 6년 전 오늘, 많이도 힘들어했던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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