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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변함없이 이 아빠하고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변함없이 이 아빠하고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 장희용
헉! 그런데 이를 어쩌나? 둘째 태민이 녀석까지 새벽에 일어나 아빠를 깨우며 ‘아빠 일어나. 아빠 놀아줘!’를 외친다. 두 번째 놀아줘 대마왕의 탄생이다.
헉! 그런데 이를 어쩌나? 둘째 태민이 녀석까지 새벽에 일어나 아빠를 깨우며 ‘아빠 일어나. 아빠 놀아줘!’를 외친다. 두 번째 놀아줘 대마왕의 탄생이다. ⓒ 장희용
아침에 잠이 깰 듯 말 듯한 상태로 누워 있는데 자꾸만 얼굴이 간지럽다. 콧바람 같은 것이 얼굴을 살살 자극하는 듯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규칙적으로 간지럼을 느끼니 '뭐야?'하면서 눈을 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헉! 둘째 태민이 녀석이 나와는 반대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콧바람을 퐁퐁 품어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눈 동그랗게 뜨고는 시계를 보니 6시 20분, '어휴 또 일찍 일어났군!' 나는 둘째 녀석을 똑바로 눕히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요 녀석이 아빠 배 위로 주섬주섬 올라와서는 또다시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대고 콧바람을 퐁퐁 품어댄다. 영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눈을 뜨고는 "좀 더 자, 알았지?"했더니 요 녀석이 대뜸 하는 말 "아빠 일어나. 아빠 놀아줘"하는 것이다.

또다시 헉! '뭐시라, 놀아달라고?' 어디서 많이 들던 말이다.

그러니까 '놀아줘 대마왕'인 우리 딸 세린이가 5살 때 정확히 말하면 2005년 5월 13일 새벽 5시 30분, 전날 술을 먹어 그 시간까지도 다소 정신이 없던 내 얼굴 옆에 바짝 누워서는 나에게 했던 말이 "아빠 일어나. 아빠 놀아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인 2006년 9월 30일 이른 아침인 6시 20분에 똑같은 말을 둘째 녀석이 한 것이다. 어쩌면 그 때하고 똑같을까?

순간 참 신기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한 녀석도 모자라서 이제 두 녀석이나 '놀아줘 대마왕'이 되어서 놀아달라고 새벽부터 아빠를 깨우니...

무조건 누나 따라하던 둘째 녀석, 역시나 '놀아줘 대마왕' 되다

이게 다 둘째가 갖는 '따라쟁이' 학습능력 탓이다. 둘째 녀석은 뭐든지 누나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누나가 춤추면 따라 추고, 누나가 운동화 신으면 자기도 운동화 신고, 누나가 책 읽으면 책 읽고, 누나가 인사 하면 자기도 인사하고, 누나가 자전거 타면 자기도 자전거 타고, 누나가 하는 말과 하는 행동 모두를 그대로 따라한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요즘 세린이에게 동생에게 모범을 보이는 행동과 예쁜 말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우리 딸이 약간 피곤하긴 하지만. 아무튼 세린이를 통해 둘째 녀석의 좋은 습관을 길러 주려고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따라하라는 것은 통 진도가 안 나가고 엉뚱하게도 공포의 '놀아줘!'를 학습해 '놀아줘 대마왕'이 두 놈이나 됐으니 앞으로 이 험난함을 어찌 헤쳐 나간단 말인가?

ⓒ 장희용
ⓒ 장희용
따라쟁이 둘째 녀석. 누나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래도 따라한다. 근데, 으~ 놀아줘 대마왕을 따라할 줄이야!
따라쟁이 둘째 녀석. 누나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래도 따라한다. 근데, 으~ 놀아줘 대마왕을 따라할 줄이야! ⓒ 장희용
뭐 사실 애들하고 노는 것을 나 자신도 좋아하고 아빠하고 노는 것이 성장기 아이들한테 좋다는 것도 알고, 그동안 워낙 놀아주는 것에 단련이 되다보니 놀아주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두 녀석이 함께 놀아달라고 하는 경우다. 자칫하면 실컷 놀아주고도 놀아 준 것에 대한 인기 상승은 고사하고 본전도 못 건진지는 수가 있다.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 앞으로 그렇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하겠다.

일례로 동생하고 놀면 세린이 녀석이 '아빠는 매일 태민이하고만 놀아' 그러면서 삐치기 일쑤다. 좀 더 속상하면 침대에 엎드려 펑펑 울어댄다. 나는 무릎 위에서 놀던 둘째 녀석을 내려놓고 "그게 아니고 아직 애기니까 잠깐 놀아준 것"이라면서 녀석의 속상함이 풀릴 때까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주절주절 읊어야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둘째 녀석이 가만히 보고 있느냐, 결코 아니다. 뒤따라 와서는 내 옷자락을 끌어당기면서 나가 놀자고 보챈다. 또한 달래기 위해 내 무릎에 앉힌 누나를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끌어 내리려 하고 그 동생의 행동을 누나는 자기가 3살 많다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힘을 동원해 밀쳐 내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둘째 녀석도 억울함에 역시 펑펑 울어댄다.

그러면 둘째 녀석이 울면서 하는 말 "아빠 미워!".

나는 둘째 녀석의 울음과 '아빠 미워'라는 말에 안쓰러워 세린이를 내려놓고 녀석을 다시 앉힌다. 어떻게 되냐고? 이번에는 세린이 녀석이 '아빠 미워!'하면서 이 아빠의 가슴을 마구마구 때린다.

ⓒ 장희용
놀아줘 대마왕들인 두 녀석과의 놀이에서 균형을 잃으면 이렇게 바로 속상함에 펑펑 울음을...이쪽저쪽 오가며 두 녀석과 놀아주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놀아줘 대마왕들인 두 녀석과의 놀이에서 균형을 잃으면 이렇게 바로 속상함에 펑펑 울음을...이쪽저쪽 오가며 두 녀석과 놀아주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 장희용
두 '대마왕'과 놀아주기 "바쁘다 바뻐!"

'으~' 속에서는 열불이 터진다. '도대체 몸이 하나인 아빠 보고 어떻게 하라고?'

때로는 두 녀석의 이런 행동에 속이 터져서 "둘 다 안 놀아!"하면 이번에는 두 녀석이 동시에 "아빠 미워!"하면서 한 편이 되어 나를 공격한다.

쩝, 할 수 없이 한 쪽에는 세린이를 앉히고 또 다른 한 쪽에는 둘째 녀석을 앉힌다. 그럼 둘 다 조용해진다. 그 이후로는 정신없이 바쁘다. 이쪽저쪽 오가며 두 '대마왕'들과 놀아주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아내는 뭐 하냐고? 뭐 그냥 아침 준비한다, 청소한다 핑계를 대면서 이 상황을 즐긴다. 그러다가 틈을 봐서 자신의 인기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포착되면 잽싸게 끼어들어 내 노력의 결실을 고스란히 빼앗아간다. 뭐, 이래저래 결국 나한테는 남는 것이 없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그동안 공식적으로 '아빠 일어나. 아빠 놀아줘'하지 않았던 때도 이러했거늘 이제 누나의 뒤를 이어 '놀아줘'를 공식 선언했으니 어찌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머리털 뽑아 자기를 두 명 세 명 만들던 손오공의 요술비법을 전수받으면 모를까, 이 운명을 벗어날 길이 없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앞으로의 사태가 눈에 훤하다. 나의 아침잠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하고, 역시 아이들이 자기 전까지는 나의 평온한 저녁 시간은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솔직히 좋다. 아이들의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쁘니까. 내 삶에서 올망졸망 그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의 '아빠 놀아줘'라는 말을 언제까지 들을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더욱 더 이 아빠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가열차게 진행될 텐데, 두 녀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더욱 더 이 아빠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가열차게 진행될 텐데, 두 녀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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