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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웨이블리역
에든버러 웨이블리역 ⓒ 한문순
인천공항에서 도쿄 나리타를 거쳐 런던 히스로 공항으로 입국하는 경로였다. 출국 날짜는 8월 14일. 직전에 테러문제가 터져 히스로공항은 거의 마비 상태였다. 그러나 캠프 가버린 사이에 일이 터져 주말 늦게 상경해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 그 다음날 떠나야 하는 일정이라 취소고 뭐고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외교통상부에서까지 여행을 자제하라고 발표를 해 걱정이 없던 바는 아니지만 출발했다.

인천공항에서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리다보니, 경유지에서 갈아탈 때는 출입국 수속을 하러 나갔다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영국 현지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도 해야 했는데 공중전화 거는 법도 간단치가 않았다. 패키지가 아니라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여행이란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늘 해결사처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바쁜 와중에도 역시나 친절한 친구는 현지 지역번호까지 검색을 해서 알아냈고 영어에 능통하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 방법을 잘 알려 주었다.

'어리버리' 여행객은 사람 도움 받는 걸 주저할 일이 아니다. 얼마나 고마운 이들이 많은지, 어리버리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나도 한번쯤은 내게 친절했던 이들처럼 누군가를 돕고 살고 싶어진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안내소 앞 광장
에든버러 페스티벌 안내소 앞 광장 ⓒ 한문순
인천공항에서 도쿄행 보딩패스 한 장만 받았기 때문에 나리타공항에서 출입국 수속을 다시 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위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시 나가서 런던행 보딩패스를 받아야 했는데 두 시간여가 남아 넉넉하겠지 싶었지만 때는 테러용의자가 잡힌 어수선한 상황 아닌가.

그 점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 자칫 나는 런던에 가지 못할 뻔했다. 왜냐하면 미국행과 영국행 보딩패스를 같은 창구에서 나눠주게끔 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긴 줄로 늘어서 짧아질 줄 모르고 마냥 대기해야할 상황이었다. 30분이 남았는데 보딩패스도 받지 못했다.

다급해지니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따질 계제가 아니다보니 영어가 막 튀어 나왔다. 'Sorry, I can not speak English well. please keep this place.' 앞에 서 있던 일본인 남성 두 사람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했다.(Sorry, I can not speak English well. 이 말은 여행 내내 자주 써 먹었는데,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친절하고 쉽게 표현해 주고 배려해 준다. 얼마나 유용했는지.)

인포메이션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열심히 떠들었더니 가만가만 살펴보던 그들이 비로소 알아챈 모양이다. 알았다고 다녀오라는 표시를 했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한국어 할 줄 아는 이가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없단다. 내가 늦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말을 하고 싶어 떠들었는데 그 사람들은 같은 대답만 했다. 기다리던 줄에 서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 했다면 자세히 상황 설명을 해서 대책을 세우거나 상황파악을 할 만한 정보를 얻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비행기를 못 타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이거 얼마나 웃기는 노릇이냐, 만약 못 탄다면 어떻게 대책을 세울까 생각을 하며 아무래도 줄이라도 바꿔 달라고 해봐야하지 않을까 궁리를 하며 시간이 점점 갔다.

15분쯤 전에 공항직원인지 어떤 이가 나와 British airway 어쩌구 저쩌구 사람 찾는 시늉을 하길래, 승객을 챙기러 온 것이겠거니 손을 번쩍 들어 따라갔다. 그 줄에서 BA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보딩패스를 나눠주는 직원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반가움과 감동도 잠시, 급하게 출국심사장으로 가야했다. 달려서 갔더니 10분쯤 남았나보다. 그런데 여기도 줄은 길었다.

시간은 흐르고 5분이 남았다. 어떤 항공기 승무원은 피켓을 들고 나와 승객을 찾고 있었지만 내가 탈 BA는 아니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못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줄을 바꿔달라고 할까,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다 못가서는 안 되지 않겠나.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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