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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표 작성을 위한 조추첨 모습
대진표 작성을 위한 조추첨 모습 ⓒ 고기복

그 대회가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경위는 이렇다. 작년 10월 모 정부부처 주최로 안산에서 열리는 축구대회에 참가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우리 쉼터에서는 선수를 선발하고 지역 축구동호회 등과 친선경기를 가지며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다.

축구라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드는 극성맞은 친구들이 많았던 인도네시아 공동체 축구팀은 축구대회를 앞두고 당시 아주 몸이 달아 있었다. 그래서 시합 한 달을 앞두고는 지역 고등학교 축구팀과 시합을 시도했다가 선수들의 부상을 우려한 해당 축구감독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일까지 있었고, 서울에서 팀을 초청하여 시합을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대회를 며칠 앞두고 주최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참가 불가를 통보받아 많은 실망을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대회를 준비하던 인도네시아 공동체에선 격분하여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에 가서 주최 측에 항의라도 하자’는 말들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주최 측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이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우리가 대회를 만들어 보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논의의 결과가 오는 27일에 열리는 ‘인도네시아 독립기념 이주노동자 축구대회’이다. 영문 명칭은 ‘Migrant Merdeka Cup'으로 정했다. Meredeka는 인도네시아아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45년 8월 17일에 독립을 쟁취했던 나라로, 독립을 기념함과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아픔과 어려움을 서로 위로·격려하고 각국 이주노동자들과 연대와 친선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명칭을 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었다. 참가팀이 열여섯으로, 한 팀에 최소 스무 명이 참가한다고 하고, 팀당 점심값만 계산해도 만만한 비용이 아니었다. 마침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대사 Jacob S H.H.L Tobing)측에서 이번 축구대회를 일정 부분 후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

Migrant 메르데카컵 트로피
Migrant 메르데카컵 트로피 ⓒ 고기복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는 조 추첨이 이뤄졌다. 조추첨은 제비뽑기로 했는데, 가장 강팀으로 예상되는 ‘용인경찰서 축구동호회’와 붙게 된 대구FC는 입이 나왔다. “멀리서 와서 한 게임만 하고 가는 거 아냐?” 그 말에 “공은 둥근 거야. 국가대표팀도 아마 팀에게 질 수 있어”라고 우리 공동체 식구가 받아쳤다.

국가대표도 아마에게 질 수 있다는 말은 작년 9월 선수 선발을 끝내고, 자체 시합을 할 때 나왔던 말이다. 지역 고등학교 축구팀과의 시합이 무산되자, 유니폼을 입은 선발팀과 비(非) 유니폼 팀 사이에 시합이 있었는데, 비 유니폼 팀이 4대2로 이겼을 때, ‘공은 둥글다’면서 서로 했던 얘기였다.

당시 비 유니폼 팀은 축구화를 신은 선수는 단 한 명이었고, 두 명이 맨발이었는데다 다들 긴 옷을 입고 뛰었었다. 악조건이라면 악조건을 견디고 비 유니폼 팀이 이기자, 선발진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선발진이 새로 짜여졌었다.

어제는 드디어 대회 트로피와 현수막이 준비되었다. 이제 어지간한 준비는 마친 셈이다. 추억의 메르데카컵이 5년간의 긴 휴식을 끝내고 지난 23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열렸다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호응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주노동자 메르데카컵’이 이 땅에 와 있는 38만 이주노동자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는 대회로 큰 호응을 얻기 기대해 본다.

쉼터에 걸린 축구대회 현수막
쉼터에 걸린 축구대회 현수막 ⓒ 고기복

덧붙이는 글 | Meredeka cup은 말레이시아 모하메드 라만 수상 겸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에 의해 1957년 창설되었다. 

Migrant Meredeka Cup 안내
일시: 06년 8월 27일 오전 10시-오후6시
장소: 용인송담대학, 용인정보고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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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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