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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위 왼쪽에 얌전히 앉아 있는 사람이 수기아르또다.
사진 맨 위 왼쪽에 얌전히 앉아 있는 사람이 수기아르또다. ⓒ 고기복
당시 수기아르또와 그 친구들은 일반 입국자들과 똑같은 입국 절차를 밟아 송출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전하며, 관계기관의 선처를 호소했었다. 하지만 수기아르또를 제외한 세 명은 여권 위조 사실이 드러나 강제 출국되었고, 그 와중에 수기아르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매일 밤 울었었다. 그에게 근황을 물었다.

“일이 어때요? 할 만해요?”
“그냥 잘 있어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야죠. 다른 사람들 생각하면.”

같이 출국했는데, 영문도 모르고 세 명은 강제 출국되고 혼자만 남아 일하게 되었던 심정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갈만도 했다.

“그래, 그 사람들하고는 연락을 해요?”
“유누스(Yunus)하고는 연락이 돼요.”

유누스는 네 사람 중 가장 활달했고, 보스 기질이 있던 사람이다. 그는 결혼식을 올린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국했다고 했었는데, 결혼하면서 개종을 했던 사람이다. 인도네시아에선 ‘무알랖(Mualaf)'이라고 해서, 종교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결혼할 경우, 남자가 무슬림이 아니면 무슬림으로 개종을 해야 법적으로 결혼이 허락된다.

그런데 유누스의 경우는 본인이 무슬림이었는데, 특이하게 기독교로 개종하고 결혼을 했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속까지 기독교인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아내 앞에서만 무슬리찬(Muslitian)'이라고 했다. 속은 무슬림이면서 사랑을 위해 밖을 양보한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대단히 목적지향적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의 고집스런 성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 뭐한대요?”
“다시 들어온다고, 노동부에 신청했다던데요.”
“그 사람, 못 들어올 텐데. 괜한 수고하지 말고 그냥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라고 하지.”
“모르겠어요, 어떤 생각인지 출국 날짜만 기다린다고 하는데요.”
“할 수 있으면, 그런 생각 버리고 고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 해줘요.”

할 수만 있으면 젊을 때 출국해서 단기간에 목돈을 벌고 싶어 하는 유누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강제 출국되고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어떻게든 출국하겠다는 그를 보노라면 성경에 나오는 ‘요나’가 떠오른다.

일반적인 유대인들처럼 편협한 유대 민족주의자였던 그에게 하나님께서는 유대민족을 핍박했던 앗시리아의 니느웨로 가서 회개할 것을 전하라고 명령하신다. 하지만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고집대로 욥바로 떠났다가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밤낮을 지내야 했던 선지자다.

유누스에게서 요나를 떠올리는 것은 그의 이름이 우리말로 하면 ‘요나’이기도 한 것이 그 이유겠지만, 원칙을 무시하더라도 고집스레 자신의 뜻을 펼치려 하는 점이 요나를 떠올리게 한다. 유누스는 지금 누가 뭐라 해도 "돈버는 길은 이 길밖에 없어!"라고 말할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드니 속절없이 땀이 더 난다.

덧붙이는 글 | 1. 수기아르또는 관계기관의 협조로 현재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 
2. 출입국법 위반으로 강제출국된 이는 5년간 입국이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누스는 원칙적으로 외국인고용허가제로 입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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