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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신청을 하고 있는 외국 인력.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신청을 하고 있는 외국 인력. ⓒ 고기복
"이 법은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 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2004년 8월 17일 시행된 지 만 2년을 지내고 있는 '외국인고용허가제'의 시행 근거인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는 이같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도가 법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 초기부터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국내외적으로 들어오던 '산업연수생제도'의 폐해를 인지하여 2006년 말까지 시한을 정해 폐지하는 한편,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보다 효율적인 혜택을 주며, 외국 인력의 인권보호를 강화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한다고 밝혀왔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보다 개선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엄격하게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시행 초기부터 관련 시민단체의 강한 비난을 받아왔다.

아울러 제도 시행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줄이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송출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것도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주장이다.

정부는 2003년말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실시하면서, "고용허가제 실시와 불법 체류자를 1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장담했지만,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외국 인력의 53.9%인 18만9000명이 미등록 상태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고용허가제가 갖고 있는 독소조항인 사업장 이동 제한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 관리지침에 의하면, 근로계약보다 낮은 임금, 사업장 내의 폭행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도, '채용 당시 제시된 임금, 근로시간과 2할 이상의 차이가 있거나 기타 근로조건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 경우'가 아니면 옮길 수 없다.

또한 심한 인격적 모독과 구타 등을 당해 얼굴이 붓고 상처가 눈에 보여도 진단서를 첨부하지 없으면 사업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엄격한 사업장 변경 제한 규정은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시키며, 고용허가제에 대한 폐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베트남인 듀이 쯍(Duy Trung)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세**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 6월 23일 사업장 내에서 사장과 관리 직원에게 폭행을 당해 고용지원센터에 근무처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해당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사측에 전화해서 듀이 쯍에 대한 폭행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며, 계속 근무를 종용하며 근무처 변경을 시켜주지 않았다. 이후 사측에서는 급여일인 20일에 급여 지급도 하지 않는 등, 듀이 쯍에게 감정적으로 대해 계속적인 근무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도한 송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송출비리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불투명한 송출 과정으로 인력 도입이 1년간 중단되는 일이 있었으나, 최근 입국한 이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관련 직원말고는 볼 수 없는 구인 명부가 현지에서 브로커들에 의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어, 인도네시아 전국노조(SPN)의 프라보오(E.Prabowo) 변호사는 "내부자의 공모 없이 이런 자료가 돌아다닐 수 없다, 제도에 대한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관계 직원 외에는 볼 수 없는 서류가 브로커들에 의해 송출국에서 뿌려지고 있다.
노동부 관계 직원 외에는 볼 수 없는 서류가 브로커들에 의해 송출국에서 뿌려지고 있다. ⓒ 고기복

시행 2주년을 앞둔 고용허가제는 제도 도입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치적으로 '고용허가제' 도입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과거 '노예제도'라 비판받던 산업연수생제도 시행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고용허가제의 사후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말들이 국무조정실에서 나올 정도로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용허가제가 역사적 단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관련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직무교육과 인권교육이 선행돼야 하며, 사업장 이동 제한 등의 독소조항에 대한 조속한 폐지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고용허가제 참여 논란과 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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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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