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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2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마약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이 홍보수석의 글.

"<조선일보>는 오늘 1면 기사에서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계륵 : 닭갈비)에 비유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약탈정부'로 명명했습니다. 기사 곳곳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섬뜩한 증오의 감정이 깊이 묻어 있습니다. 해설이나 칼럼의 형식만 띄고 있을 뿐 침뱉기입니다."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28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아 이 같은 말을 직접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신문을 마약에 비유했다. 그는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기능하지 않고 사회적 마약처럼 향정신성 물질의 자극을 흉내 내면 사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두 신문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수석은 상기된 표정으로 춘추관을 빠져나갔다. 출입기자들로서는 이보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듣고싶었지만, 이 수석은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해명은 정태호 대변인의 몫이 됐다. 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상황점검회의 결과를 전하며 "(김 부총리 본인이) 충분히 과정을 설명하고 사과도 했다, 국회 청문회까지 거친 게 아니냐"며 "일부 얘기처럼 사퇴까지 거론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그가 "김 부총리가 기자 간담회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거기에 특별히 덧붙일 게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청와대의 '김병준 유임' 기류가 여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전한 청와대의 '김병준 유임' 기류

▲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민대 교수 재직시절 동료교수들과 공동으로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 사업에 선정돼 연구비를 받은 뒤 동일한 논문을 2개의 연구실적으로 보고했던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홍보수석의 신문 비판과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무리하게 연관지을 필요는 없지만, 청와대의 업무처리 순서가 뒤바뀐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의 교수시절 논문 표절이나 두뇌한국(BK)21 연구실적 중복 보고가 국회 청문회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김 부총리의 해명으로 논란이 가라앉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교수 시절의 부적절한 처신이 연달아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가 김 부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전국 1300여명의 진보성향 교수들이 모인 민교협은 그동안 정파적 이해를 떠나 우리 사회를 향해 올곧은 목소리를 펴왔다.

그런데 정태호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민교협 성명서가 뭐 영향력이 있나? 민교협도 교수사회의 일부일 뿐"이라며 "민교협 얘기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김 부총리가 알아서 할 문제이고, 민교협 성명서는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 부총리가 오랫동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노 대통령이 신임하는 참모이기 때문에 청와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조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외부의 비판에 눈과 귀를 막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언론과의 전쟁' 발언 이후 지금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노 대통령을 어떤 방식으로 '대접'했는지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두 신문의 '악의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지만, 노 대통령과 참모들 스스로가 이를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김 부총리를 감싸는 모습에서 벗어나 지식인 사회의 우려에 좀더 겸허한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도 두 신문의 공격을 '지나치다'고 평하지 않을까?

이 수석은 "두 신문의 최근 행태는 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 쓰는 순간 짜릿하고 통쾌하다고 해서 마구 남용하면 공급하는 자, 공급받는 자가 모두 황폐해진다"는 말도 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하지만, 이 수석 자신에게도 이 말이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한 말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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