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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다단계 사건을 수임한 송광수 전 검찰총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큰 검찰 대 작은 검찰의 싸움.'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변호인단의 면면을 보노라면, 법조 주변에서 떠도는 이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30여 명에 이르는 주 회장의 변호인단에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제갈융우 전 대검 형사부장, 김영진 전 대구지검장, 박태석 전 동부지검 차장 등 거물급 법조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 정도라면 '작은 검찰'이라는 평가가 전혀 무색하지 않다.

DJ정부 시절 이용호·진승현 게이트가 터졌을 때, 김태정 전 검찰총장(그는 법무부장관도 지냈다) 등이 이씨와 진씨를 변론했거나 법률자문을 해준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송광수 전 총장 등 검찰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최악의 다단계사건'을 수임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피해자 35만명에 약 2조7000억원(일부에서는 5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한다)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건수임 신중파' 송광수 전 총장, 최악의 다단계 사건 수임

또 주수도 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이전에도 수천억원대의 다단계 사기로 검찰을 드나들었던 인물이다. 현재에도 그는 사기·비자금 조성·공금횡령·주가조작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6월 중순 검찰의 소환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송 전 총장이 이 사건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가 사건 수임에 매우 신중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처신은 그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을 때 밝힌 내용과도 배치된다.

"법원이나 검찰을 아예 찾지 않으려고 서초동을 피해 대치동에 자리를 잡았다. 개업을 하더라도 직접 사건 수임에 나서거나 재판업무로 법원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송 전 총장이 어떤 사건을 수임하는가는 본인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3개월 전까지 검찰조직을 지휘했던 그가 검찰과 직접 맞서는 일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다단계 사건'으로 말이다.

송 전 총장은 일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수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다단계 업체 제이유(JU)그룹 본사. 현재 검찰은 제이유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처음에는 거절하다 주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변호를 맡게 됐다. 주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해 '억울함이 없도록 해주겠다'는 차원에서 사건을 수임했다."

또 송 전 총장은 "제이유가 처벌을 받는다면 다른 다단계 업체도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수십만명의 피해자를 양산시킨 주 회장이 정말 억울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면 그가 검찰총장 재직시절 '2002년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해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았다는 사실이 무색해진다. 그래도 그는 한때 '서민의 편'이었지 않나 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가 주 회장의 변호인단에 참여함으로써 적지 않은 사업자들이 여전히 '환상 마켓팅'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가 주는 신뢰감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의 냉철한 처신이 아쉬운 대목이다.

의혹의 시선... 주 회장 뒷배경과 초호화 변호인단 함수관계는?

▲ 현재 사기와 공금횡령,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주수도 회장.
ⓒ 오마이뉴스
또한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는 박태석 전 차장검사는 지난 2월까지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동부지검의 차장검사로 있었다.

물론 그는 "(올) 2월 13일 서울고검으로 발령받아 3월 사직했기 때문에 3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의 수사와는 무관하다"며 "동부지검 재직 당시에는 제이유그룹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의혹의 시선을 일축했다.

여기에다 DJ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 사건을 수임했던 제갈융우 전 부장검사도 주 회장 변론의 선두에 서 있다. 그는 춘천지검장과 인천지검장을 거쳐 대검 형사부장을 끝으로 2001년 5월 검찰을 떠났다(그는 '대전 법조비리사건'에 연루돼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초호화 변호인단에 맞서야 하는 검찰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에다 대검 형사부장까지 지낸 이들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초호화 변호인단 구성을 주 회장의 '뒷배경'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주 회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한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러한 뒷배경은 주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주 회장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100억원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은 이미 국정원 보고서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국정원 보고서는 "여야 의원은 물론 공정위 직원, 검·경 관계자 등 뇌물 수수자가 워낙 많아 그대로 모두 드러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시해놓았다.

최근 <시사저널>은 자체 추적을 통해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등 40여 명, 경찰쪽 60여 명, 법조계 10여 명, 언론계 간부급 20여 명 등이 제이유그룹의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핵심 인물인 주 회장을 소환해야 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전망이다. 검찰이 전직 검찰총장 등이 포진된 '작은 검찰'을 맞아 어떻게 사건을 풀어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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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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