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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 갑자기 승객들의 언성이 한껏 높아지고 있었다. 버스 밖 풍경을 바라보는 데 정신이 없었던 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아저씨의 다음과 같은 한 마디에 귀가 번쩍 뜨였다.

"정치가 개떡 같으니까 그 모양이지."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거드신다.

"옳소~."

기사아저씨도 한 말씀. "아저씨 거 말 참 잘하시네요."

버스 안은 금세 아저씨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저씨, 이런 분위기에 탄력을 받으셨는지 그동안 생각해 오신 정치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이처럼 불신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서 씁쓸함을 느꼈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지방선거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졌다. 버스 안 지나가는 풍경들 사이로 후보들이 생긋 웃고 있는 현수막을 본다. 버스 안에서는 '5월 31일은 동시 지방선거일...'로 시작하는 음성 안내방송이 나온다.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 걷다 보면 '작은 투표용지 하나에 큰 대한민국이 있습니다'라는 선관위 현수막을 볼 수 있다.

▲ 옥천군 선관위에서 받은 선거 관련 책자들
ⓒ 송선영
선거는 점점 다가오고 막상 선거 일기를 쓴다고 하면서 선거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이렇게 선거에 대해 무지한 나를 반성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날 저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충청북도의 후보들, 옥천군의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건 후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수많은 후보들 중 어떻게 참 일꾼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홈페이지만으로 부족했다. 나는 무작정 옥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갔다. 갑작스런 나의 방문에 선관위 직원 분들은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들으시고는 주섬주섬 선거에 관련된 책자를 가져다주셨고 5·31 지방선거를 앞둔 옥천군 선거 분위기를 간략히 말씀해주셨다.

4월 27일을 기준으로 옥천군에 등록돼 있는 후보는 모두 47명이라고 한다. 물론 경선을 거치거나 공천 심사 후엔 지금의 후보 수보다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옥천군 선관위에서 받은 책자를 살펴보면서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해 알게 됐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페미니스트 운동의 일종인가?'라며 혼자 착각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참 공약 실천운동'. 후보자는 수박 겉핥기식 공약이 아닌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는 이를 꼼꼼히 비교분석한 후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나는 똑똑한 유권자가 되고 싶다. 정당, 첫인상, 학력, 지연에 의한 투표가 아닌 실질적으로 얼마나 참에 가까운 공약을 제시하는지 부단히 공부한 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나는 오늘 대한민국의 희망을 찍습니다'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문구처럼 5월 31일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찍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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