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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국무부-국방부 주도로 이루어지던 미국의 대북 압박이, 작년 하반기부터는 재무부-국방부-국무부 '삼각편대'의 합동 공세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본격화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재무부가 과연 북한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미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재무부 측의 '자화자찬'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재무부 쪽에서는 자신들이 북한의 신경망을 강타했다는 식의 자평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6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한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자신들이 북한에 가한 심각한 타격 때문에 전 세계적인 파급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재무부의 대북 금융제재가 일정한 성과를 거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BDA)을 비롯한 세계 일부 금융기관들이 대북 거래를 중단 또는 축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재무부가 최근 들어 유난히 '자기 PR'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국무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반년 넘게 대북 금융제재가 진행되었지만 북한이 큰 동요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틈을 타서 국무부 등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 재무부의 '소란'은 국무부 견제용 아닌가?

그리고 미 재무부는 차분한 마음으로 북한의 태도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재무부의 저돌적인 공격에 다소 당혹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지금의 상황을 자신들의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은 이미 오래도록 미국의 경제제재에 '숙달'되어 있는 나라다. 물론 최근의 끊임없는 공세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압박이 낯선 것도 아니다.

둘째, 마카오 현지에서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든지 간에 혹은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간에, 중국은 이미 북한과의 경제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역시 중국과의 경쟁관계 때문에 앞으로 더 더욱 북-러 경제협력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재무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신경망'을 강타하고 싶다면, 먼저 중국·러시아의 신경망부터 강타해야 할 것이다.

중·러 묶어두지 않고는 대북 금융제재 큰 효과 없을 것

셋째, 북한은 지금 당장에라도 재무부 주도의 대북 압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다. 평화적 해결의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군사 대응'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북한이 지금의 침묵에서 벗어나 군사 대응 카드를 꺼내든다면, 재무부는 과연 그때도 자신들이 국무부·국방부를 제치고 대북 제재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또 재무부는 지금 북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금융제재에 대해 왜 '결정적 대응'을 취하지 않는지 차분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구도를 북한 입장에서 뒤집어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 국무부·국방부를 앞세워 대북제재를 가하던 미국이 이제는 재무부를 앞장세웠다는 사실은, 미국이 국무부·국방부 주도의 대북 압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재무부 주도의 대북 압박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힘들다.

쓰러지기 직전의 팽이는 요란하다

국무부·국방부가 이미 지쳐 있고 재무부의 압박 역시 한계를 띨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북한은 미국이 언제쯤 타협적 태도를 보일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지금의 상황을 '팽이가 쓰러지기 직전의 요란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돌아가던 팽이가 쓰러지기 직전에 요란한 '몸놀림'을 하는 것처럼 지금 미국의 대북 압박도 일종의 '최후의 몸부림'일 수 있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지금 '항복'을 기다리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과 세계는 조만간 미 재무부의 각종 제재조치가 '오발탄'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미 상원 세출위원회는 물론이고 백악관 역시 미 재무부의 '오발탄'에 대해 재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 돌출행동' 때문에 곤혹을 치르지 않으려면, 미국은 하루빨리 재무부 주도의 대북 압박을 거두고 국무부 주도의 협상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재무부 주도의 대북 압박구도가 미국 스스로가 아닌 북한의 힘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위신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란·이라크 정책까지 뒤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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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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