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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폰카'로 촬영하는 사람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탈리아, CF 속 잘생긴 남자배우가 계단에 앉아 디카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다가 어느덧 MP3로 음악도 듣고 연인과 사진도 찍는다.

하나의 제품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잘생긴 남자배우와 함께라니 보기만 해도 꽤 매력적인 제품으로 느껴질 법하다.

휴대폰도 아닌 것이 디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MP3플레이어도 아닌 조그만 제품 하나에 이런저런 기능을 뒤섞어 하나로도 충분히 여러 기능을 즐길 수 있는 일명 컨버전스(convergence) 제품의 선전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빔밥 정신이 디지털을 만나다

디지털로 이질적인 요소를 한 곳으로 융합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된 지금, 무엇보다도 뒤섞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비빔밥 정신이 디지털 시대를 만나 재능을 발휘한 것은 아닐까?

그뿐인가? 컨버전스 제품의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덤 정신'도 들어 있다고 본다. 휴대폰 하나를 샀더니 카메라도 되고 MP3도, DMB도 볼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일거양득이며 덤을 받은 기분이 아닐까?

참 편리하고 화려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 어디에 혼자 떨어져 있더라도 손바닥만한 컨버전스 기능 휴대폰이나 디카 하나면 심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화려한 기능을 지닌 새로운 컨버전스 제품의 출현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우리 제품들이 발 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고 냉장고에 TV나 PC를 넣듯 백색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에도 여러 기능을 섞어 놓은 컨버전스 제품이 속속 등장하여 소비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 것이다.

컨버전스 제품 VS 디버전스 제품

그러나 이런 컨버전스 제품이 아무리 소비자의 시선을 화려하게 끌어들이더라도 한 가지 제품의 기능 향상에만 매진하는 디버전스(divergence) 제품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콤팩트한 카메라폰이 인기를 끌어도 여전히 디카 시장은 활황이고 고기능 DSLR(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컨버전스 제품은 '한 우물을 판다'는 장인정신과는 좀 어폐가 있는 제품이어서 보다 섬세한 기능을 원하는 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적당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디카 기능에 역시 작동이 쉬운 MP3플레이어 기능과 DMB 수신기능에 핸드폰 기능을 뒤섞다 보면 아무래도 제품 기능 하나하나의 정밀함과 섬세함보다는 여러 가지 기능이 어우러져 잘 작동하게 만드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뒤섞는 것도 좋지만

기술은 점점 진보해서 이제는 700만 화소 카메라폰이 나오는 세상이라 해도 같은 700만 화소를 쓰는 디지털 카메라와는 CCD(Charge-coupled Device)나 렌즈에 따라 사진 질의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MP3플레이어는 또 어떤가? 아무래도 MP3폰이 칩 차이로 음감에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얼마 전 일이다. 갑자기 휴대폰 액정이 고장나 화면이 전혀 나오지 않게 되는 바람에 모처럼 디카 대용으로 간단히 사용하려 했던 카메라폰조차 작동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어느 한 군데가 고장 나면 그 많은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 또한 컨버전스 제품의 단점이다.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우리 민족의 비빔밥 정신과 덤의 정신을 잘 구현한 컨버전스 제품이야말로 어쩌면 제품의 경량화로 세계를 휩쓴 일본의 워크맨처럼 우리나라 제조업체가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특화상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컨버전스에 올인 하기 전에 먼저 기술 역량의 부족을 뒤섞기로 메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자칫 컨버전스 제품에만 치우치느라 정작 중요한 기술 연구에 소홀하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컨버전스 제품이 디지털시대의 꽃이라면 디버전스 제품은 그 디지털시대를 받쳐주는 뿌리일테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형인간의 디지털분투기 61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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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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