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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백담사로 향하던 차를 처음 멈춘 곳은 홍천의 외삼포리였다. 눈은 마을의 길 위에서 인적을 끊어버리고 대신 흰빛 고요로 세상을 덮은 뒤 한 폭의 그림으로 마을을 펼쳐들고 있었다. 분명 평상시엔 논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숲이었겠지만 눈이 내린 날 그곳을 갔다 나온 나는 마치 흰 바다를 건너 섬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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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갈 때면 항상 화양강 랜드라는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가게 된다. 휴게소의 한 켠에 트럭 세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평상시의 앞 유리 대신 멋진 흰빛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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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가지고 눈 내린 강원도를 갈 때는 가다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창 밖의 풍경이 잡아끄는 그 강력한 자장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를 세우고 들어간 한 마을에선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오늘 온통 눈으로 치장을 하고는 나를 맞아주었다. 나뭇가지 사이에 높다랗게 얹힌 까치집에 눈에 보였다. 까치는 오늘 아침 일찍 제 집을 파고든 눈을 치우긴 치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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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위로 자라고 집도 위로 솟는다. 눈은 나뭇가지 위로, 혹은 지붕 위로 내린다. 그 둘이 만나면 그냥 사람 사는 강원도의 어디나 풍경이 된다. 눈의 풍경은 위로 자라거나 솟는 것들이 아래로 내리는 눈과 손을 맞잡는 즐거운 만남의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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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듯 보이는 어느 집의 마루에선 가을부터 그 자리에서 몸을 말렸을 옥수수들이 오늘 세상의 눈을 바라보며 노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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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가 가까워오면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이 눈 내린 풍경을 지나칠 때 그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다. 요즘의 버스는 창문을 열 수 없어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차를 갖고 갔기 때문에 차창을 열고 지나는 풍경을 얼마든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은 그때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10분의 1도 담아내지 못한다.

ⓒ 김동원
눈이 내린 날 강원도의 어디나 풍경이 된다는 것은 바로 산중턱이 빚어내는 이런 풍경을 두고 말함이다. 눈 내린 날 강원도에선 차창으로 이런 풍경이 내내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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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입구에 도착하자 먼저 장승이 나를 맞아준다. 눈이 내린 날의 흥겨움 때문인지 장승이 내게 장난을 치고 싶었나 보다. 장승은 내게 하얀 혓바닥을 낼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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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지는 엉덩이를 쳐들고 그곳에 눈을 받아두고, 어떤 단지는 입을 시커멓게 벌리고 내리는 눈을 다 받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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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로 들어가는 두 번째 다리의 난간에선 눈이 제 몸을 스스로 녹이고 늘어뜨려 목걸이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누구의 목에 걸어주려 한 것이었을까. 궁금했지만 남의 사랑을 너무 깊이 캐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짐짓 모른 체 그냥 지나쳤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이 많아 백담계곡과 백담사의 눈사진은 다음 기사로 올릴 예정이며, 이번 사진은 백담사 입구까지의 기록이다.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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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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