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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보안분실에 출두하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 동국대는 26일 오전 홍기삼 총장과 보직 교수단이 참석한 정책회의를 열어 강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결정했다.
지난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보안분실에 출두하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 동국대는 26일 오전 홍기삼 총장과 보직 교수단이 참석한 정책회의를 열어 강 교수를 직위해제키로 결정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동국대 총장이하 보직교수들이 정책회의에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강정구 교수가 모 언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심경이다.

실제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이 학문적 영역의 학자적 양심에 대한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매카시즘적인 광풍이었음을 돌이켜 볼 때, 동국대를 다니는 한 학생으로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거늘 당사자야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동국대학교 당국이 밝힌 직위해제의 이유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란다.

학교당국의 직위해제로 강정구 교수는 2006년도 새 학기부터 강의배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언론을 통해 이 결정을 접하고 강정구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려는 수많은 학생들과, 전공 수업이기에 의당 강정구 교수 수업을 수강해야 하는 사회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습권을 걱정하고 있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위 문제부터 시작하여 학문의 자유침해라는 제 발등 찍기를 감행한 동국대학교의 결정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동국대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들이 누구인가

분단 이후 한국사회의 냉전구조와 그에 따른 변화에 대해 몇 십년간 연구해온 자신의 학문적 연구 결과를, 명백한 학문적 근거와 내용에 따라 학문적 영역에서 제출한 것을 가지고 이념의 한가운데로 끌어와서 싸움을 붙인 자들은 분단과 냉전의 부스럼을 먹고 자리보존하는 수구세력들이었다.

온 지면을 할애해가며 연일 강정구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보수언론과 그에 따라 색깔공세를 통해 정국주도를 꾀했던 한나라당이 주축이 되어 강정구 몰아내기를 시도했고 '동국대 100주년을 앞두고 강정구 교수파문으로 내홍'이라는 본질을 호도하는 기사들이 국민들과 동국대 구성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장본인이다.

두 아들이 미국유학을 통해 로펌에 취직하는 등 미국의 혜택을 누린 자가 왜 반미주의를 이야기하느냐는 식의 본질에 어긋난 논설과, 강정구 교수가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는 조선일보에 입사 지원을 했다가 떨어졌다는 식의 가십 거리들로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호도한 보수매체와 정치권이었다.

그뿐인가? '시장 보안법'을 들이대며 동국대 학생들에게 강정구 교수 죽이기에 동참하라고 비상식적인 협박을 서슴지 않았던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까지 덧붙여진 사회 전반의 마녀사냥이 이번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과 그에 따른 동국대학교 죽이기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었다.

분단 상황 속에서 반북냉전의 이데올로기와 성역을 지적한 강정구 교수에 대해 우리 사회를 이념적 불구로 만들어온 그들이 화들짝 놀라며 보였던 신경질적 반응에 따끔한 충고와 지적으로 학문적 영역의 토론과 평가를 유도했어야 하는 동국대학교 당국이 학교명예 실추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 뿐이다.

학문의 자유라는 대학의 기본적 존재가치를 훼손

동국대학교는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이 확산되는 내내 동국대 100주년의 이미지에 미칠 영향으로 전전긍긍하였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학답게 학문적 영역에서의 토론과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이념적 논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하는 동국대학교는 스스로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

이는 동국대학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학교당국이 보수매체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색깔론에 휘둘린다면 어떤 학자가 자신의 학문적 자유를 지켜갈 수 있겠는가?

동국대학교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시대적 분위기를 역행하는, 사문화되어가는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형사사건의 기소를 이유로 학자적 양심을 재단하는 데 동참한다면, 100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를 선도하겠다는 동국대의 시대인식은 시민사회로부터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국대를 사랑하고 동국대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의 학생으로써 바라건데, 기본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들어 학문의 자유를 스스로 훼손하려 하는 동국대학교는 지금이라도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동국대학교 독어독문 4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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