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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박주가리'를 알았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한 여름, 사람들이 덥다고 입고 있던 옷을 하나 둘씩 벗어 던질 때 박주가리 꽃은 연보라색 별 닮은 꽃잎과 솜털 옷까지 겹겹이 껴입고도 햇살아래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 있었습니다. 나는 삼복더위에 털옷까지 입은 별 닮은 꽃을 처음 본 순간, 올해 꼭 그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을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박주가리' 씨앗을 훅 불어 날려 보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박주가리 씨앗은 한 움큼씩 날아갑니다. 나도 바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잠시 바람이 멈추었을 때 박주가리 씨앗을 한 움큼 빼내 훅 불어 날렸습니다. 하얀 비단실 밑에 씨앗 하나씩을 매달고 훨훨 날아갑니다. 내 마음도 잠시나마 세상시름 잊고 둥둥 떠 따라갑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 가서 만날지 약속도 없습니다. 그냥 저 가고 싶은 곳까지 마음껏 날아갑니다. 박주가리 안에 남은 씨앗들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땅위엔 미리 날아간 박주가리 씨앗들이 하얗게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내나이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아들에게 자연을 선물 했습니다.
울퉁불퉁 두꺼비 마른 등껍질 닮은 박주가리 열매 두개를 따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가져왔습니다.
"선물이야."
희한하게 생긴 까칠까칠한 열매를 선물로 받은 아들은 선물이란 말에 엷은 미소를 띠더니 금방 알아차리고 껍질을 벌려 씨앗을 날렸습니다. 그 애가 날린 씨앗중 하나라도 양지바른 곳에 날아가 싹을 틔우길 바랍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들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내 나이 열둘에 처음으로 '박주가리' 씨앗을 훅 불어 날려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주가리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줄기와 잎 속에 흰 유액이 들어 있습니다. 잎은 마주나며, 뒷면은 뽀얗고, 약간 두꺼운 편입니다. 꽃은 한여름에 피고, 연한 자주색이거나 흰색이며, 안쪽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습니다. 꽃잎이 뒤쪽으로 도르르 말리는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열매는 다 익으면 갈라지는 열매, 즉 골돌(follicle)이며 표주박모양입니다. 열매의 크기는 손가락 길이 정도이며, 표면에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있습니다. 박주가리 열매가 벌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냥 한번 훅~ 불어보세요. 정말 예쁘게 하늘로 날아간답니다. (네이버 오픈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