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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출국당하는 이들의 가방-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내기 전
강제출국당하는 이들의 가방-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내기 전 ⓒ 고기복
그러다 보니 그런 뒤치다꺼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실무자가 하기 십상이다. 우리 쉼터에서도 이번 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 네 명의 베트남 불법체류자가 출입국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이자 우리에게 전화를 해 왔다. 단속에 걸린 이들은 자신들을 붙잡은 출입국 직원들이 어디 소속인지도 몰랐고, 출국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붙잡힌 이들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출국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 중 한 명에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야무지게 목돈을 모아 베트남에 귀국할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지난달에 월세를 전세로 전환한 상태였다. 전세금을 돌려받고 싶은데, 집주인이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고 우리 쉼터 상담실장이 집주인을 만나 얘기를 나눴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집주인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 20만원으로 들어왔다가, 전세로 바꿔 달라고 하도 졸라서 외국인이라고 봐 줘서 해 줬더니, 한 달도 안 돼서 전세금 돌려 달라고 하니 말이 되냐. 나도 아들놈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여기 저기 돈을 빌리는 중인데, 전세금이라고 쉽게 마련되겠어요? 사정이야 어찌됐든 나도 당장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요. 아 그래 오지랖도 넓지. 그런 사정까지 다 어떻게 들어줘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지랖 넓은 상담실장이 그래도 강제 출국 당하는 사람인데, 본인의 돈을 돌려받고 가게 해 주는 게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사정해 봤지만, 똑같은 빈축만 샀다고 했다. "사정이야 딱하지만, 계약이란 게 원칙이 있는 거 아니우?"

그런 빈축을 들으면서도 상담실장은 "아, 그래도 어떻게 좀 도와주십시오. 부탁합니다"라고 몇 번 부탁을 더하면서 집주인과 헤어졌다고 했다.

강제출국당하는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계약의 원칙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린 상담실장은 이번 주 내내 집주인과 몇 번의 통화와 만남을 가졌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나는, 매일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묻는 전화가 빚 독촉을 하듯 오는 것을 하릴없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오지랖 넓은 덕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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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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