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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뿌리야디
수뿌리야디 ⓒ 고기복
가령, 그는 편도선 수술을 받았던 누르 꼴리스라든가, 신부전증으로 급히 귀국해야 했던 아흐맛 무스따낌을 위해 찾아왔었고, 가장 최근에는 강제 출국되었던 바리스의 국민연금 일시반환 청구를 위해 위임장을 들고 왔었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문제를 안고 온 친구의 옆에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서 있다가 조용하지만 간절한 음성으로 도와 달라고 거들던 그의 표정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마당발이었던 야디가 친구들의 문제를 안고 오는 줄만 알았는데, 다른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지를 안 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어느날인가 쉼터에 있던 그가 핸드폰을 갑자기 저에게 들이대며 전화를 받아달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야디의 사장이었습니다. 급여일 이전에 퇴사한 야디가 퇴사하기 전에 받지 못한 임금정산 문제로 통화를 하다가 대화가 막히자 저에게 건네 준 것이었습니다. 업체 사장은 강제 출국된 직원이 있어서 업무에 차질도 많았고 수금도 어려워 재정적인 문제가 있으니, 급여 지급이 1주일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야디는 귀국일정 때문에 처음에는 급여 지급 연장에 대해 난처해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귀국한다고 한 자신도 책임이 있으니 사장님이 목사인 저에게 지급 약속을 해주면 믿고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 중간에 업체 사장이 저의 이름을 물어왔고, 제가 이름을 대자, "아, 늘 바쁘시다는 그분이군요. 예전에 야디가 명함을 건네줘서 갖고 있는데, 야디가 불편한 것이 있는지 전화로 물어 보려고 하면, 늘 바쁜 사람이니 전화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늘 바쁜 사람…' 야디에게 비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야디는 제가 늘 바쁜 이유를 잘 알기에 자신의 문제로 사장이 전화하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배려가 고마웠습니다.

어젯밤 늦게 퇴근하려는 저에게 다가온 야디는 말없이 저의 손을 양손으로 잡더니, 입술에 갖다 대고, 이마에 갖다 대며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껴안더군요. 눈물은 전염된다더니, 말이 없어도 저 역시 뭉클해졌습니다.

그는 귀국해도 연락을 해 올 것입니다. 아마 그와 연락을 계속 주고받다가, 그의 집이 있는 수라바야에 가서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만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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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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