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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 축구경기 모습
친선 축구경기 모습 ⓒ 고기복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 중에 한 명이 넘어지면서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쓰러진 사람이 생기자 심판을 보던 제가 경기장 밖에 있던 친구들에게 근육통에 쓸 스프레이 파스를 갖고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그러자 '사르따나'가 급하게 뭔가를 들고 왔는데 그게 '홈키퍼'였지 뭡니까? 쉼터 거실 책상 위에 스포츠용 스프레이 파스와 홈키퍼를 같이 놓았는데 모양이 비슷하다 보니 운동장으로 출발하면서 급하게 집어 온다는 것이 홈키퍼를 갖고 온 것이었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사르따나를 향해 한글을 아는 친구들이 킬킬대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부딪쳐서 넘어지면 모기 물린 것만큼 아프지."
"암, 그렇고말고."
"모기 물리면 오래 가는데 부딪친 건 금방 나으니까 그 약 '직방'일 거야."

사르따나가 들고 있는 모기약을 뺏어들며 "너는 모기약으로 근육통 고치느냐?"며 친구들이 농담을 해대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 챈 사르따나는 "우리가 갖고 온 가방에 이거 밖에 없어. 내가 안 챙겼다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친구들은 여전히 웃으며 장난을 쳤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상대팀에선, 아픈 사람을 놔두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왜 웃나 했을 것입니다.

문제의 스프레이 파스와 모기약
문제의 스프레이 파스와 모기약 ⓒ 고기복
결국 스프레이가 없음을 확인한 우리 팀에선 쓰러진 선수를 위해 '솔낀'이 마사지를 해주기로 했는데 부상선수는 마사지를 받고도 여전히 아픈 것 같았습니다. 친선경기라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는데, 어딘가 웅크리고 있던 승부욕이 선수들을 자극했나 봅니다.

그 덕택일까요? 경기결과는 5:2로 인도네시아 팀인 'Yong-Indo FC'의 승리였습니다. 팀 구성 후 외부 팀과 한 시합에서 거둔 첫 승리였습니다. 점점 발이 맞아가고 있고 다들 즐겁게 축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Yong-Indo FC는 41명으로 구성되었고, 매주 친선경기를 하며 공동체 단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9일 친선경기에 응해 준 팀은 '서울나들목사랑의교회 축구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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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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