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은 칠석, 마을 사람들은 군함과 소총 개머리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러 온 사람들에게 술을 주면서 오랫동안 칠석제를 지내온 나무이니 다음날 칠석제나 지내고 베어 가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칠석제 다음날, 8월 15일 우리 나라는 광복을 맞았다.
매평리 사람들은 광복의 기쁨을 다시 살아난 이 나무 앞에서 풍물을 치며 누렸다. 그리고 매년 이 느티나무를 마을 수호신으로 '해방나무'라고 부르며 칠석날마다 정성스럽게 마을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 오고 있다.
올해도 칠월 칠석날인 지난 11일에도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 모여 음식을 차려 놓고 제를 올렸다. 특히 이날 매평리의 최고령인 최병훈(83)옹이 초헌관으로 나서서 제를 주관했는데 최옹 역시 일제 강점기 때 일본 해군 군속으로 징용을 갔다가 광복되던 해 9월 고향으로 살아 돌아온 사연을 갖고 있다.
마을 사람 송경섭(75)옹은 느티나무와 칠석제에 대한 내력을 이렇게 말했다.
"8·15 해방나무가 연조가 깊어요. 광복이 올해 60년인데 왜정 말기에 한국 사람들 겁나게 시달렸어요. 이 나무를 군 장비, 그러니까 군함도 만들고 소총 개머리판도 만드는 데 이용하려고 벌목하러 왔었어요.
그날이 말하자면 광복 전날인데, 그 이튿날이 칠석이라 동네 노인 양반들이 칠석제나 지내고 베어 가라고 사정해서 3일을 연기하기로 했어요. 나무를 벤다고 예약하고 갔는데 그날 저녁 나무 구멍에서 붉은 물이 나왔는데 우리는 그것을 피라고 생각했어요. 이튿날이 해방돼서 이 나무가 위기를 모면한 거지요. 어찌보면 칠석제를 지냈기 때문에 이 나무가 살아서 오늘까지 있는 거지요."
이번 칠석날은 비바람이 몰아쳤다. 새벽 천둥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져 동네 어른들이 걱정을 했는데 제를 지낼 시간이 되어 낮 11시쯤 비가 잠시 멎었다. 동네 어른들은 "역시 죽다 살아난 마을나무라 제사 지내는 동안 비를 멈추게 하는 영험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한마디씩 했다.
400년 된 느티나무 옆에는 큰 나무에서 씨가 떨어져 크고 있는 100년쯤 된 작은 나무도 한 그루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