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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대회가 열렸던 워싱턴 디시의 메이플라워 호텔. 참석자들이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인권대회가 열렸던 워싱턴 디시의 메이플라워 호텔. 참석자들이 등록을 마치고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강인규
"북한의 수용소는 21세기의 수치이며, 수용소가 아니었으면 김정일 체제는 존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철환 <조선일보>기자는 7월 19일 '북한인권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시간으로 화요일 오전,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워싱턴 디시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적지 않은 정관계인사가 참여했으나, 참가자들의 관심은 '북한의 실상'을 실제로 경험한 탈북자들에게 집중되었다.

이 행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순서 가운데 하나는 공화당 의원 브라운백, 그리고 강철환씨와의 대화시간이었다. 샘 브라운백은 부시행정부의 북한인권법통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강철환씨는 자신의 경험을 펴낸 <수용소의 노래>를 매개로 얼마 전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브라운백 의원은 샤란스키와 강철환씨를 "북한의 비인도적 체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소개했다. 브라운백은 강철환씨를 (그는 시종 강씨를 '강궐환'으로 부르는 무례를 범했다) "9살에 수용소로 끌려 가 십 년을 지냈다"고 소개하며,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그 소년이 십 년 후 북한을 탈출해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영예를 누리며 그에게 그 폭압적인 정권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노예에서 미대통령 접견까지"

'샤란스키, 강철환과의 대화'시간. 왼쪽으로부터 샤란스키와 브라운백. 오른편에 강철환기자가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통역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샤란스키, 강철환과의 대화'시간. 왼쪽으로부터 샤란스키와 브라운백. 오른편에 강철환기자가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통역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강인규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강철환 기자는 "최근에 제게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노예에 불과했던 정치범이 그곳을 탈출해서 자유세계에 와서 기자도 하면서 미국의 대통령도 만나게 되었다"고 감격을 표했다.

인사를 마친 강씨는 남한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는 "과거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맞먹는 죄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 8년간 북한의 상황은 더 나빠졌고, 인권문제는 최악의 상황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북한측의 요구를 들어주기에만 바빴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인권법의 원조'답게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 강씨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북한 주민의 10분의 1이 아사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이냐" "북한의 정권교체가 북한주민을 돕는 길인데,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냐" 혹은 "북한주민이 김정일을 지지하는 것은 세뇌당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등 구체적인 정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아쉬운 점은, '대화'라는 이름과 달리 이 순서에는 관객들의 질문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계는 연단과 객석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 좌석 여덟 줄에는 푸른명찰의 '귀빈'이 앉아있었고, 그 뒤 나머지 좌석들은 흰 명찰의 '보통관객'들에게 배당되었다. 흰 명찰이 '푸른지대'로 다가가면 두 청년이 이를 제지했다.

"수용소 경험을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해 달라"는 브라운백 의원의 질문에 강씨는 수용소의 두 가지 종류와 기능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는 '들어가면 못 나오는 수용소'가 있고, '죽이지는 않는 수용소'가 있다고 있으며, 수용소는 북한사회에서 크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반대파들을 간단하게 처리하는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들을 모아서 최소한의 식량만 주면서 죽도록 일을 시킴으로써 주민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반세기 동안 세습을 통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용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21세기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권교체 방안" 질문에 "인권문제 해결 전에는 지원 중단" 주장

북한인권대회에는 4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오른쪽 무대에는 '자유한민족' 왼편 벽에는 '김정일의 반인륜적 죄악상전시회'라는 현수막 표어가 보인다.
북한인권대회에는 4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오른쪽 무대에는 '자유한민족' 왼편 벽에는 '김정일의 반인륜적 죄악상전시회'라는 현수막 표어가 보인다. ⓒ 강인규
브라운 백은 "북한주민을 돕기 위해 '정권교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씨는 핵문제보다 인권문제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대북지원과 결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한이 북한정권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지금 북한 정권은 핵을 이용해서 국제사회에 공갈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핵에 자꾸 집중하다보면, 북한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게 바로 김정일 정권이 노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핵보다 더 중요한 인권을 대북지원과 대화의 조건으로 건다면 분명 북한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모든 지원 중단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처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면 북한은 변화할 것이다."

브라운백은 북한주민이 김정일 정권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세뇌의 결과"이며, 주민들이 아무런 판단의 합리적 기준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범하는 오류라고 주장했다. 설사 북한주민이 김정일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백은 강철환 기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공포체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항상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공포로부터 벗어나 안전이 확인된 이후에야 비로소 본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북한주민들 대부분은 공포 때문에 겉으로는 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아 김정일 체제를 신임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공포가 없어지면 김정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체제를 비판하는 동시에 체제변화를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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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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