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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북한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 때문"이라고 주장한 나탄 샤란스키.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북한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 때문"이라고 주장한 나탄 샤란스키. ⓒ 이강근
그는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북한이 전 세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평소 북한에 대해 많은 언급을 했다.

샤란스키는 "독재 정권은 도움을 받지 못하면 약해지게 된다"며 "따라서 북한에 관한 모든 종류의 정책을 인권과 연계시켜 인권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지도자가 미국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거나 미국을 위협하는가가 아니라, 북한이 그들의 국민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북한도 지난 2002년 경제개혁 조처를 취하는 등 느리지만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샤란스키는 "만약 북한이, 예를 들어 한국과 함께, 자유 개방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샤란스키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전 세계 확산" 등 부시 행정부가 내세우는 중요 개념을 제공한 사람으로, 그에게는 '부시의 도덕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쿠바·미얀마 등을 '잔존한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던 것도 바로 샤란스키의 책에서 나온 말이었다.

샤란스키는 오는 19일(미국 시각) 미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 주최로 열리는 '제1회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해 샘 브라운백 미 상원의원(공화),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 등과 대담할 예정이다. 이들의 대담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샤란스키는 옛 소련 우크라이나 출생으로 1977년 반역과 스파이 혐의 등으로 13년 형을 선고받고 실제 9년을 복역했다. 지난 1986년 스파이 상호교환 프로그램으로 풀려나 이스라엘로 이주한 샤란스키는 민주주의가 없는 팔레스타인과 협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 우익 정치인이다.

샤란스키는 세계를 자유사회로 공포사회로 구분하며, '누구나 체포, 투옥 등의 공포 없이 마을 광장 한 복판에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를 공포 사회로 규정하는 샤란스키의 '마을광장(town square) 시험' 이론은 유명하다.

샤란스키와 인터뷰는 예루살렘 주택가에 위치한 '살렘센타'의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샤란스키와의 일문일답.

나탄 샤란스키와 필자.
나탄 샤란스키와 필자. ⓒ 이강근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9·11 때문에 쓰게 된 것

- <민주주의를 말한다>라를 책이 얼마 전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이 책을 쓰겠다는 계획은 언제 한 건가. 이 책이 큰 반향과 세계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나?
"이 책은 내가 30여년을 넘게 반체제 운동을 해 오면서 지지해온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는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소련에서 나의 윤리를 형성해준 선생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 서방세계에 왜 독재정권과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게 잘못된 것인지, 그러한 정권과 합의한 것에 의존하는 게 왜 위험한지, 구 소련정권의 정책과 연계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이 때문에 나는 감옥에 투옥됐다가 석방됐다. 석방된 뒤 우리의 투쟁들이 열매를 맺고 국제관계에 인권과 연계해 제안한 내용들이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나는 자유국가들에 의해 이런 교훈들이 무시됐을 때 절망했었다.

내 글은 이에 관한 것으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싣기도 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제한된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그 뒤 9·11이 발생했을 때 나의 모든 경험을 책이든 기사로 요약해 낸다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싱크탱크들과 대학에서 어떤 논의들을 유발시킬 것으로 봤다."

- 9·11 때문에 책을 쓰게 됐다고 봐도 되겠나?
"9·11 이후 미국 행정가들은 테러 정권들과 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들어서는 정권이 민주정권인지 새로운 독재정권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 묶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 이러한 파장을 예측했었나?
"출판 초기부터 그렇게 부시 미국대통령의 관심을 끌어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결국은 관심뿐만 아니라 그의 정책을 공고히 하는데 이용함으로써 내 주장은 결과적으로 더욱 영향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미국 부시 대통령이 내 책을 팔아주는 판매자가 될 줄은 몰랐다."

- 지난 5월 초, 이스라엘의 분리정책(가자철수)에 반대하며 정부 장관직을 사임해 뜨거운 뉴스가 됐다. 사퇴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나는 비민주적인 제도권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는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책에서 설명했다. 그것은 내 입장이나 신념에서 볼 때 아주 논리적인 것이다. 그 논리에 따라 사임한 것이다. 이는 결코 팔레스타인을 계속 통제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민주화를 북돋아주고 또 민주화와 연계만 된다면 양보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스라엘) 수상과 함께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한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들의 모든 양보는 단 하나의 현안, 즉 민주개혁과 연계되어야만 한다. 만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또 양보해준다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서게 할 수 없다. 다만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테러활동 덕분에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믿게 될 뿐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우려하는 것이다. 내가 정부에 남아서 투표를 해보기도 하고 상황에 영향도 끼쳐봤지만, 그런 방법으론 나도 이제 지쳤다. 예를 들어, 당신이 반대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에 남아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가 보다 북한이 국민들을 위협한다는 게 최대 관심사"

- 당신의 책은 주로 중동의 아랍국가에 대해 쓴 것인데, 북한에 대해서도 많은 양을 할애했다.
"사람은 각각 다른 정신체계,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공포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자유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를 선택하라 하면 하나같이 공포 없는 삶을 선택한다. 나는 국민과 그 지도자 그리고 독재와 민주주의 간의 관점에서 이 모든 관계들을 분석했는데, (독재국가에는) 공포의 느낌과 이중적 사고(공포를 느끼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회색분자)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테러리스트 정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이중적 사고를 중단한 것으로, 이는 체코, 이라크, 그리고 북한이든 어디든 생겨날 수 있다. 이는 공포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는 공통된 욕망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내 이론이 어느 종류의 독재 정권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북한이야 말로 이 지구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장 전형적인 독재 정권의 한 예이다. 바로 이 예를 보여주기 위해서 북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

- 2004년에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때 북한에 대해 얘기한 것이 있는가?
"그 만남은 개인적인 것이었다. 기록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화의 어떤 것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 때 부시 대통령은 처음부터 내 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늘 느껴온 것을 증명한 것으로, 자유는 미국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나는 그 책의 기본원칙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어떻게 세계의 각각 다른 부분에 적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계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도 우리가 언급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 부시 대통령을 다신 만날 것으로 아는데 부시에게 북한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줄 생각인가?
"글쎄, 언제 만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다. 내가 정부에 몸담고 있든 떠나든 문제되지 않는다.

북한은 상당히 위험한 정권으로, 대량학살무기를 가지고 있다. 정권의 유형이나 사상을 봐도 그렇다. 이 때문에 자유세계와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정권의 핵무기 때문에 제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정권 내부에 아주 심각한 변화를 유발해 내어 공포 없는 사회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내부 문제에 간섭하면서. 만일 내부 사람들이 자유를 원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수 없다. 사실 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독재 정권은 도움을 받지 못하면 약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북한에 관한 모든 종류의 정책을 인권과 연계시켜 인권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북한 지도자가 미국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거나 미국을 위협하는가가 아니라, 북한이 그들의 국민들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대 관심사다."

"중요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것"

샤란스키는 국내에서 발간된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샤란스키는 국내에서 발간된 자신의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이강근
- 지난 6월 1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나는 북한과 미국간의 협상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다. 또 거기에는 전략적이고 중요한 이슈가 많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발언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에게 전략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에게 동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고, 북한 내 반체제 인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반체제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고, 회색분자에서 선을 넘어서서 반체제 인사로 전환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를 이루는데 있어 북한이 소련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접촉이 있고, 서로 만남을 갖고, 논의가 있었는데, 응답이 무엇인가? 만일 그 응답이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그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불행이다. 대신 그 응답이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 보다) 북한 주민에게 아주 많은 동정을 베풀고, 북한 주민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공포 없이 살 수 있게 하고, 더 좋은 음식을 먹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이것이야 말로 정말 좋은 것이다."

- 한국은 미국의 북한 공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1950년에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한국 국민들이 전쟁재발을 두려워한다고? 자유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한, 한국에 어떠한 군사적 공격도 없을 것이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이 세계에서의 변화, 즉, 민주주의의 확산은 소련에서 있었던 것처럼 결코 한번에 이뤄질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경제 문화 금융 정책들이 인권과 함께 연계되어야 한다.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가난하다. 그들은 엄청난 금액을 핵무기에 소비하면서도 주민들에게 먹일 돈은 없다. 이런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유세계의 모든 정책은 인권문제와 분명히 연관지어야 한다. 북한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계속해서 절대적인 독재를 취한다면 그들은 자유세계로부터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을. 만일 그들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자유를 원한다면 자신의 국민들에게 남한과의 자유로운 접촉과 정보와 자유로운 이민 등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시작과 함께 아주 빠르게 전진해야 한다. 사람들이 공포냐 자유냐를 선택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자유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 북한도 지난 2002년 경제개혁 조처를 취하는 등 느리지만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가고 있다.
"물론 우리 모두는 즉시 자유를 원한다. 그러나 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를 북돋아 줄 수 있다면, 이는 아주 중요하다. 중국이 자유경제를 위해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10년 전에 비해 오늘날 중국은 덜 위험한 국가다. 비록 여전히 완전한 자유로부터는 멀지만 말이다. 한 면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자유가 많을수록,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에게 더욱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북한이, 예를 들어 한국과 함께, 자유 개방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

- 당신은 책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블록의 인권과 연관지어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인권법은 당신의 주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북한 인권법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나는 당시 미국의 인권과 안보에 관한 법률제정을 위해 열린 미국 청문회에 참석한 많은 의원들을 만났었다. 9·11 이후 이 주제들은 아주 중요한 현안이 된 문제들로, 나는 의원들에게 공산주의에 대항해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거듭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산주의에 대해 승리하게 된 전환점은 미국에서 잭슨법안이 최초 입법되었을 때다. 이 법안은 소련의 인권법과 연계된 것이었다. 나는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중동과 많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과 북한 그리고 중동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늘 (인권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기쁘다. 현재 적어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의 안보는 그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한국에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선 한국에서 내 책이 첫 번째로 번역출간 돼 아주 기쁘다. 97년 당시 산업무역 장관이었을 때 한국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2~3일간의 아주 짧은 기간이었다. 한국에 초대돼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강연하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국경을 방문하고 싶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산세계와 자유세계간의 국경이 아닌가. 그리고 마지막 국경이 될 것이다. 또 한국에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신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능하다면 북한에서 온 반체제 인사들도. 이는 나에게 정말 흥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다. 북한 주민들도 공포 없는 자유사회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그것도 남한보다 더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엔 의심할 바가 없다. 북한에서 더 많은 자유가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남한 사람들과 세계를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진정한 안보를 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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