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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과리를 치던 상쇠, 마이크를 들고 관람석으로 달려가 익살을 부리며 우리가락 한소절을 가르치고 또 따라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든다.
꽹과리를 치던 상쇠, 마이크를 들고 관람석으로 달려가 익살을 부리며 우리가락 한소절을 가르치고 또 따라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든다. ⓒ 서정일
국악한마당은 이미 지난 5월 29일 낙안읍성 객사에서 첫 마당을 연 바 있다. 관람객들과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는 소문을 듣고 은근히 어떤 공연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5일 오늘, 직접 눈으로 확인한 무대는 저것이 바로 진정한 공연문화임을 확인하는 시간.

'다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오늘 멋들어진 굿판을 벌인다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하나 되어 신명나는 굿판을 열어보세. 두리둥 둥 둥 두리둥 북소리 세상에 울려 퍼져 한라에서 백두에 이를 제 어깨춤 덩실덩실 신명나는 굿판을 열어보세. 다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오늘 우리 하나 되어 신명나는 굿판을 열어보세.'

시작부터 앞줄에 앉아 흥겹게 즐기던 외국인 두사람, 짧게나마 탈춤의 율동을 배우고 직접 사자탈 속으로 들어가 공연을 한다.
시작부터 앞줄에 앉아 흥겹게 즐기던 외국인 두사람, 짧게나마 탈춤의 율동을 배우고 직접 사자탈 속으로 들어가 공연을 한다. ⓒ 서정일
최호 단장이 이번 국악한마당을 위해 준비한 글이다. 유독 '다함께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하나 되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그의 글은 시작을 알리는 첫 굿인 풍물 판 굿의 공연마당에서 행위로 나타나 관객 모두에게 옮겨온다. 그 맛은 일품이요 감칠맛 난다.

풍물 굿에는 중요한 세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고 한다. 풍물, 판 그리고 관객인데 풍물 굿은 이 세 가지의 일체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판을 형성하여 굿을 치고 연회의식을 베풀어 관객의 흥을 최고로 고조시키는 것이 바로 일체인데 그 첫 마당인 풍물 굿에서부터 벌써 관객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가락이라는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순천국악단원이 풍물판굿을 공연하고 있다
순천국악단원이 풍물판굿을 공연하고 있다 ⓒ 서정일
풍물 굿이 한마당의 시작을 제대로 이끈 탓일까? "자 진도아리랑을 배워보기로 합시다" "북에 맞춰서 박수를 쳐 봅시다"라는 주문이 나오기 무섭게 관객들이 먼저 서둔다. 지난번 첫 공연 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호응을 받았다는 공연형식이 바로 이거구나 하고 느껴진다. 나도 주인공이며 온 김에 우리가락 하나 배워간다는 독특한 재미가 숨어 있다.

사실 지금껏 낙안읍성은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여러 공연들이 펼쳐져왔다. 민속마을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우리 것에 관한 것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무대가 너무 멀었다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공연자와 관람자 간 마음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는 것. 공연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지만 돌아서면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늘 공연형식은 앞으로 공연이란 어때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목젖이 흔들릴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기꺼이 사자탈을 뒤집어쓰고 배우가 되어 율동을 선보인다. 공연 시작부터 앞줄에 앉아 열심히 쳐다보던 외국인들, 오늘을 특별했던 날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 역시 오늘 공연의 관람객이자 주인공이었다.

여성국악단원이 남도민요를 공연한 후 관람객들에게 진도아리랑 한소절을 가르쳐주고 있다
여성국악단원이 남도민요를 공연한 후 관람객들에게 진도아리랑 한소절을 가르쳐주고 있다 ⓒ 서정일
"그 사람들 잘하네."

1시간 반 정도 공연이 짧게만 느껴지는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객사 문을 나서는 관람객들은 의미있고 재미있었다고 이구동성 얘기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한 듯한 뿌듯함이다.

잠깐이었다. 짤막한 한 소절이었다. 하지만 무대에 선 주인공처럼 그리고 어려운 우리가락을 완창한 것처럼 참여한 이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순천국악단의 흥겨운 국악한마당, 7월10일까지 매주 일요일 2시에 공연을 한다고 하니 이 정도는 챙기는 센스를 발휘해 봄직하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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