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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내엔 대여섯 마리의 소가 있다. 예전엔 농사일을 했지만 지금은 농가소득원이다. 한가하게 그늘에서 여물을 씹는가 싶더니 졸고있다.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 하니 깜짝 놀란다.
낙안읍성내엔 대여섯 마리의 소가 있다. 예전엔 농사일을 했지만 지금은 농가소득원이다. 한가하게 그늘에서 여물을 씹는가 싶더니 졸고있다.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 하니 깜짝 놀란다. ⓒ 서정일
"낙안읍성 지저분하고 냄새나서"

연재를 시작한 지난 5개월 동안 숱하게 많이 들어온 말이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보면, 그러한 점을 지적하는 관람객들의 글들도 많이 있다. 그런 말이 들려올 때 마다 낙안읍성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큰 죄나 지은 것처럼 얼굴을 들지 못한다.

민가엔 생활도구들 하며 온갖것들이 집주위에 널려있다.
민가엔 생활도구들 하며 온갖것들이 집주위에 널려있다. ⓒ 서정일
하지만 이것처럼 아이러니한 일은 없다. 옛날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 우리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본다, 박재된 민속촌이 아니라 살아있는 민속촌이라는 낙안읍성을 방문해서 결국 현대를 고집하고 아스팔트를 그리워하는 모순 된 관람형태를 보이고 마는 것이다.

"옛날 다들 이렇게 살았어라우." 읍성주민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잡초하나 미물하나까지도 함께 자연스레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것이 바로 조상들의 삶인데 너무 인위적인 모양새를 갖추라는 요구같다고 말들을 한다.

3월말 보존회와 관리사무소간에 의견대립이 있었던 포장길
3월말 보존회와 관리사무소간에 의견대립이 있었던 포장길 ⓒ 서정일
알다시피 낙안읍성은 흙먼지가 인다. 개똥도 있고 소똥도 있다. 한쪽에선 짚이 썩고 있고 담장 밑엔 벌레들도 많다. 구석구석엔 이름모를 꽃들과 잡초들도 무성하고 담은 비틀비틀하다. 한편의 관람객들은 이곳의 매력이 그런 점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런 게 더욱 자연스럽지 않나요?" 라고 되레 반문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 3월에도 주민대표격인 보존회와 관공서인 관리사무소가 낙안읍성의 출입구인 동문에서 서문까지의 포장길을 두고 한바탕 옥신각신 했던 일이 있었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냐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셈.

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불신의 벽만 높아진 셈인데 서로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낙안읍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늘 불씨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관람객들의 지적사항인 '지저분하고 냄새나서'도 두고두고 생각해 볼 화두다.

동문 오른편은 잘 정돈되고 싱그럽다. 사진은 낙민루앞 노거수.
동문 오른편은 잘 정돈되고 싱그럽다. 사진은 낙민루앞 노거수. ⓒ 서정일
"왼쪽편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 서울에서 단체관광에 끼어 온 주부 김순임(48)씨, 함께 온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눈치를 살핀다. 4만여 평의 낙안읍성에서 출입문인 동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사람이 살지 않는 전시가옥격인 관아요 왼쪽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민가인데 민가쪽을 염두에 둔 말이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확고한 신념이 없이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 말할 것도 못된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만은 되짚어 볼 일이다. '이곳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 온 곳이 맞는가'하는 것과 '이곳이 살아있는 민속촌이란 말이 맞는가'라는 점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샅길 바닥은 여전히 울퉁불퉁하고 담 허리도 불룩하게 삐져 나와 있다. 그 위로 담쟁이 넝쿨은 치렁치렁하고 너머로 보이는 소는 졸고 있다. 그 옆엔 소똥이 가득하다. 풍겨져 나오는 냄새, '지독하다' 해야 할까 '향기롭다'고 표현해야 할까를 가지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민가에 소품이 걸려있다. 재미난 것은 소품 왼쪽편의 벽은 말끔하게 손질된 모습이며 오른쪽은 거칠고 헤진 모습이다. 집주인 임씨는 관람객들이 이곳에 올때 어느쪽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 말한다.
민가에 소품이 걸려있다. 재미난 것은 소품 왼쪽편의 벽은 말끔하게 손질된 모습이며 오른쪽은 거칠고 헤진 모습이다. 집주인 임씨는 관람객들이 이곳에 올때 어느쪽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 말한다. ⓒ 서정일

덧붙이는 글 | 한발짝 더 들어가서 보자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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