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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쾀멘 /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 <도도의 노래> ⓒ 푸른숲
기록에 남아 있는 도도의 모습은 커다랗게 살이 찐 몸집에 부리 끝이 구부러지고, 깃털이 대가리의 앞에는 없고 뒤에만 있는 못생긴 동물이었다고 한다. 날지 못하는 새 도도는 아프리카 연안에서 떨어진 인도양의 한쪽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에는 모리셔스 섬 전역에서 도도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적어도 유럽인들이 이 섬에 상륙하기 전까지는.

모리셔스 섬에 최초로 상륙한 사람들은 1507년 포르투갈인들이었다. 당시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니던 포르투갈의 선원들은, 이 섬에 상륙하고도 섬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도도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떠나갔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1598년 네덜란드 원정대가 이 섬에 상륙한 이후였다. 그때부터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네덜란드 함대들은 모리셔스 섬을 고기를 공급하는 장소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선원들은 모리셔스 섬에 가축을 방목하기 시작했고, 바다 거북이와 도도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 섬에 도착하는 선원들은 모두 수십 마리의 도도를 잡아서 절이거나 훈제를 한 후 배에 실었다. 오랜 항해를 해야 하는 선원들은 도도를 적당한 선상 메뉴로 여겼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살육이 수십년간 계속 되었지만 정말로 위험했던 것은 인간이 섬에 들여온 포유동물들이었다.

유럽인들이 상륙하기 전까지 모리셔스 섬에는 포유동물이 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네덜란드 인과 포르투갈인들이 돼지, 원숭이, 소, 염소, 사슴, 고양이, 개 등을 섬에 들여오면서 도도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돼지와 원숭이들은 날지 못하는 새인 도도에게 치명적인 포식동물이었다고 한다.

자연생태 저술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쾀멘의 저서 <도도의 노래(The Song of the Dodo)>는 인간이 멸종시킨 새 도도를 중심으로 자연의 생태와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비평가로부터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책'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이 책에서, 저자는 생물 지리학을 바탕으로 생물들의 격리, 진화, 변종을 풀어나가고 있다. 왜 유독 육지에서 떨어진 섬에서만 특이한 종(種)들이 생겨나는지, 왜 섬에서는 멸종하는 생물들이 많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섬의 생태조사를 위해서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며 그곳의 동물들을 관찰한다. 캘리포니아만의 미드리프 제도, 동남아의 말레이군도, 동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 등을 조사하며 어떻게 육지에서 떨어진 섬에서는 특이한 종들이 분화하고 진화하는지, 육지에서 살던 포유동물과 파충류들은 어떻게 고립된 섬으로 이주해서 번식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섬에만 살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예로 들고 있다. 나무를 타는 캥거루, 난쟁이 화식조, 날지 못하는 키위, 무엇이든 잡아먹는 코모도 왕도마뱀 등이 그런 예들이다.

'고립된 섬'이라는 장소에 집중하고 있는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가설을 내놓는다. 섬은 그 특수성 때문에 육지에서는 볼수없는 새로운 종들이 탄생하고 진화한다. 하지만 바로 그 특수성 때문에 섬은 또한 종들이 사라져 가는 장소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멸종해 가는 동물들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소개하고 있다. 모리셔스 섬에서 황조롱이를 되살려 놓은 웨일즈 청년 칼 존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 모리셔스 섬의 황조롱이는 한때 10마리 이하의 수로 감소하면서 멸종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칼 존스의 보호와 노력 덕분에 몇년 후에는 수백 마리의 개체군으로 증가하면서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칼 존스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모리셔스 섬에서 그를 직접 만나서 그의 활동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동물들의 죽음과 멸종에 대해서 열정적인 청년 칼 존스는 특히 인간이 멸종시킨 도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저자에게 말한다.

"도도는 멸종한 전설적인 새가 되었어요. 아주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지요. 그 전에도 멸종은 있었고 그 후에도 멸종사례는 계속 있었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이 어떤 종을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최초의 사건이니까요. 인간이 이 세상도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는 바로 그때, 즉 도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계속 약탈하고 유린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따라서 도도의 종말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도도에 관한 마지막 기록은 1662년의 것이다. 난파된 배에서 탈출해 모리셔스 섬에 도착한 네덜란드 선원들 몇몇이 도도를 생포해서 잡아먹은 것이다. 당시에도 모리셔스 본섬에는 도도가 없었다. 그 선원들은 모리셔스 섬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섬에서 도도를 발견할수 있었다.

굶주린 선원들은 그 도도를 모두 잡아서 먹고 며칠 후에 운좋게도 구조선에 의해서 모리셔스 섬을 떠날 수 있었다. 인간이 모리셔스 섬에 상륙한 지 200년도 못 되어서 도도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모리셔스 섬에 퍼지던 도도의 노래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도도의 노래 - 사라진 새 도도가 들려주는 진화와 멸종 이야기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신현철 해제, 김영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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