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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전을 공연하고 있다.
판소리 심청전을 공연하고 있다. ⓒ 서정일
지난 5월 4일부터 시작된 순천낙안읍성축제는 어버이날인 5월 8일, 5일 동안의 긴 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순천시 공무원은 대부분 행사진행을 위해 조를 나눠 매일 낙안읍성을 방문했고 1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맡은 구역에서 임무에 매달렸다. 현지주민들은 음식준비와 행사 장비를 매만지느라 바빴고 무대에 오르는 공연 팀들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낙안 땅을 밟았다.

축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순천낙안읍성축제는 이번이 12회째다. 민속에 치중하기 보다는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문화축제를 개발한다는 전략으로 전문성 보완을 위해 단위행사 공모 및 예술 감독제까지 운영하면서 온 힘을 다한 이유가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만들기 위한 몸부림인 것.

신들린 듯 괭과리를 치고 있다.
신들린 듯 괭과리를 치고 있다. ⓒ 서정일
한시 백일장을 비롯한 굵직한 행사만도 20여개, 상설 및 부대행사는 30여개에 가깝다. 쉼 없이 줄기차게 달려온 5일간의 일정, 곱씹어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날 한시 한 편이 순천낙안읍성축제의 서막을 알리며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진 개막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도관광 거점도시' 선포를 하게 된다.

조선시대 시간을 알려주던 의식을 재현한 경점의식은 독특해 보인다. 순라행렬과 수문군 교대식은 축제 때만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 평소에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의미 있는 볼거리로 괜찮을 성 싶다. 행사 기간 중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끼어있어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지만 크게 보면 이번 축제가 남녀노소 모두를 끌어안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풍물 경연에 참가한 어린이.
풍물 경연에 참가한 어린이. ⓒ 서정일
특히 실버연주단의 공연이나 결혼 60주년을 맞이하는 20쌍 노부부 회혼례 의식은 희미해져가는 효 사상과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기억 속에 남는다.

또한 낙안고장에서 행해지던 줄다리기와 성곽 밟고 달집 태우는 행사는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다.

행사 끝 무렵에 쏟아져 나온 인간문화재 송순섭의 동편제 소리여행이라든지 사물놀이 창단주역인 이광수의 풍물판굿은 축제기간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대형 공연이었다.

이곳 낙안읍성이 가야금 병창 명인 오태석이 태어난 곳이며 송만갑 선생이 기거했던 곳으로 소리의 고장임을 재확인시켜준 송순섭의 소리공연은 지역주민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폐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폐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 서정일
남도지역이 소리와 춤의 고장임을 알리기라도 하듯 도립국악단의 공연과 순천명신대 풍물패의 사물놀이도 매우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순천문화원의 우리문화 한마당까지 합세하니 이 고장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남도의 가락과 춤의 기량에 움찔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에게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창작판소리 '또랑깡대' 공연과 전국 어린이 옛동요 경연은 교육적 의미까지 담겨져 있었다. 축제가 정서적으로 메마른 요즘 아이들에게 교육적 역할까지 담당한 셈.

어린이 풍물경연에 참가하기 위해 노거수 아래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희망찬 미래를 보는 듯 뿌듯함까지 들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고 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고 있다 ⓒ 서정일
죄인 압송 퍼레이드는 재미난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달구지에 타거나 걸어서 끌려가는 죄인 역을 맡은 연기자를 오장과 포졸들이 옥사에서 동헌까지 수시로 압송하는데 그때마다 관광객들은 셔터를 눌러대며 즐거워하고 죄인과 포졸들에게 떡이며 음료수를 나눠주는 진기한 모습을 연출한다. 실제 상황이 아닌 연출이란 것은 이렇듯 해학적인 요소를 주는 모양이다.

공연과 관람객은 따로 놀았다

공연 수준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성곽 안에서 펼쳐진 여러 가지 행사는 짜임새 있어 보였고 세련미까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 즐기는 관광객들 한편에선 다소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축제와는 다른 성격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일.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성곽밖 주차장엔 전통적(?)인 축제 모습이 나타난다. 현란한 트로트 음악과 각설이로 분장하고 춤을 선사하는 공연 패에서부터 30여개의 천막들은 각종 먹을거리와 술로 가득 찼다. 입구엔 너나없이 반짝이는 불빛들을 달았으며 시골 장날처럼 시끌벅적하다.

성곽밖 공터에서 열린 각설이공연
성곽밖 공터에서 열린 각설이공연 ⓒ 서정일
그런데 웬일인지 그곳에 있는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춤판이 벌어지고 웃고 떠들면서 한마당을 즐긴다. 성 안에서 어색해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다. 성 안에서는 관람객이었는데 성 밖에서는 무대의 주인공으로 변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세련된 축제였지만 공연과 관람객은 따로 놀았다'는 표현이 제 12회 순천낙안읍성 축제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어찌 보면 관람객의 눈은 성 안의 공연장에 있지만 마음은 성 밖의 각설이판에 있었던 것.

축제는 끝이 났다. 순천시가 낙안읍성 축제를 전국적인 축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문화적 볼거리에 욕심을 낸 것은 의미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네 마음 속의 흥이 다른 곳에 있다는 현실은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축제가 그것을 재확인시켜준 셈. 다음 축제 때 얼마만큼 그 괴리를 좁혀 가느냐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새롭게 시작하는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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