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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라면 배달국의 14대 왕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중국인의 선조는 치우이고, 치우의 선조는 바로 오월(吳越)의 조상이라 말하는 학자들이 중국 안에 상당수 있어요."
"오월이 어떤 나라인가요?"
"바로 동이족을 가리킵니다."

김 경장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중국의 선조가 바로 우리 고조선과 맥을 같이 하는 배달국가의 치우라 말이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국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주장들도 요즘 한창 일고 있는 동북공정에 묻혀 그 빛을 바래고 있는 형편이죠."

말하면서 채유정은 안타까운 표정을 드러내 보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그녀는 두통이 이는지 오른쪽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으로 힘껏 누르고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김 경장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물었다.

"그 피라미드의 정체를 파헤치면 홍산 문화에 대한 사실도 잘 알릴 수 있겠군요."

채유정은 어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기면서 자세를 고쳐 앉고 있었다.

"박사님이 숨겨두신 유물도 그 문화의 결정체일 겁니다. 여태 발굴된 유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목숨과도 바꾸었던 거겠죠."

좁은 창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긴 했으나 방안의 더운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창이 좁은데다 천장까지 낮아, 한낮에 지붕에 모아졌던 열기가 그대로 방안에 전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좁은 방안에서 비적비적 땀을 흘리고 앉아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김 경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창틀에 모로 머리를 기댔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낮에 박물관에 갔던 기억을 몇 번이나 떠올렸다. 그러자 그 유물들 속에 떠올랐던 어떤 단서가 플래시백처럼 번뜩이기 시작했다. 펑, 하고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언뜻 스틸 사진 한 장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다. 사진의 끝이 꼬리를 흐리면서 영상이 한 데 뭉뚱그려졌다.

그는 사라지는 그 영상의 끄트머리를 끌어당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뇌리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동안 안타까움에 그 영상을 떠올리려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김 경장은 아랫입술을 감쳐 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되겠어요. 그 박물관에 다시 한 번 가야겠어요."
"이 시간에요?"
"가서 그 유물들을 다시 보고 있으며 그때 떠올랐던 단서들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박물관이 문을 닫은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랑 같이 가자는 겁니다. 그 박물관 조교랑 잘 아신다고 그랬죠? 가서 부탁을 해보면 허락을 할 지도 모르잖아요."

채유정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도 힘들 겁니다."

하지만 김 경장은 자리에서 일어서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부딪혀 봐야죠. 이렇게 방안에 숨어 지내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어쩌면 공안들이나 그들이 다녀갔을 지도 모르잖아요. 위험해요."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피해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잡힐 때 잡히더라도 단서는 얻어야 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며 김 경장이 먼저 방을 나섰다. 잠시 망설이던 채유정도 함께 나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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