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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난립되어 있는 낙안읍성
간판이 난립되어 있는 낙안읍성 ⓒ 서정일
낙안읍성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국가 사적지로 지정번호 제 302호다. 그런 곳에 일반 유원지처럼 식당이나 민박 간판이 걸릴 수 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요 일반유원지에 와 있는 기분이네요" 서울에서 왔다는 김선희(46)씨 개인이나 기업에서 관리하는 곳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간판이 난립되어 있는 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 한곳에 집 주위로 간판이나 메뉴 판이 수십 개씩은 넘는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호젓한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상업적으로 변한 것에 몹시 실망하는 표정이다.
한 음식점은 플라스틱으로 된 전등간판까지 골목길에 나와있다
한 음식점은 플라스틱으로 된 전등간판까지 골목길에 나와있다 ⓒ 서정일
하지만 관광객들이 이곳의 사정을 조금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낙안읍성은 문화재이면서도 성내에 90여 가구가 살고 있기에 사유지인 조금은 특수한 사정이 있다. 그 이유로 조금은 변형된 운영이지만 읍성내에서 영리활동인 민박과 식당을 허가한 것.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생계보장책도 함께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줬음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은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구 쪽인 동문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림을 참을 수가 없다. 낙안읍성을 사랑한다면서 연재를 자청했으면 관광객들이 지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시정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젠 사진을 찍을 때 눈오는 모습을 먼발치에서만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젠 사진을 찍을 때 눈오는 모습을 먼발치에서만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 서정일
낙안읍성, 문화재이면서 사유지임을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의 생계 또한 마음엔 걸린다. 하지만 지정된 네 곳의 식당에서 경쟁체재가 아닌 주민 자치적으로 거의 순번이 돌아가 듯 식당을 운영하는 마당에 길거리 상점들처럼 한집에 수십 개씩의 크고 작은 간판을 달고 민속경관을 해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관광객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할 말이 더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구 쪽으로 나가버리는 김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주민들의 설자리는 없다. 관과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간판과 같은 허울로 승부하기 보다는 전통과 문화로 승부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은 방문자들의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www.nagan.or.kr)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은 아름다운 낙안읍성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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