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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하나에 혼을 담아 작업에 열중하는 임채지옹
지푸라기 하나에 혼을 담아 작업에 열중하는 임채지옹 ⓒ 서정일
지푸라기에는 우리의 고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텔레비전 사극에서나 잠깐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낙안읍성에 가면 지푸라기에 혼을 심은 장인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가 바로 짚물 공예전문가 임채지(69)옹.

곡성군 고달면이 고향인 임옹은 10여 년 전부터 낙안읍성에서 짚물 공예품을 만들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민속가옥(제94호)로 지정된 자그마한 초가집, 온통 짚풀로 둘러싸인 이곳이 그의 짚물 공예 작업실이자 전시장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그가 만든 고향을 체험한다.

임옹의 방엔 많은 표창장과 함께 춤사위가 멋드러진 임옹의 사진이 걸려있다
임옹의 방엔 많은 표창장과 함께 춤사위가 멋드러진 임옹의 사진이 걸려있다 ⓒ 서정일
임옹이 지푸라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에서 자란 임옹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짚신 만드시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서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을 보고 좋아하길래 계속하게 됐다"고 한다.

짚새기를 꼬는 것이 너무 좋아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짚새기에 미쳐 살았던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런 그의 열정과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짚물에 관한 전문인이 되었고,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전시회도 열고 짚물공예와 관련된 화려한 수상경력도 가지고 있다.

짚풀을 이용해 임옹이 만든 독특하고 해학적인 짚물공예품들
짚풀을 이용해 임옹이 만든 독특하고 해학적인 짚물공예품들 ⓒ 서정일
임옹이 만드는 짚물공예품은 독특하다. 기존의 짚물공예가 짚신을 비롯하여 바구니, 멍석 등 생활도구들 위주라면, 임옹이 만들어 놓은 짚물들은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재미난 것들이다. 쥐, 고양이, 호랑이 등 동물 형상의 공예품에서부터 다양한 느낌의 가면들까지 그의 작품들에는 그의 예술적 감각은 물론 넉넉한 마음과 해학까지 느낄 수 있다.

짚물공예에 관한 여러가지 아쉬움으로 임옹은 담배를 피워문다
짚물공예에 관한 여러가지 아쉬움으로 임옹은 담배를 피워문다 ⓒ 서정일
하지만 임옹에게 항상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가 있다. 자신의 일을 이어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짚물 공예가 힘들고 돈벌이도 안 되기 때문에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 뿐만 아니라 지푸라기를 가지고 만드는 작업이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로 전락해가는 것도 내심 안타까워한다. 우리의 전통과 혼인 짚물공예가 박물관 유리전시관 속에 박재되어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들이마신다.

임옹의 손놀림 하나 하나까지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사진인들
임옹의 손놀림 하나 하나까지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사진인들 ⓒ 서정일
임옹의 짚물공예 시범과 짚풀 체험은 낙안읍성을 찾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높다. 임옹이 지푸라기라도 삼고 있으면 어김없이 초가집 담 너머로 기웃거리던 관광객들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기한 듯 구경하며 요것조것을 묻고 만져본다.

사진인들은 임옹의 손놀림 하나 하나까지도 기록으로 남기려고 애를 쓴다. 그들에게 임옹의 구성진 입담과 밝은 웃음은 늘 흥을 돋운다. 짚풀 체험은 어른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직접 새끼꼬기와 짚신 만들기를 겸험해 본 아이들에겐 신기한 놀이와 전통체험의 기회를 준다. 외국인들도 또한 큰 관심을 보인다.

늘 임옹은 환한 웃음과 구성진 입담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늘 임옹은 환한 웃음과 구성진 입담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 서정일
주위 사람들은 임옹의 춤 솜씨가 가히 일품이라 말한다. 우리 가락만 흐르면 멋스럽고 맛스럽게 덩실덩실 춤사위를 엮어낸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우리 것에 빠져 있다. 지푸라기에 혼을 심은 장인 임옹, 낙안민속마을 모퉁이에서 짚새기로 공예품을 만들며 주목받지 않는 우리 전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커 보인다.

당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예술적 혼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의 장인정신과 전통이 담긴 짚물공예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 가는 낙안읍성연재
http://blog.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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