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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둘레 약 1400m. 주 통로인 동문 위에서 성곽 위를 걸어 한 바퀴 돌면 단 한 차례 내려오는 서문쪽을 제외하면 성의 안과 밖을 살피면서 낙안읍성을 구경할 수 있는 코스가 펼쳐진다.

울퉁불퉁 바위가 멋들어진 금전산을 보면서 걷는 북쪽 성곽이나 넓게 펼쳐진 평야의 시원스러움에 가슴 속까지 후련한 남쪽 성곽이나 서문쪽인 빙기등에 오르면 낙안읍성이 한눈에 들어와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어진다.

▲ 서문옆 김소아씨댁 앞 성곽. 오른편이 내부인지 왼편이 내부인지 헷갈린다.
ⓒ 서정일
이렇듯 성곽 위를 걸어 한 바퀴 도는 코스는 산책로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관광코스기에 들뜬 마음에 지나치다 보면 다른 성곽에선 볼 수 없는 낙안읍성만의 특이한 성곽 구조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다름 아닌, 외부에서도 성곽 위로 자유롭게 올라올 수 있게 만든 계단이 그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구조다. 외부의 침입을 막고 내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든 군사 목적의 성에서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성에 오를 수 있도록 성벽 바깥 부분에 계단을 만든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쯤되면 이곳이 성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한 일. 성곽을 따라 걷다가 서문 옆 김소아씨댁 앞에 서면 이쪽이 성의 내부인지 저쪽이 성의 내부인지 잠시 헷갈릴 것이다.

"이 부분은 아직 정확히 규명된 것이 없어 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 성벽 외부로 난 계단. 일반적인 성에서는 볼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 서정일
문화재청을 통해 알아본 문화재 전문위원 손영식 박사의 답변이다. 이런 성곽의 구조는 전국에서 이곳밖에 없다. 문화재를 깊이 연구하는 위원들조차 결론내리기를 주저한 낙안읍성만의 특별한 성곽구조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암문(暗門) 형태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정합니다."

낙안태생 향토사학자 송갑득 선생은 일반적인 성곽엔 아측에서 성내에 필요한 병기, 식량 등 항쟁물자를 운반하고 적에게 포위당했을 때 적의 눈에 띄지 않게 구원요청은 물론 원병을 받고 역습을 하는 통로인 암문이 있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사견을 피력했다.

▲ 전문위원들조차 결론 내리기를 주저하는 성벽 외부로 난 계단
ⓒ 서정일
동네 주민들은 처음부터 그랬다면서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 하지만 이곳이 생소한 기자에겐 그것은 특별함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특이한 구조를 만들어낸 것일까? 긴박한 전쟁의 순간에 이런 구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낭패를 보지 않았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평시인 지금 관광지가 된 낙안읍성의 이런 재미있고 특이한 성곽 구조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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