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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측의 위장취업 주장에 대해 심경을 밝히고 있는 이종란 씨.
최근 회사측의 위장취업 주장에 대해 심경을 밝히고 있는 이종란 씨. ⓒ 김한영
"제가 민주노총에서 지시를 받아 노조를 만들기 위해 위장취업을 했다고요.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저는 아는 언니 소개로 첫 직장에서 계산원 일을 해보고 싶어 자발적으로 이마트에 입사했습니다."

최근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비정규직 여성 계산원 노조탄압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회사측이 '위장취업자'로 지목한 이종란씨가 회사측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오후 용인 이마트 수지점 앞에서 열린 경기일반노조의 여성 계산원 노조탄압 2차 기자회견장에서 잠시 기자와 만나 약식 인터뷰에 응한 이씨는 29일 오전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의 '위장취업 혐의'에 대한 해명과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내가 공인노무사 자격증이 있어 한동안 경기일반노조에서 근로상담원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만으로 내가 민주노총에서 지시를 받고 위장취업을 했다는 회사측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28일 오전 열린 회사 인사위원회에 불려가 자신에게 쓰인 '위장취업 혐의'에 대한 '결백'을 진술하고 현재 징계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만약 해고조치가 내려질 경우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해 회사측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또 이마트 여성 계산원들의 근로조건 등 처우문제와 관련해 "비정규직 파트타임 근로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월 70여 만원이란 저임금을 받으며 토·일요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면서 근로조건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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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회사측이 위장취업자로 지목했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나를 민주노총에서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는데, 나는 내가 선택해서 움직인다. 회사측이 노조탄압 문제가 터지자 내가 경기일반노조 상담원으로 일했던 것을 문제 삼아 노조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 경기일반노조 법규부장을 지냈다는데 사실인가.
"약 1년 반 동안 경기일반노조 상담센터에서 법규부장이란 직함으로 상담일을 한 것은 사실이다. 월 20여만원 정도 활동비를 받고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했다. 법규부장이라니까 엄청 대단한 간부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노동조합에서 편의상 붙여준 직함이었다."

- 이마트 수지점에는 언제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지난 8월 27일 입사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현재 노조 분회장인 최옥화 언니가 계산원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소개해 경기일반노조 상담원을 그만두고 이마트에 입사하게 됐다."

지난 28일 경기일반노조가 '이마트 수지점의 여성계산원 노조탄압 규탄 2차 기자회견'을 열자 경비원들이 몰려나와 회견을 방해하면서 노조측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일반노조가 '이마트 수지점의 여성계산원 노조탄압 규탄 2차 기자회견'을 열자 경비원들이 몰려나와 회견을 방해하면서 노조측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김한영
- 이력서에 상담원 근무경력을 적지 않아 문제가 됐는데, 그 이유는.
"솔직히 캐셔 일에 노무상담 경력을 밝히기도 그렇고, 또 내가 경기일반노조에서 상담일을 했다고 하면 회사에서 뽑아 주지 않을까봐 이력서에 상담원 경력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인정한다. 회사측이 그 문제를 걸고 넘어지기에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 회사측은 노조를 만들기 위해 위장취업을 했다고 주장한다.
"억지 주장이다. 작년 7월 9일 오픈멤버로 입사한 최옥화 분회장 등 일부 언니들이 금년 3월 경기일반노조에 가입하면서 이마트 수지점에는 이미 노조가 결성됐다.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뿐이다. 또 만약 내가 노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입사하려 했다면 분회장보다 입사 일이 1년 이상 늦었겠는가. 나는 이마트가 첫 직장이고, 캐셔 일을 해보고 싶어 입사한 것이다."

- 회사가 해직통보서를 보냈다는데, 받았는가.
"아직 해직 통보서는 받지 못했다. 오늘(28일) 오전 나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기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렸는데, 출석해서 내 생각을 밝혔다. 나는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며 해직시키지 말라고 얘기했다."

- 인사위원회에서 주로 무슨 얘기가 나왔나.
"회사 인사위원회는 '과거에 민주노총에서 일한 게 뭐냐, 왜 위장취업을 했느냐'는 둥 나를 매도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나는 민주노총에서 지시를 받아서 움직이는 사람도, 노조의 배후세력도 아니라고 말했다."

- 만약 해고결정이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신세계 이마트에서 해고된 사람은 없다고 들었다. 해고가 안 되면 좋겠는데 만약 해고된다면 맞서 싸울 것이다. 내가 위장취업이나 업무태만을 한 것도 아닌데 단지 노조에 가입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 노동행위이기 때문이다."

- 여성 계산원들의 처우문제와 노조의 요구사항을 설명해 달라.
"우선 우리의 노동시간에 비해 임금 등 처우가 너무 부당하다는 점이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 캐셔의 임금실태는 시급 3850원, 한 달 70여만원 수준이다. 한해 평균 6조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 회사측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는데.
"캐셔들이 가족을 부양하면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회사측은 동종업계 최고 대우라고 주장하지만 A업체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시급 4000원 이상을 받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도시근로자 월 평균 임금이 212만7000원(시급으로 환산하면 대략 9400원)인 것을 감안할 때에도 우리의 임금은 턱없이 적다. 오히려 현행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2840원(일급 2만2720원, 8시간 기준)과 오히려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노조탄압 증언도중 눈물을 흘리는 이종란 씨.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노조탄압 증언도중 눈물을 흘리는 이종란 씨. ⓒ 경기일보제공
- 실제 이마트 계산원들의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근무시간은 말로만 하루 6시간이지, 거의 1년 내내 있는 행사기간 동안 하는 연장근무를 포함하면 결코 근무시간이 짧지 않다. 연장근무시간을 합치면 주당 42~48시간이다.

여기에 현재 근무의 연속에 있는 마감시 재등록 시간 등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준비시간과 마감시간(각 30분)까지 합하면 일일 근무시간은 연장근무를 제외하더라도 하루 7시간으로 주당 42시간이 된다. 이렇게 실근무시간에서 빠진 앞뒤 30분씩의 근무시간과 연장시간을 합하면 주당 약 48시간~54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

- 주5일 근무제 실시와 정규직 전환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기존임금의 보전과 함께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측은 계산원은 파트타임노동자로서 근로시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부당하다.

더구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인 토·일요일에 주휴일을 잡지 못하는 부당함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주5일제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 실제 동종업계에서 노조가 있는 A사나 B사의 경우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근무시간과 관련해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실시와 함께 작업준비시간과 마감시간의 근로시간을 인정하고, 토·일요일 중 하루는 주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필요한 인력이니까 계약직으로 쓰지 말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다."

- 기자회견에서 연장근무 금지를 주장했는데 문제점은.
"쉬는 날이 많지 않고, 주말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서서 일하니까 계산원들은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다. 근무시간이 길면 다리에 무리가 와서 일을 못하는데도 만날 행사한다고 1~2시간 연장을 넣는다. 못 한다고 해도 그냥 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면 1년짜리 계약직이다 보니 나중에 잘릴까봐 할 수 없이 일을 한다.

따라서 일방적인 연장근무 강요는 금지해야 한다. 요즘 노조탄압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장근무는 중단한 상태다. 점심시간도 문제다. 현재 오후 근무조는 식사시간을 30분 주고 있는데 이를 1시간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 또 다른 문제나 추가로 지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간적이지 못한 대우 문제다. 고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우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따라서 '스트레스 수당'을 주어도 모자랄 판국에 고객클레임 걸리면 무조건 우리만 사유서 쓰고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고객클레임에 대한 스트레스 못지 않게 '과부족'(계산착오)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무척 심하다. 하루하루 정산시재표를 성적표 받아보듯 떨리는 마음으로 뽑아볼 때면 과부족 건수가 많을까봐 두렵다. 결재 받을 수준의 과부족 건이 생기는 날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회사가 계산원 개개인의 '과부족' 성적표를 대기실에 붙여놓거나 실명을 공개하면서 무안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의 업무특성상 정확성이 요구된다고 하지만 현재 회사가 하는 짓은 개개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것이다. '과부족'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무시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일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 회사측이 계속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에도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가.
"회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회사측은 노조파괴공작을 중단하고 성실히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

"이씨에 대한 징계결정 곧 내려질 것"
[회사측 입장과 해명] 처우문제 타당한 요구는 수용개선

이종란씨의 징계와 관련해 신세계 홍보팀 관계자는 "이씨의 위장취업 문제 등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기 위해 28일 수지점장 주재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씨는 자신의 잘못한 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곧 징계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씨에 대한 징계수위가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위장취업에 대해서는 회사직권으로 해직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혀 해고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추가 징계 대상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씨를 제외하고 민주노총 경기일반노조에 가입했거나, 탈퇴했던 여성 계산원들 가운데 아직까지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측이 제기한 비정규직 여성 계산원들의 처우문제와 관련해 "회사측의 대우는 동종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노조측의 주장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닌 만큼 회사도 타당한 부분은 수용해서 전향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연·월차와 생리휴가 문제를 비롯해 일방적인 연장근무 강요 등에 대해서는 노조측의 주장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연·월차와 무급 생리휴가는 법에 따라 보장하고 있으며, 연장근무는 본인이 싫다면 강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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