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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성영(47) 한나라당 의원이 '이철우 의원 간첩 암약 의혹'을 제기한 뒤 엉뚱하게 주호영 의원실의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항의전화를 걸어온 것.

"거기 주성영 의원실 맞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어디죠?"
"이름이 비슷해서 사람들이 헛갈리긴 하지만 여기는 주호영 의원실입니다."


결국 의원실 관계자들은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주성영 의원실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으로 항의전화 공세에서 벗어나야 했다.

가깝고도 먼 두사람

▲ '이철우 의원 간첩 암약' 주장의 진원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근 주호영(45) 한나라당 의원은 때아닌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철우 의원 간첩 암약' 의혹을 제기한 주성영 의원을 주호영 의원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기자가 몸담고 있는 <오마이뉴스>마저 지난 9일자 기사에서 '주성영'을 '주호영'으로 잘못 적어 독자들의 지적을 받은 뒤 바로잡았을 정도다.

현재 17대 국회의원 중 주씨 성을 가진 의원은 세 명뿐이다. 주성영·주호영·주승용 의원이 그들이다. 이중 주승용(전남 여수) 의원은 열린우리당 소속이니 헛갈림이 좀 덜할 것이다. 하지만 주성영·주호영 의원은 똑같이 한나라당 소속인 데다 이름도 비슷해 출입기자들조차 두 사람을 구분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주성영·주호영 의원은 인연도 깊고 차이점도 많다. 일단 두 사람은 고향이 같다. 경북 울진이다. 또 '신안 주씨' 종친이자 먼 친척 사이다. 특히 법조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7대 총선 때 대구 수성을 공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서 주성영 의원이 낙천의 고배를 마셨다. 다만 그는 강신성일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대구 동구갑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주성영 의원이 '주류'에 가깝다면, 주호영 의원은 사실상 '비주류'로 살아왔다. 주성영 의원은 지역명문고로 알려진 경북고를, 주호영 의원은 불교계열의 능인고를 나왔다. 또 주성영 의원은 고려대 법대라는 세칭 일류대를 졸업한 반면, 주호영 의원은 영남대 법대 출신이다.

특히 주성영 의원은 학창시절부터 대중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학도호국단 대대장을 지냈고,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또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연수원 자치회보인 <사법연수> 창간을 주도하며 편집위원장를 지냈다. '리더'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강했던 셈이다.

1958년생인 주성영 의원은 1960년생인 주호영 의원의 사법고시 후배다. 주성영 의원은 사시 29회이고, 주호영 의원은 24회다. 나이로 보면 두살 어린 주호영 의원이 법조계에서는 주성영 의원의 5년선배인 셈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권력욕이 강했던 주성영 의원은 검사의 길을 갔고, 주호영 의원은 판사로 임용됐다. 이는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성영 의원은 춘천·대구·제주·창원·전주·대전 등지를 돌아다닌 반면, 주호영 의원은 판사생활을 대부분을 대구·경북지역에서 보냈다.

검사 대 판사... 공격적인 주성영, 신중한 주호영

▲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 사람의 대조적인 삶은 정치권 진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주성영 의원은 원내 부대표라는 당직을 맡았지만, 주호영 의원은 법률지원단 위원이라는 평범한 직책에 머물렀다. 또 주성영 의원은 처음부터 희망했던 법사위에 들어왔고, 주호영 의원은 지역구 사정을 감안해 교육위를 신청했다가 주위의 권유로 법사위로 돌아섰다.

두 사람은 각각 검사와 판사의 기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즉 주성영 의원은 공격적인 반면, 주호영 의원은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 이는 지난 국정감사 때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5일자 <영남일보>는 대구고법과 대구고검·지검에 대한 국감을 다루면서 "이날 '친정' 감사에서 주성영 의원은 선거사법 처리문제 등 정치적인 문제를 공격적으로 다룬 반면, 주호영 의원은 부드러운 톤으로 민생문제를 다뤄 대비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성영 의원은 정상명 대구고검장과 정동기 대구지검장에게 선거사범 처리문제와 국보법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한 분명한 의견을 요구한 반면, 주호영 의원은 민생사건의 불구속 수사와 신중한 기업 수사 등을 당부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주성영 의원에 대해 "대단히 튀는 사람이고 자기 과시가 심하다"며 "그런 캐릭터가 이번 이철우사건을 과도하게 치장하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주성영 의원은 17대 첫 의원모임에서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 나는 대통령감을 알아보는 사람"이라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반면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주호영 의원에 대해 "판사출신답게 합리적이며 논리정연하다"며 "토론 등에서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주호영 의원은 2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 NGO 모니터단'의 국감평가결과 법사위 1위 의원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모니터단은 "피감기관을 윽박지르지 않고 법리에 근거 조목조목 따진 점이 좋은 평가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또 <문화일보>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국감평가에서도 '법사위 베스트 5'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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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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