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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난폭운전을 하던 현직검사가 경찰의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다 경찰순찰차의 추격 끝에 붙잡혔으나 경찰이 음주측정은 물론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훈방해 말썽.

춘천지검 주성영(34) 검사는 25일 0시20분쯤 춘천시 후평2동 보안파출소옆 공원계단을 만취된 채 서울2드 3317호 엑셀승용차를 몰고 내려오다 경찰관에 적발, 뺑소니치다 2㎞ 떨어진 조양동 제일병원 앞길에서 경찰순찰차 3대에 의해 검거됐는데….

인근 동부동 파출소로 연행된 주 검사는 '경찰서장과 경찰국장을 불러 달라'고 폭언을 하며 당직근무중인 백모(53) 경장에게 '앉아 일어서'를 시키며 행패를 부리다 연락을 받고 나온 춘천경찰서 한기옥 수사과장의 설득으로 귀가."


▲ '주사파(主思派) 습격사건'을 주도한 '주사파(酒邪派)'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 주사파(酒邪派) 현직 검사의 '파출소 습격사건'

<경향신문> 91년 5월 26일자 15면 '돋보기'란에 실린 한 '주사파'(酒邪派) 현직 검사의 '파출소 습격사건'입니다.

검찰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에 쥐처럼 맥을 못추는 경찰이 음주측정조차 하지 않은 탓에 이 30대 주사파 검사는 50대 경찰관에게 이 같은 행패를 부리고도 물론 아무런 탈이 없었습니다. 주사파 검사에게는 다반사이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간덩이가 부을 수밖에. '술 취한 개'라는 말이 있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도 있듯이 불혹(不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주(朱) 검사인지 주(酒) 검사인지 모를 검사가 7년만에 또 큰 사고를 쳤군요. 다음은 <조선일보> 98년 9월 7일자 27면 '색연필'란에 실린 이 주사파 검사의 또 다른 활극 무용담입니다. 이번에는 주 검사의 '주지사 습격사건'이군요.

"지난 4일 오후 9시쯤 전주시 중앙동 모 음식점에서 전주지검 공안부 주성영(40) 검사가 사소한 시비 끝에 전북지사 비서실장 박영석(37)씨의 이마를 술병으로 내리쳐 눈썹 주위 6㎝쯤을 찢기게 했다. 박 실장은 피를 많이 흘린 뒤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근육마비 현상을 보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4주 이상의 입원치료와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박 실장은 '주 검사가 자리를 먼저 뜨려는 유종근 지사에게 입맞춤을 요구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보여 지사가 떠난 후 가볍게 이를 지적하자 갑자기 술병으로 내리쳤다'고 밝혔으나, 주 검사는 '술에 취한 상태여서 폭행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5일 주 검사에 대해 진상 조사후 중징계키로 했다."


그때 주 검사가 도지사 비서실장의 이마를 '까'는 데 이용한 도구가 그 당시 막 나온 '설화'(雪花)라는 이름의 술병이었다는 것이 이 바닥의 정설입니다. 그러니 그 비서실장은 늦여름 복(伏)중에 난데없는 '설화'(雪禍)를 입은 셈입니다.

대검 감찰부에서도 이 때는 어쩔 수 없이 '중징계'를 했답니다. 상대가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이었던 실세 도지사의 비서실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중징계의 내용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천안지청 전출'이었습니다. 승진과 명예를 중시하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지검 검사'에서 '지청 검사'로의 전출이 출셋길을 막는 '중징계'일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는 '가재는 게 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싶네요.

대구고검 부장검사 시절, 한나라당 후원회 기웃거리다 대검 감찰부 '경고' 받기도

그러나 애당초 검찰 조직 내에서의 출세에는 관심이 없었던지, 아니면 출셋길이 막혀 검사 아닌 딴 길을 모색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주 검사가 술만 마시면 동료 검사들에게 술 주정 비슷하게 '옷 벗고 정치를 하겠다'느니, '대통령이 되겠다'느니 하면서 큰소리를 쳤다는군요. 그러나 이 말이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 주 검사가 지난 총선 전에 대구고검 부장검사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지방 검사가 평일 낮에 근무지를 비운 채 서울에 와서 한나라당 후원회에 들락거리다가 대검 감찰부의 정보망에 포착되었답니다. 검찰 조직에서 '고검 부장검사'처럼 한가한 직책도 찾기 어렵지만, 선거사범을 법으로 다스려야 할 공안검사가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판'을 기웃거렸으니 이 또한 중징계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때도 반죽 좋은 주 검사는 제 식구 감싸주는 데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검찰 조직의 생리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답니다. 물론 당시 대검 감찰부에서는 강력한 '경고'를 했다지만, 이 반죽 좋은 검사가 당시 Y 검사장에게 "한 달 있으면 나갈 테니 그때까지 봐 달라"고 사정해서 어물쩍 넘어갔다는 것이 검찰 조직에서의 정설입니다.

이런 때 한번만 질끈 눈감아주면 한 달 뒤에 국회의원이 될 판인데, 개나 소나 다 국회의원 되어 검사들에게 호통을 치는 데 검찰 조직으로서도 '친정' 출신 국회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드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일 수밖에.

이 때의 조직의 배려 덕분인지 이런 일도 있습니다. 최근 모 고참 검사의 모친상이 있었는데, 조문을 온 '국회의원 주성영'이 선배 검사들 앞에서 넙죽 큰절을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반죽'이 좋은 점 때문인지 이 '정치검사'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제가 아는 한 특수부 검사도 이미 총선 전에 사석에서 "주 검사가 정치를 하면 잘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으니까요.

종합컨대, 이런 사람에게 흔히 붙이는 언사가 있습니다. "사람은 좋은데 술 취하면 ×"라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 주사파 공안검사는 지난 총선에서 드디어 여의도에 입성했습니다.

그러나 뭐 눈에는 뭐밖에 안보인다고 이 '주사파 공안 검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간첩' 아니면 '비간첩'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20∼30대 시절 김일성 주체사상에 심취한 '주사파'(主思派)였던 건 사실

주성영(대구 동구갑, 한나라당) 의원은 12월 8일 국가보안법 대치 정국에서 또 다른 '주사파'(主思派) 출신의 이철우(포천·연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간첩'이니 '암약'이니 하는 극단적 용어를 사용해 몰아세웠습니다. 이른바 '국회의원 간첩조작' 사건입니다.

이철우 의원이 20∼30대 청년 시절에 김일성 주체사상에 심취한 '주사파'(主思派)였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 점은 이철우 의원 본인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 과정의 대강은 이렇습니다.

▲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한 '간첩공방' 논란의 한가운데 위치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84년 24살의 나이에 서울시립대 영문과에 입학한 청년 이철우는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면서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심취했던 사회주의 혁명이론인 이른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론'(NLPDR)으로 사상을 무장해 87년부터는 이적단체인 '반미청년회'에 가입해 8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음 구속되었습니다. 이씨는 법원에서 징역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그 기간에 오히려 김일성주의와 주체사상으로 더 단련되었습니다.

아무튼 92년 10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발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북한 권력서열 22위인 '할머니 거물간첩' 이선실은 남한에 장기간 잠복하면서 90년에 지하당을 구축할 목적으로 80년 사북사태 주동자의 한 사람인 황인오씨를 포섭하고, 지령을 받은 황씨는 자생적인 주사파 지하조직인 '1995년 위원회'의 총책인 최호경을 포섭해 조선노동당에 현지 가입시키고, 최씨는 다시 양홍관씨를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위장명칭인 '민애전'에 가입시킵니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양씨는 다시 이철우씨를 '민애전'에 가입시킨 것입니다.

'반성한 주사파'와 반성없는 '막가 주사파' 중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할까

그러니 '황인오→최호경→양홍관→이철우씨'로 이어지는 이 지하당 조직사건의 계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씨는 '총책'인 황씨가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말단 세포'에 해당할 뿐입니다. 그래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황씨와 달리 이씨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씨는 주사(主思)의 대가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30대 중후반의 4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온 뒤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주사파'(主思派)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 아픈 과거는 지금처럼 생채기에 소금을 뿌릴 것이 아니라 서로 어루만져 줘야 할 개인과 시대의 아픔입니다.

동료 의원으로부터 '암약 간첩' 공격을 받은 이철우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17대 국회에는) 공안검사도 있고 운동권 학생도 있다.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새로운 미래 만들어나가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저랑 같은 상임위 했던 의원도 목소리 높이는 것 보면서, 그 분 말씀 하나하나가 폐부 찌른다. 우리 슬픔이다…(중략)…다시 한번 호소한다. 이런 일 갖고 국력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습니다. 제발 이런 일로 국력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주사파'(酒邪派) 의원의 '주사파'(主思派) 습격사건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자신의 과거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막가 주사파'가 한때 김일성주의와 주체사상에 심취했던 청년시절의 방황을 반성하고 전향한 '주사파'를 무차별적으로 습격한 사건입니다.

다소의 실례를 무릅쓰고, 이 글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개를 원용하자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입니다. 여러 분은 누구에게 돌을 던지겠습니까.

판단이 어렵다면, 참고로 두 사람의 인생역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참고로 순서는 이철우 의원:주성영 의원 입니다)

▲출생연도 : 60년생 vs 58년생 ▲출신교 : 관인고·서울시립대 vs 경북고·고려대 법대 ▲사회입문 : 운동권 vs 사법시험 ▲주요경력 : 회사원·지역운동가 vs 검사, 부장검사, 변호사 ▲현직 : 열린우리당 의원(포천·연천) vs 한나라당 의원(대구 동구갑) ▲과거 전력 : 주사파(主思派) vs 주사파(酒邪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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