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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쌀국수
볶음쌀국수 ⓒ 김영주
도대체 태국 음식은 어떤 것일까. 태국은 항상 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잃어버린 입맛을 살려내기 위해 감각적인 맛을 음식에서 찾게 되는데 이 나라에서 일단 음식의 기본을 갖추기 위해선 입맛을 당겨주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다시 말해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쌉싸래한 다섯 가지의 맛을 가지고 있는 자극적인 음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이었던 것처럼, 태국은 지형 자체가 육해공이 맞물리고 있고 특히 5개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일찌감치 다양한 요리법이 발달하여 국제적인 음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다.

인도의 영향을 받아 각종 향신료를 많이 쓰게 됐고 야채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고열에 단 시간에 볶아 영양소 파괴를 방지하는 요리법은 바로 중국의 영향인 것이다.

그렇다면 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이냐를 떠나서 중요한 건 우리 입맛에 맞는가 하는 것이고,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일 것이다.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을 가면 태국 음식 전문점 '카오산'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명 카오산 아줌마 이정임씨를 볼 수 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이정임씨가 태국 음식에 흠뻑 빠지게 된 건 태국으로 배낭여행을 갔던 1995년이었고, 태국 음식 전문점 ‘카오산’을 오픈한 건 2002년이었으니 이정임씨의 생각이 현실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 남짓이다.

마침 동생이 태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태국으로 가 다양한 태국 음식점들에서 요리 수업을 쌓을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태국 음식 전문점에 대해 고민을 한 2000년만 해도 태국 음식점 하면 고가의 신기한 음식이었고 먹을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마침 베트남 음식 브랜드가 들어오기도 했는데 30평 기준으로 창업비용이 최소한 1억4천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정임씨는 가진 돈도 변변치 않았기에 창업에 대한 생각은 잠시 뒤로 하고 중국으로 가 2년 정도를 살기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예 그 곳에서 자리를 잡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정임씨에게 자리 잡고 있던 태국 음식에 대한 열정은 다시 태국으로 건너가게 하고 이를 악물고 일단 태국 음식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태국 음식에 대한 노하우로 무장한 채 한국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문제는 최소한의 창업비용이었다. 결국 이정임씨는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로 결심하고, 친구의 집을 찾아가 그 동안 갈고 닦은 요리법으로 태국 음식들을 펼쳐놓게 된다. 그렇게 해서 빌린 최초 창업비용 2천만원이 ‘카오산’의 출발을 알리게 한 것이다. 비록 홍대 앞 번화가가 아닌 홍대시장 부근 찌그러진 상가 안 점포 2.7평짜리에 의자 4개였지만 말이다.

이정임씨가 생각한 태국 음식은 간단했다. 자신이 태국에 갔을 때 먹었던 것처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인 것이다. 이게 진짜배기 태국 음식인데, 어떻게 된 건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태국 음식은 고가의,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이정임씨는 이런 인식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또 출발지를 굳이 홍대 부근으로 한 것은 태국을 가보니까 배낭여행을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친구들이었고, 다양한 문화를 가장 쉽게 받아들이는 곳이 바로 홍대 부근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또 이정임씨가 생각한 건 시장골목에 있는 작디작은 점포였기에 오히려 인테리어에 신경을 더 썼고, 아예 튀는 컨셉트로 갔다는 것이다. 물론 주변 상인들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픈 전날엔 무료 시식회도 했다.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002년 9월 25일, 본격적인 태국 음식점이 홍대시장에 문을 열었고, 개업 첫 날부터 태국에 가서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4개만 놓았던 의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어렵게 어렵게 2개를 늘려 6개가 되었고, 1년이 지나자 2.7평의 아기자기한 식당은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홍대 앞 번화가의 작지 않은 자리로 옮기게 되었으며, 7개월 후엔 바로 위층까지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올 해가 가기 전 12월 어느 날, 최초로 강남 직영점 문을 연다고 한다.

‘카오산’에선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나처럼 태국 음식에 초보자인 경우는 다음 서너 가지 중에서 먹으면 크게 실패는 하지 않는다고 본다. 게커리볶음인 푸팟퐁가리와 볶음쌀국수나 똠양쌀국수도 좋고 그린 카레도 나쁘지 않다.

게커리 볶음인 '푸팟퐁가리'
게커리 볶음인 '푸팟퐁가리' ⓒ 김영주
이정임씨께 어떻게 해서 빠른 시간에 성장을 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니 맛과 가격을 얘기한다. 맛이야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괜찮았고, 가격은 5, 6천원 정도여서 큰 부담이 없었다.

또 하나, 현재의 점포 자리는 사실 장사가 잘 되지 않던 곳이었단다. 권리금이 의외로 적거나 없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건 점포를 구하는 데 있어 기본의 기본이겠지만, 이정임씨는 왠지 점포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있어 무척이나 보수적이다. 단적인 예로 중국집에 가더라도 100가지가 넘는 수많은 요리 중에서 우리가 늘 시키는 건 무엇인지 보면 알 수 있다. 기껏해야 난자완스, 양장피를 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외국 음식점들이 수없이 문을 열곤 하지만 실패도 적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태국 음식은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에 착착 달라붙어 안착을 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태국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좁은 무대가 될 것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바친 이정임씨의 모습을 보면 태국 음식의 미래는 밝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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