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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혈통의 한우고기들
순순혈통의 한우고기들 ⓒ 김영주
비록 방송이 되지는 못했지만, 본격적인 음식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음식 보고서 味’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참여한 적이 있다.

첫 번째 방송분의 주제가 될 음식을 정하는데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면서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역사가 오래됐고, 다양한 맛 집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답은 쉽게 나왔다. 갈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공식지정 대표음식은 갈비다. 갈비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갈비를 좋아하는 것일까? 모든 음식은 ‘먹지’만, 유일하게 갈비는 ‘뜯는’다. 그래서인지 갈비를 먹고 나면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 음식 갈비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집은 과연 어디일까? 사실 집 밖을 나서면 널려 있는 것이 갈빗집들이기 때문에 맛있는 갈빗집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맛있는 갈비를 먹기란 무척이나 어렵지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고르고 골라 다섯 가지만 이야기 해볼까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갈빗집들을 찾아가 원조라는 집들의 갈비를 먹는 방법이다. 갈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수원에 가서 소금으로 간을 한 왕갈비를 맛볼 수 있고, 밀리는 차 속에서 약간의 짜증과 어디가 진정한 원조인지를 쉽게 찾기는 힘들겠지만 간장으로 양념을 하는 포천 이동갈비의 푸짐한 갈비를 맛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일 것이다.

1인분 3만6천원짜리 양념갈비
1인분 3만6천원짜리 양념갈비 ⓒ 김영주
물론 주머니에 돈이 좀 있다면 197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들어서기 시작한 강남의 ‘00가든’에 가서 넓은 주차장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며 다소 비싼 1인분에 3만원에 육박하는 갈비를 먹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반대로 돈이 별로 없다면 마포로 가 서민적인 돼지갈비를 즐기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당연히 남도에 사시는 분들에겐 역사와 전통의 해남과 광주의 떡갈비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돈은 좀 들겠지만 한우만을 고집한다는 곳을 찾아가서 갈비를 먹는다면 이 또한 좋은 방법이다. 단지 하나 걸리는 건 얼마 전 식약청에서 조사를 해본 결과 한우라고 알고 있었던 적지 않은 대표적인 갈비집들이 사실은 수입 소고기였다는 점이 찜찜할 따름이긴 하다.

세 번째는 손님들로 미어터지는 곳을 알아 찾아가 보는 방법이 있다. 맛있는 곳을 많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고, 맛 집 관련 책을 볼 수도 있겠다.

네 번째는 아예 두 눈 질끈 감고 터무니없다 할 정도로 비싸다 싶은 갈빗집을 찾아서 가서 먹어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맛있는 갈비를 먹는 다섯 번째 방법은 이 글의 마무리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1인분 5만원짜리 한우 생갈비
1인분 5만원짜리 한우 생갈비 ⓒ 김영주
위에 열거한 맛있는 갈비를 먹는 네 가지 방법 중 적어도 세 가지를 충족하는 곳이 있다. 한우를 고집한다는 곳이고 손님들의 차를 주차하느라 늘 북새통이며 무엇보다 갈비 값이 정말 비싼 곳이다. 생갈비가 200그램 1인분에 자그마치 5만원이나 하고 양념갈비는 3만6천원이나 하는 집. 하지만 이렇게 비싼 곳인데도 연일 사람들로 만원인 집. 특히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갈비의 본 모습을 찾으려고 들르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벽제갈비’.

나도 이번에 알게 됐지만 화장터가 있는 그 벽제갈비가 아니다. 평북 평동, 창성에서 나는 억센 소로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말하는 벽창우(碧昌牛)의 ’벽‘에 굽는다는 뜻의 ’제‘를 붙여 만든 상호다.

왜 비싼가? 먼저 순수 혈통의 한우만을 고집한다. 벽제갈비는 1986년 당시 물 먹인 한우 파동으로 어수선할 때 한우를 연구하던 김영환 사장이 제대로 된 한우로 고깃집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곳이다. 현재 포천에 있는 목장에서 12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데 토종한우를 위해 DNA 검사를 해서 아니면 도태를 시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우가 수입소보다 우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람에게 맞는 소고기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일교차가 17도씨 이상 나는 곳에서 키워야 하고, 물과 공기가 좋아야 하며, 토양의 질이 뛰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순수혈통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한국의 고랭지이고 그래서 한우가 좋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 소는 먹지 않는 것이 한우에게 먹이는 사료에 볏짚이 있는데 볏짚에 들어 있는 올레인산이 소고기 특유의 향과 마블링을 좋게 하는 것이다. 좋은 소고기란 어떤 것인가? 마블링이 얼마나 좋은가와 우유 빛깔을 띠는 지방의 색과 선홍색을 보여주는 육색과 섬세한 고기의 결이 있는 고기다.

맛있는 생갈비를 위해서는 좋은 고기에 조리사의 기술이 더해져야 빛을 발한다. 생갈비는 질긴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모양의 칼집을 내는데 시각적인 효과도 있지만 그물 사이로 숯의 향이 스며들어 가서 맛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생갈비에 있어 한우와 수입 소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수입 소는 유통의 문제로 인해 냉동으로 들어오는데 해동 기술이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수입 소는 해동을 하는 과정에서 육즙의 손실을 피하기 쉽지 않은 것이고 자칫 맛이 푸석푸석해질 수 있는 것이다. 벽제갈비는 100% 냉장갈비를 사용하며 고기가 들어오면 2도에서 7도 사이에 5일간 숙성을 한 후 3일 이내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생갈비는 5만원이고 양념갈비는 3만6천원에 불과한 것일까. 소 한 마리에서 양념갈비는 80인분이 나오는 반면 생갈비는 20대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맛도 생갈비를 더 쳐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갈비 하면 양념갈비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라 양념갈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벽제갈비 양념갈비의 양념은 기본적으로 간장 양념인데 간장은 우리한테 익숙하고 진하고 여운이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외에 물엿, 대파, 마른 고추, 감초, 양파, 배, 참깨, 설탕 등을 사용하는데 27년 경력의 갈비장인 윤원석씨에 따르면 양념에 있어 비법이니 뭐니 하는 건 없고 단지 양념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양념의 당도와 염도를 컨트롤하는가가 관건이라고 한다. 핵심은 배합인 것이다. 양념갈비는 양념을 한 후 24시간 동안 재워놓고 72시간 이내에 판매해야 한다. 늦어지면 맛이 떨어지고 고기가 변질되기 때문이다.

참숯
참숯 ⓒ 김영주
갈비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은 이제 굽는 과정이다. 요즘엔 참숯을 쓰는 갈빗집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벽제갈비는 참숯을 사용하고 향이 좋고 튀지 않는 백탄을 쓴다. 그렇다면 왜 고기를 구울 때 숯을 쓰는 것이 더 좋은 것일까? 문제는 열의 차이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가스나 고깃집에서 많이 보는 동그란 구멍이 뚫린 형태의 열탄은 직화다. 그래서 고기의 겉만 태우고 딱딱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숯의 열은 원적외선 효과가 있는 방사열이라 한다. 열이 고기를 통과하며 훈제의 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빨리 구워지게 해 육즙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가스는 수소가 발생하지만 숯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차이도 있다.

갈비를 찍어먹는데 이곳에서는 일곱 가지 맛의 소금이란 뜻의 칠미소금을 사용한다. 메밀, 다시마, 마늘, 생강, 후추, 통깨와 소금을 배합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기 때문에 염도를 낮추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 하나. 벽제갈비는 고기를 먹고 난 후 먹을 수 있는 냉면이 함흥냉면이 아닌 평양냉면이다. 7년간의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 평양냉면인데 맛은? 보장한다.

평양냉면
평양냉면 ⓒ 김영주
벽제갈비 사람들이 한우를 고집하는 목적은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 갈비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한우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맛있는 갈빗집 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원갈비와 포천 이동갈비와 강남의 유명 ‘가든’의 갈비들을 먹어봤고, 이제는 1인분에 무려 5만원이나 하는 갈비까지 먹어봤다.

물론 맛으로야 따지자면 가장 최근에 먹은 1인분에 5만원짜리 벽제갈비의 갈비가 월등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먹었던 갈비들이 맛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가 당시에는 갈비의 새로운 맛을 느끼며 흥분하면서 먹었던 소중한 맛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맛있는 갈비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다섯 번째 방법을 말할 차례다.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이런, 너무 간단한가? 그럼 당신은 점점 먹을 것이 없어지는 슬픈 운명의 세계로 들어설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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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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