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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월배차량기지에서 부분파업으로 전술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지하철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월배차량기지에서 부분파업으로 전술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우리의 싸움이 끝은 아닙니다.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노동현장 속에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는 겁니다."

대구지하철노동조합(위원장 이원준)이 총파업 88일째만인 16일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투쟁전술 전환을 선언했다. 대구지하철노조는 16일 오전 9시 30분 월배차량기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시민의 불편과 안전 그리고 노동자들의 생계적 위협을 해결하고자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면서 "전면파업의 전술을 부분(파상)파업 등으로 전환하고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결단에 공사·대구시는 화답해야"

노조는 "더 이상 사태를 파국으로 내몰지 않기 위한 대구지하철노조의 이러한 결단과 노력에 대해 대구지하철공사와 대구시도 화답해야 한다"며 "공사가 노사간 합의도출을 위해 시급히 교섭을 개최해 남은 쟁점들에 대한 성실한 대화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지하철 2호선의 조직개편안 관련 시민중재위의 조속한 구성 ▲공사측의 고소와 무차별적 직위해제 철회 및 노동탄압 중단 ▲대구시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는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의 파업전술 전환이 쟁의행위의 중단은 아니다"면서 "대구지하철노조는 지하철 현장속에서 다양한 투쟁을 벌여내며 노조의 주요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지하철노조는 16일 오후부터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이다. 노조원들은 일단 현장으로 복귀한 후 공사의 대화재개 여부 등에 따라 부분 및 파상파업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공사 대화재개 여부 따라 부분파업 진행

노조는 그동안 장시간에 걸쳐 파업전술의 전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최근 대구시 고위관계자와의 만남에서 대구시나 공사의 태도변화가 없을 것을 확인한 후 장기화된 총파업의 실효성을 재고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한 관계자는 "장기간 파업을 벌였지만 공사가 교섭을 재개하거나 대구시가 적극적인 중재를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최종 확인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면 총파업의 장기화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들도 제시돼 파업 참가 노조원들이 집중적인 토론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전술 변화에 대한 노조원들간의 이견도 많아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조원들은 파업 전술의 변화가 자칫 노조의 '패배'로 인식될 것을 염려하는 의견도 나타냈다.

하지만 실제 대구지하철의 수송분담율이 4.3%에 그치는데다, 공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배차간격만 늦어졌을 뿐 지하철 운행에는 큰 장애가 없어 총파업의 '효과'도 공사나 대구시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지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총파업의 장기화로 인한 여론의 무관심보다는 현장에서 실리적으로 싸움을 벌이자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공사·대구시 태도 변화 없을 것"... 노조원 격론 끝 결정

부분파업으로 파업 방식을 전환한 대구지하철노조 노조원들이 16일 오후 월배차량기지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노조원들은 "현장으로 복귀해서도 흔들리지 않고 투쟁을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일부에서 노조 조직력 약화를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분파업으로 파업 방식을 전환한 대구지하철노조 노조원들이 16일 오후 월배차량기지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노조원들은 "현장으로 복귀해서도 흔들리지 않고 투쟁을 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일부에서 노조 조직력 약화를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노조 정성기 사무국장은 "파업은 단순히 시민들을 볼모로 노조가 이득을 챙기겠다는 개념은 아니다"면서 "파업을 통해 절실한 문제점을 대구시나 공사가 알고 대화로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장기화된 총파업으로도 대구시와 공사가 제대로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 8월말 공사의 교섭결렬 선언 이후, 노조가 대화 재개를 위해 자체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단 한차례의 공식 대화없이 '상대없는 싸움'을 벌인 것도 노조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지난 12일 대구시의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활로 모색을 기대했지만 성과없이 끝이 난 것도 노조의 전술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는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전술을 전환했다 하더라도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파업 동력의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노조는 파업에서 이탈한 일부 노조원들이 부분파업 등으로 동참하면서 노조원들의 참여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총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은 '재신임'을 결의해 지도부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현장속에서 긴호흡으로... 노조 "조직력 더 높일 계기"

일단 현장으로 복귀한 후 공사측으로 교선 개최 공문을 보내고 공사의 반응을 기다릴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 전술 전환으로 사태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특히 노조가 현장복귀라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적극적인 대화 재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부분파업과 함께 오는 11월 민주노총 총파업 등과 연계해 2차 전면파업 등 강도높은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

노조 정성기 사무국장은 "아직도 60% 이상의 노조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파업 전술 전환이후에도 강도높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면서 "장기전으로 숨을 고른 만큼 더 이상 노조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16일 오전 10시부터 각 본부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고, 오후 1시 파업 88일차 전체 결의대회를 가지고 향후 파업투쟁을 위한 결의를 모을 계획이다.

한편 노조의 부분파업 전환과 현장복귀에도 불구하고 공사측은 '파업전면 철회'와 복귀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사측이 대화 재개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공사측, 업무복귀서 요구... 노조 "노동법에 규정 없다"

대구지하철노동조합이 총파업 88일만에 부분파업으로 전환하고 현장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대구지하철공사는 개별 노조원의 '업무복귀서'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노조가 부분파업 전환을 발표한 16일 공사측은 노조에게 보낸 한 통의 공문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공사측은 이날 공문에서 "노조가 전면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전환하고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단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업무복귀와 관련해 공사의 기본방향은 파업철회가 아닌 기존 쟁의행위 진행 방법의 변경"이라며 "따라서 개별적인 업무복귀 의사가 확인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전면 파업철회'를 요구했다.

공사는 이어 "개별적인 업무복귀서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업무에 종사하겠다고 할 경우 공사의 제규정을 준수하고 신의성실에 따른 근무의사 표명으로 볼 수 없다"면서 "개별적 업무복귀서 접수를 통한 업무복귀 의사를 확인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에 종사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노조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노조는 노동법 등 관련 조항에서도 '복귀서'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사측이 현장복귀를 종용했고 실제 복귀의사를 밝혔음에도 개별적인 복귀서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노조가 대폭적으로 양보했는데도 합법적인 복귀마저 가로막는 것 노조를 끝까지 벼랑으로 몰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사측의 복귀서 '강요'가 사실상 전면적인 합법파업까지 불인정하는 행위로 보고, 복귀서 신청을 거부한채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는 이로 인한 불필요한 찰을 피하기 위해 노동조합 명의로 업무복귀를 알리는 공문을 공사측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측이 현장에서 파업 참가 노조원들의 현장복귀를 막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마찰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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