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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대구YMCA 강당에서 열린 2004 대구 시다리기-Y에서 만납시다 개막행사
ⓒ 박상봉
문학과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10월 한달간 열리는 '2004 대구 시다리기 대회'가 9일 오후 6시부터 대구시 중구 덕산동 YMCA 3층 강당에서 'Y에서 만납시다'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시다리기는 옛날 선조들이 샘이 마르거나 날이 가물어 물길이 끊어지면 벌였던 물다리기 풍속에서 따온 말로 요절한 기형도 시인이 "시인들만 우글거리는 그 신비한 도시라고 했던 시의 고장 대구의 명성을 되찾고 침체된 지역 문학을 되살리기 위한 문학운동의 일환으로 대구 반월당, YMCA, 봉산문화 거리 등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구 MBC와 2004 대구 시다리기 추진위원회(명예추진위원장 김종오)가 공동 주최하고 대구문인협회, 대구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대구미술협회, 대구중구청이 후원하며 대구미래대학이 협찬했다.

▲ 문학청년 시절의 빛바랜 사진과 낡은 문집, 시화전과 문학행사 팸플릿 등 추억의 자료들을 모아놓은 전시장
ⓒ 박상봉
9일 오후 6시부터 대구시 중구 덕산동 YMCA 3층 강당에서 열린 'Y에서 만납시다' 행사는 대구지역 문인들과 서울 부산 포항 김해 전주 등지에서 온 출향 문인 등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 청년시절 시화전과 문학행사를 가졌던 Y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문학청년 시절을 회고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용락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원중(유네스코 경북부회장. 전 포항공대 교수), 이태수(매일신문 논설실장,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시인의 축사, 박상봉 시인의 축시낭송, 박해수(대구문협 회장) 시인과 서울에서 내려온 홍영철(홍영사 대표) 시인의 문학청년시절에 대한 회고사 등으로 이어졌다.

또 전주에 사는 안도현 시인, 지리산 시인 이원규, 부산의 소설가 박명호, 최정란 시인, 진주의 하재청 시인, 성주의 배창환 시인, 영주의 김경호 시인, 구미의 소설가 이종률, 서울에서 내려온 서원동, 오정국 시인을 비롯해 대구의 문인수 장옥관 박기영 서지월 김윤현 정대호 고희림 박경조 서정윤 강문숙 박미영 김안려 서담 김상연 시인 등이 자리를 함께 하였고 공재성 MBC대구문화방송 기획심의 실장, 정동훈 대구미래대 교무연구처장, 김윤식 시인의 자제인 김약수씨, 소설가인 정만진 대구교육위원, 주호영 국회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Y에서 만납시다' 행사에 참석한 지리산 시인 이원규(왼쪽)와 연탄 시인으로 불리는 안도현
ⓒ 박상봉
대구에서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때문에 20년 전 서울로 올라온 홍영철 시인은 회고사를 통해 "문학청년들에게 큰 애정을 보였던 김춘수 시인과 신동집 시인이라는 두 큰 등걸이 버티고 있던 대구는 참 따뜻한 도시였다" 고 회고하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사라지고 많이 희석되어 가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 시인은 "편협한 생각은 결코 뛰어난 예술을 빚어내지 못 한다"면서 대구의 푸르고 큰 시나무가 다시 가지를 뻗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2004대구 시다리기 개막 기념으로 시를 소재로 퍼포먼스를 벌이는 박원식 시인
ⓒ 박상봉
박해수 대구문인협회장은 60년대 대구YMCA에서 개최됐던 문학의 밤과 미당 서정주 등 선배 시인들의 시를 끌어안고 목놓아 읊고 읊조렸던 시절을 추억했다. 박 회장은 "향촌동 고구마집의 막걸리, 대구시청을 지나 돌체 동문 지하다방까지, 이호우 구상 김춘수 신동집 시인, 십대의 YMCA시절과 20대 대학시절 등이 지금도 자주 떠오른다"며 "YMCA 건물 속에 꽃 핀 젊은 시인들의 힘은 누가 끄는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피어나는 한송이 들국화 같기도 하고 풀꽃 같기도 하였다"고 되돌아봤다.

이어서 문학평론가 겸 행위예술가인 박원식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가 선보였고 가수 겸 작곡가 김현성(민족음악인협회 대중음악분과위원장)씨가 정호승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술 한잔'과 김씨의 히트곡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을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불러 분위기를 돋웠다.

행사를 마친 문인들은 강당 한 편에 마련된 문학청년 시절의 빛바랜 사진과 낡은 문집, 시화전과 문학행사 팸플릿 등 추억의 자료들을 모아놓은 전시장을 둘러본 뒤 문학청년시절에 자주 어울리던 YMCA 뒤편 연매시장 막걸리집 '곡주사'로 자리를 옮겨 밤새는 줄 모르고 추억에 젖어 이야기 꽃을 피웠다.

▲ 2004 대구 시다리기 개막 기념 노래공연으로 정호승의 시 '술 한 잔'에 자신이 곡을 부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
ⓒ 박상봉
자정이 넘도록 자리를 함께 한 안도현 시인은 "문청시절 현상문예공모에서 상금을 타면 염매시장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찌짐(부침개) 안주에 막걸리를 들이키며 문학 이야기로 날밤을 새웠는데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하면서 "모처럼만에 잡은 모임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구출신 문인들 사이에 교류의 물꼬를 트고 지역문학이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고향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한편 다음날인 10월 10일 저녁 6시에는 지난 5일 개관한 봉산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춤, 마임, 영상, 음악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시낭송회가 열렸다.

2004 대구 시다리기 대회 두번째 행사이며 봉산문화회관 개관 기념공연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일방적으로 시를 읽고 감상하는 기존의 시낭송회와 다르게 연극배우, 영상작가, 무용인 등이 참여하고 이하석 시인이 등장해 시를 연기하는 즉흥 행사를 벌여 이날 참석한 관객 400여명과 함께 어우러지는 참신하고 이색적인 소리시 공연이 펼쳐져 깊어가는 가을 밤을 시의 향기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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