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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무용의 만남, 박기영 시인의 시를 현대무용의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 박상봉
지난 10일 저녁 6시 대구 봉산문화회관 공연장에서 '2004 대구 시다리기 대회' 두번째 행사로 춤, 마임, 영상, 음악이 어우러진 소리시 공연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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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문을 연 봉산문화회관 개관 기념 공연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연극배우, 영상작가, 현대무용가 등이 참여해 시를 단순히 낭송하는 수준을 넘어 시를 연기하고 연출하는 무대를 1시간 30분 동안 펼쳐 관객 300여 명을 새로운 시의 향취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이 날의 시낭송은 권미강(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실 근무)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으며 첫 순서로 이육사 시인의 '꽃'이 낭송됐다.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개나리, 매화, 산수유, 장다리꽃 등 아름다운 영상이 대형스크린에 화면 가득 펼쳐지고 연극인 이송희, 신도환, 손민수 씨가 이육사의 시를 한 연씩 힘있는 목소리로 낭송을 시작하자 객석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어 엄원태 시인의 '불탄나무'가 마임연기와 어우러지며 낭송되었고 박영희 시인의 '팽이', 문태준 시인의 맨발, 박기영 시인의 '쥐구멍 속의 나날들1- 그 순간' 등은 장이숙 박종수 등 현대무용가들의 아름다운 몸 동작과 어울리며 읊어졌다.

▲ 엄원태 시인의 '불탄나무'를 마임연기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
ⓒ 박상봉
또 경북도립국악단 최윤정씨의 해금 연주에 맞춰 연극배우 안주희씨가 들려준 문무학 시인의 '비비추에 관한 연상'은 깊어 가는 가을밤 청중들의 예민한 감성을 자극하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김윤현 시인의 '신천의 꿈'은 대구의 상징인 신천의 70년대 풍경을 흑백영상으로 보여주며 낭송돼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안상학 시인의 '선어대 갈대밭'은 갈대밭과 가을풍경을 배경 영상으로 보여주며 권미강씨가 잔잔한 목소리로 낭송했다.

마지막으로 낭송자 8명이 나와서 김선굉 시인의 '너는 붉게 흐른다' 를 빠른 템포로 한행씩 낭송하며 대미를 장식했는데 시가 거칠고 빠른 호흡을 갖고 있는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공연 중간에 예정에도 없는 순서로 무대에 올라와 즉흥적인 시를 읊조리며 짤막한 행위를 보여준 이하석 시인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 김선굉 시인의 '너는 붉게 흐른다'를 낭송하는 장면
ⓒ 박상봉
이 시인은 "80년대 '소리를 펴고 접는 일'이라는 비슷한 행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회고하면서 "이런 이벤트는 독자 앞에서 시를 해체해 행위나 다른 장르와 결합된 형태로 풀어쓰고 새로운 의미로 전달되게 함으로써 재미있고 멋스런 작업"이라고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인수 시인은 "이런 시 낭송회는 생전 처음 보았다"고 놀라운 반응을 나타냈고 봉산문화거리에서 편집디자인 전문회사를 경영하는 이영희씨는 "이제는 시도 무대나 길거리에서 독자들과 같이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이번 공연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감상소감을 밝혔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권미강씨는 "시 낭송도 하나의 예술장르로 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면서 "공연을 본 후 시낭송에 대한 상식이 바뀌고 다른 예술장르와 결합시킨 실험 공연이 우리 문학의 보폭을 더 넓고 깊어지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행사 후 소감을 밝혔다.

▲ 예정에 없이 무대에 올라와 즉흥시를 읊조리는 이하석 시인
ⓒ 박상봉
한편 봉산문화회관 서상문 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꾸며나가겠다"면서 "미술·음악·연극 뿐만 아니라 지역 문인들의 문학활동 공간으로 이용하고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각별하게 신경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시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하석 시인은 이날 행사현장에서 "다음달 1일 2004 대구 시다리기 마지막 행사인 '시의 거리 선포식'과 시의 날 기념행사를 대구시인협회 주관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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