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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씨에 의해 토막살해된 여성들의 사체들이 발굴된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부근에서 지난 7월 19일 오후 한 시민이 숨진 이들을 추모하며 숨진 이들과 같은 수의 벽돌을 세워 놓고 분향을 하고 있다.
유영철씨에 의해 토막살해된 여성들의 사체들이 발굴된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부근에서 지난 7월 19일 오후 한 시민이 숨진 이들을 추모하며 숨진 이들과 같은 수의 벽돌을 세워 놓고 분향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봉원사 입구 대신동 지역은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로 하숙집과 원룸이 밀집한 지역으로, 태고종 본산 봉원사와 안산을 끼고 있는 살기 좋은 동네다. 또한 수퍼 서너 군데, 맥주집 통닭집 각각 한 군데, 세탁소 두 곳으로 모두 하숙생들을 상대로 하는 조용한 곳이다.

가까운 슈퍼마켓 주인의 말인즉, "그 사건이 터진 후 내가 본 것만 10가구 이상이 이사를 갔다. 개학했는데도 매출이 늘지 않은 걸 보면 유영철 사건 보도 초기에 이사를 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 여파로 슈퍼의 매출도 줄었다"며 담배를 물었다.

암매장 사건 이후 시체 발굴 장소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이사를 가고 그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숙을 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하숙과 자취촌에는 연쇄살인 암매장 지역이라는 멍에가 한 달 이상 이곳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봉원사 입구 경비실에 들렀다. 시각은 새벽 2시 45분. 유영철이 암매장한 시간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다.

사찰 경비실의 김영균(67)씨는 "처음에는 섬뜩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등산객도 새벽 4시가 되면 올라오고, 경찰도 항상 순찰하고 있다"며 자신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줬다.

기자가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취재한 결과, 3시간 동안 2회 가량 서대문 20호 경찰차가 순찰했다. 인근 주민 나한필(32)씨는 "초기에는 경찰의 경비가 늘었다"고 전했다.

유영철이 주로 활동했던 새벽 3시가 되니, 봉원사쪽으로 올라가는 택시는 상당수 있었지만 여학생 혼자 올라가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동 139-12번지에 하숙하고 있는 이화여대 4학년 김아무개양은 "요즘은 밤이나 새벽에는 잘 안나가요"라며, "집에서 부모님이 전화를 해서 밖에 밤이나 새벽에 다니지 말라"는 꾸중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그 사건 직후 많은 여학생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밤에 짧은 치마 입고 다니지 말 것' 등의 규제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김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13일 인사동에서는 최근 연쇄 살인 사건 등으로 여성의 밤길이 위험해지자 여성들이 밤길을 되찾자는 '달빛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연쇄살인 암매장 사건. 이 사건이 대신동 주민들에게 남긴 것은 사건 직후의 적지 않은 학생들의 이사, 아직 채워지지 않은 '그 빈자리'로 인한 인근 슈퍼와 하숙집의 매출 감소였다. 또 이사간 학생이 받아 보던 신문이 계속 하숙집에 배달되어 신문배달원과 하숙집 주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벽 4시 50분이 되자, 시신 암매장 장소 바로 옆에는 여전히 마을버스가 시동을 걸고 있었고, 등산객들은 그 장소를 스쳐 안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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