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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의 명물  전나무 숲길
내소사의 명물 전나무 숲길 ⓒ 강지이
그럼 내소사에 갔을 때 어떤 것을 봐야 잘 보고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을까?

우선 전나무 숲길을 걸을 때 향기를 맡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향기는 쌉싸래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어 방향제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이 독특한 전나무의 향을 한껏 맛보며 전나무 숲길 산책을 즐기는 것이 바로 숲길 산책의 포인트이다.

위로 쭉쭉 시원하게 뻗은 나무들과 그 나무들이 만들어낸 예쁜 산책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도 함께 느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전나무의 청량한 향기에 파묻혀 도시 생활에서 지쳐버린 심신을 달래면서 말이다.

전나무 숲길에 서 있는 지장암 안내 표지
전나무 숲길에 서 있는 지장암 안내 표지 ⓒ 강지이
전나무 길을 따라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향하는 동안 주변의 암자도 찾아가 보자. 지장암은 주 산책로 옆으로 난 표시를 따라가면 금방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연못과 흰 연꽃은 특별히 찾는 이가 없지만, 보는 이 없는 꽃을 피우고 넓은 잎을 풍성히 드리우고 있다.

지장암 뒤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바위의 전경은 절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관광객들은 내소사를 향하는 길에 바빠 지장암을 찾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 와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 작은 기도가 처마 끝에 묻어나는 소박한 암자. 아마도 이곳이 복을 비는 데에 영험한 곳인가 보다.

지장암에 있는 백련
지장암에 있는 백련 ⓒ 강지이
내소사 대웅전은 보물 291호로 조선 중기 사찰 건축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특히 그 건축양식이 매우 정교하고 환상적인 데다가 그 보존 상태가 좋아 자세히 살펴 볼 만하다. 이 건물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은 바로 못 하나 쓰지 않고 순전히 나무토막만 끼워 맞춰 지어진 건물 양식이다.

옛날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거나 기울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된 모습은 과거 우리의 전통적 건축 양식과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짐작케 해 준다. 툭하면 무너지고 하자가 생기는 현대 건축 공법이 따라하지 못할 무언가가 이 건물에는 숨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기술적 차원'이 아닌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 대웅보전에서 또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문살에 빼곡하게 조각된 꽃무늬이다. 연꽃과 국화꽃, 해바라기까지 새겨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문살 모양. 획일화된 현대 건축물의 네모난 문과는 다르고 또 다르다.

가끔 예쁜 문 모양이 맘에 들어서인지 만져 보는 이들도 있는데, 나무로 새겨진 꽃무늬를 그저 보는 걸로 만족할 수 없나 보다. 아직까지는 훼손 상태가 심하지 않아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손으로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면 좋겠다.

꽃무늬가 새겨진 문
꽃무늬가 새겨진 문 ⓒ 강지이
스님들과 신자들의 수행 장소인 설선당과 스님들이 거처하는 곳인 요사도 특이하다. 우선은 옛날 건물답지 않게 2층으로 올려진 구조가 독특한데, 1층은 저장 창고로 2층은 숙소로 이용하였다고 한다.

이 건물에서 또 주목할 점은 건물의 기둥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는 것. 구부러지고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가져와 기둥으로 삼고 건물을 올린 것은 자연 친화적인 우리 선조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건축 방식이다. 내소사에 가면 설선당과 요사채의 휘어진 나무 기둥을 한번쯤 눈여겨보고, 자연과 인공적인 것들의 공존(共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설선당과 요사채
설선당과 요사채 ⓒ 강지이
요사채의 휘어진 나무 기둥
요사채의 휘어진 나무 기둥 ⓒ 강지이
흔히 여행의 목적을 '심신을 평화롭게 하고 견문을 넓히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유명한 관광지를 그저 '찍고' 돌아오는 여행을 피하고 싶다면 그곳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아는 만큼 또 보이기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하여 이것저것 너무 자세하게 알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서 새로운 것들을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온다면 그 여행은 성공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내소사에 가서도 마찬가지이다. 전나무 숲길을 걸어 보고 내소사의 독특한 건물을 감상하고 더불어 지장암의 커다란 연잎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좋은 여행, 그런 여행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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