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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 백호는 숲을 나와 다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이미 한겨울이 된 모양입니다.

우물신에게 찾아가 새로운 샘물도 얻어가야하고 호종단도 만나야하고, 그리고 조왕신을 만나서 일월궁전에 올라가기까지….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살을 이는 것 같은 눈보라가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심하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굵은 눈송이들이 바리의 뺨을 사정 없이 때리고 있었지만, 전혀 춥지가 않았습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바리의 손등을 할퀴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이전 같으면 금방 빨갛게 동상에 걸려버렸겠지만, 바리는 이전 보육원에서 나오던 백호와 함께 나오던 날 입었던 그대로 좀 두꺼운 스웨터 하나만 두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눈싸움하는 어린 아이 하나 없을 만큼 그토록 추운 날씨였습니다.

눈보라 속에 듬직하게 서있는 백호가 더 하얗게 보였습니다.

바리는 나침반을 손에 들고 성주신님이 일러주신 곳으로 갔습니다. 그 곳은 조금 전에 있던 곳처럼 눈보라가 치지는 않았지만, 아주 황량한 들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바리가 만난 가신들은 전부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이 닿는 곳마다 휑한 들판만 넓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울창했던 숲이 말라버리거나 나무들이 베어져 버린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엔 나무 그루터기는 커녕 작은 사시나무 하나 서있던 흔적 하나 볼 수 없었거든요.

마치 영화에서 본 사막처럼, 먼지를 가득 품은 바람만이 바리의 신발을 훑고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앞을 향하여 언덕을 몇 개 지나가자 벌판 가운데 우물 하나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메마른 곳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줄기가 아주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이파리들을 무거운 보따리처럼 머리 위에 이고는 우뚝 서있었습니다.

바리는 그 우물을 보자 반가운 듯이 급하게 뛰어갔습니다. 우물신이 살고 있는 우물이 틀림 없었습니다.

얼른 새로운 샘물을 얻어서 호종단에게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러나 바리는 얼마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바리가 다가오자 우물 곁에 가만히 서있던 나무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면서 잎이 무성한 가지로 덮치려 했기 때문입니다.

마침 뒤에서 따라오던 백호가 얼른 바리를 뒤로 잡아끌었습니다.

엄청난 괴성을 내며 몸을 움직이던 나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가지에 달린 이파리들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바리는 너무 놀라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뭐야, 대체, 저 나무는…….”

백호가 말했습니다.

“요즘 호종단과 산오뚝이 떼들이 우물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이곳을 지키는 나무인것 같아. 나도 이런 나무가 있단 말은 듣지 못했는데.”

“나무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오늘 만난 나무님들처럼 말이야.”

그 나무는 이야기를 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듯이 다시 괴성을 지르며 바리 쪽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그 우물 근처에 다가가려는 바리와 백호에게 겁을 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백호가 말했습니다.

“바리야, 우린 무조건 저 우물 속으로 들어가야만 해. 자 내 등에 올라라, 저 나무가지를 피해서 저 우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바리는 얼른 백호의 등에 올랐습니다.

백호는 눈을 부라리면서 나무를 향해 큰소리로 표효했습니다. 그러자 나무도 백호의 포효 소리를 짓누르려 하는 듯 더 큰 소리로 괴성을 질렀습니다.

비행기가 가까이서 지나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창문을 흔들며 빨리 지나가는 기차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주변에 건물이라도 있다면, 그 나무 소리에 창문이 온통 흔들릴 것처럼 큰소리였습니다.

백호는 얼른 뒷발에 힘을 주고 높이 뛰어올라 우물의 입구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커다란 나무 가지가 백호를 공격해왔습니다. 날쌘 백호는 그 가지의 공격을 피해 몸을 비틀었지만, 등에 매미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바리는 떨어질 것 같아 팔과 다리에 힘을 주고 백호를 꼭 붙들어야 했습니다.

백호가 아무리 힘이 세다 해도 저 무지막지한 나무가지가 한번 때리기라도 하면 몸이 전부 조각나 버릴 것처럼 무서운 나머지, 바리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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