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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무가 말했습니다.

“그 기들을 다른 곳으로 모아 흘려버리면 우리는 살 수가 없게 되어요.”

바리의 손을 잡고 조용히 서계시던 성주님은 잠시 후 바리에게 고개를 돌려 말씀 하셨습니다.

“바리와 백호가 얼른 일월궁전에 올라가서 이 기를 전해주고 오너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 될거야.”

바리가 물었습니다.

“그럼 그 호종단이란 사람은요.. 그 사람은 그 후로 지옥에 가게 되나요.”

백호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아마 옛날에 살던 바다 밑 마을로 다시 돌아가게 되겠지.”

“그건 안돼요.”

바리가 소리쳤습니다.

백호도 성주님도 모두 놀라서 바리를 쳐다보았습니다. 주변의 나무님들도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바리가 갑자기 지르는 소리에 전부 깜짝 놀란 듯 했습니다.

“말도 안돼요. 호종단이라는 사람의 영혼이 살아있는 한, 이전에 못 이룬 일을 나중에 다시 이루려고 또 다른 일을 꾸밀지도 몰라요. 새미 선녀랑 매미 선녀도 호종단이 살아있을 때 못 이룬 일 때문에 일을 당한 것 아닌가요?”

바리를 쳐다보면서 백호가 말했습니다.

“그럼… 어떡하자는 말이야.”

바리는 그냥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백호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 호종단을 네가 만나서 어떻게 해보려는 거야?”

바리는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못 하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젓는 것인지 아니면 꼭 해내겠다는 의지로 고개를 흔드는 것인지 백호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바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응… 만날 거야, 만나서…. 다시 물길을 돌려달라고 말할 거야. 백호야, 우리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거지? 조왕신에게 갈 날이 언제나 남은 거야.”

“섣달 29일이 되려면 아직 두 밤 정도를 더 자야해.”

“그럼, 지금 호종단을 만나러 가자. 그리고 조왕신님께 가도 늦지는 않겠지? 그렇죠, 성주님”

바리는 백호와 성주님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백호가 말했습니다.

“호종단은 지금 다른 호랑이들이랑 같이 있을텐데…. 나쁜 호랑이들이 모여살고 있는 호랑이 동굴에라도 들어갈 수 있겠어?”

백호의 말을 들으시던 성주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호종단은 호랑이가 되지 않았다. 호종단은 호랑이가 되었을리가 없다. 호랑이가 되지 않았다면 호종단이 호랑이들과 함께 살 이유도 없다. 바리야, 네 말이 맞구나. 할 수 있으면 가거라, 가서 호종단을 만나고 오너라, 그가 그런 마음을 계속 가지고 바다 마을에 들어가면 예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을 품을 수도 있구나. 네가 가지고 있는 천주떡과 다른 신들이 불어넣어주신 힘이 있으면 넌 호종단 앞에서도 겁낼 것이 없을 거야.”

백호는 바리의 어깨에 가만히 앞발을 얹었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그래, 가자. 호종단과 만나고 그리고 조왕신에게 가자.”

바리는 백호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럼, 그 호종단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백호가 대답했습니다.

“새로운 물이 생기는 곳이면 호종단의 개가 먼저 알고 그곳으로 달려올거야.”

“지금 여기 새로운 물이 남아있는 곳이 있어? 호종단하고 그 개가 물길을 다 막아버리고 새로운 물은 남아있는 곳이 전혀 없다면서…..”

바리는 자기도 모르고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습니다.

성주님은 허리를 구부리고는 바리의 볼을 양손으로 어루만져 주시며 말했습니다.

“우물신에게 가려무나. 우물신은 여전히 새로운 샘물을 가지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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