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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는 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한미 파업에 적극 연대하기로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한미 파업에 적극 연대하기로 결의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초국적 투기자본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상장폐지를 반대하며, 국부유출을 막고 독립경영과 고용안정을 쟁취하기 위한 한미은행지부 총파업투쟁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적극적으로 연대 투쟁할 것을 힘차게 결의한다."

1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 88체육관. 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6000여명의 각 지부 대의원들은 힘찬 박수와 "투쟁"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2004 임단투 승리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 다섯 항 중 첫 항은 오늘(2일)로 파업 8일째를 맞는 한미은행 노조의 총파업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의원대회를 통해 금융노조 전체가 한미 파업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은행권 파업 최장기 기록의 갱신(국민-주택 합병 당시 8일)을 하루 남겨둔 한미 파업 사태는 7월부터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중이다.

새 국면 접어드는 한미은행 파업

사실 금융노조는 파업 직후부터 양병민 위원장 이하 집행부가 결합해 투쟁을 지휘하는 등 파업 기간 내내 한미지부를 적극 지원해 왔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고 사용자 측의 강경한 입장에도 변화가 보이지 않자 금융노조는 한 지부의 파업 투쟁을 노조 전체로 확대시켰다.

금융노조가 이처럼 투쟁을 노조 전체로 확산시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노조가 현재 진행중인 2004년 임단협 승리를 위해 총파업에 들어갈 명분을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실제 금융노조는 한미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7차까지 진행된 산별 협상의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는 곧 한미 파업이 해결되지 않으면 노조 전체가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또 지난 1일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우리은행 한 조합 간부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한미은행 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현재 각 지부별로 현안이 많고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미노조 외에 하나은행도 지부 내 문제로 2일 저녁부터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한미노조와의 연대 투쟁을 계획중이다. 금융노조 전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각 지부별로 산적해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볼때 금융노조는 한미 파업 사태를 1차 명분으로 삼아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노조가 산별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도 총파업에 들어갈 수순을 착실히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노조의 단결력도 여느 때와 달리 높게 평가되고 있다. 1일 대의원대회장에서 만난 양정주 금융노조 교육선전본부장은 "사실 대의원대회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은 몰랐다"며 "지도부도 놀랐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내 타 지부도 한미 파업을 돕기위해 적극 나서는 중이다. 하나은행이나 조흥은행, 신한은행 노조 등은 파업을 벌이고 있는 2000여명의 한미조합원을 위해 목욕비나 차량을 지원하는 등 심적, 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 노조 각 지부장들은 파업 장기화에 따라 투쟁기금이 고갈될 경우 무제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윤태수 조흥 노조위원장은 "1일 각 지부장들이 모여 파업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1차적으로 각 노조별로 모여있는 투쟁기금 10억원을 액수에 관계없이 무제한 대여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 파업이 장기화되더라도 금융노조가 총파업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금융노조에서는 총파업을 위한 준비가 돼있을지 몰라도 실제 총파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각 지부별 결집력인데, 비록 양병민 금융노조 위원장이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해도, 각 지부별 상황이 다른 지부장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태수 조흥노조위원장도 "사실 조흥노조도 한미노조와 연대해서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으나 20억원 횡령 사건 등으로 등을 돌린 조합원들이 많아 결집력이 떨어져 연대파업을 하지 못했다"며 "전면적인 총파업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하지만 각 지부장들이 한미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그냥 두고볼 수 만은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전면 총파업은 어렵더라도 부분 파업 등으로 세를 과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공권력 투입" 언급... 사태 확산 우려

이처럼 한미 파업 장기화에 따른 금융노조의 향후 대응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은행측과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은행 측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업 초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던 하영구 행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언했다. 이는 상장폐지나 독립경영 등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의향이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 때문에 2일 오후 재개될 4차 실무협상도 불발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은행 측이 노조가 물러설 명분을 제공할 경우 협상이 전격 타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오후 한미은행 고위관계자가 '노조가 물러설 만한 제안을 가지고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며 "이를 노조가 수용할 경우, 협상이 전격 타결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미 파업이 장기화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공권력 투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2일 "한미 파업이 장기화되면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공권력 투입도 가능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에 앞서 관계부처 장관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공권력 투입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은 한미은행이 양병민 위원장 이하 노조간부 11명을 고소함에 따라 2일 현재까지 두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의 출석요구에 세차례 이상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관행으로 볼 때 공권력 투입이 곧 현실화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지난달 30일 이후 계속해서 하루 한번씩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다"며 "노조집행부가 이에 계속 불응할 경우 결국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내주 초인 5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미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다. 공권력을 투입해 자칫 사고가 생긴다면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중요한 명분을 제공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윤태수 조흥노조위원장은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은 적지만, 공권력이 투입되고 일이 잘못되면 노조로서도 가만있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8일째를 맞는 한미노조 파업사태로 이미 2조원에 가까운 예금이 인출됐으며, 이번 주말까지도 파업이 지속된다면 은행으로서는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노사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공권력 등 정부의 개입으로 사태가 확산될지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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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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