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

귀환 길, 니푸르가 가까워지면서부터 에인은 그 여행을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귀국하게 되면 태왕이나 아버지에게 모든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아버지에게는 우바이드에서 만난 털보 아저씨 이야기를 들려줄 참이었다.

그 털보는 정말 뛰어난 야장 장이었다. 그는 모래를 태워 간단하게 합금용액(수은)을 뽑아내는가 하면 그것을 구리에 이용해 투명한 청동거울을 만들어냈다. 또한 은과 납을 한 가마에서 분리해 은은 술잔을, 납은 구리에 섞어 갖가지의 무기를 만들었다.

에인은 왠지 그가 좋았다. 그는 여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고, 그 부하들이 위험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옆에서 지켜보곤 했는데, 그 이유는 자기에게는 부하를 보살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에인은 전계에서 배운, '천자의 첫째 임무는 그 백성을 잘 거느리는 것'이라던 내용을 떠올랐다. 단체가 크고 작든 무릇 그 단체장은 천자의 마음을 가지는 것 같아 은근히 존경심도 생겨났다. 게다가 그는 따뜻한 익살꾼이기도 했다.

에인은 슬며시 손을 뻗어 자신의 바랑을 만져보았다. 그가 준 청동거울이 만져졌다. 그 털보 아저씨는 그 거울을 주면서도 익살스레 말했다.
"이 거울은 말이죠, 참으로 기특하답니다. 왜냐면, 보고 싶지 않거나 볼 필요가 없는 곳은 보여주지 않거든요."

두두가 보고 싶지 않는 곳이 어디냐고 묻자 야장장이는 코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이 콧구멍 속이죠. 허허."

청동거울은 콧구멍 깊은 곳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귀국하면 그를 소호 국으로 데려오자고 태왕에게 간청하리라. 에인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두두가 알려왔다.

"누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저만치 앞에서 정말 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머리나 흰 옷차림이 제후 같아 보였다.
"너희 아버님이 아니냐?"
"맞아요. 우리 아버지에요! 한데 무슨 일로 오실까?"

니푸르까지는 아직도 한 마장쯤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이렇게 달려오는 것일까? 제후는 그들 앞에 멈추어서며 환영 인사부터 챙겼다.
"아이구, 이제야 오시는구려. 그래, 재미는 좋으셨습니까?"
"예,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돌아가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한데 여기는 웬일이신가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 돌아 오시겠다던 날짜도 지연되고…."

그리고 제후는 두두에게 일렀다.
"너는 먼저 들어가거라. 난 장군님과 강바람을 좀 쐬고 들어갈 테다."
제후는 말에서 내리더니 자갈이 깔린 강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에인이도 말에서 내려 그의 뒤를 따랐다. 강변으로 내려서자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해는 사방에서 쨍쨍한데도 강바람은 선선했다.

"바람이 달지요?"
제후가 자갈밭에 앉으며 말했다.
"정말 달듯이 시원하군요."
에인이도 그렇게 맞장구를 쳐주면서 강물을 바라보았다. 고향의 강과 딜문의 강이 차례로 떠올랐다. 딜문의 강은 비록 이만큼 크진 않다 해도 흐르는 모습은 어디에나 똑같았다. 그래서인지 여기가 벌써 딜문 같았다. 거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는데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돌아보니 도시들이 아주 번창하지요?
제후가 물었다.
"그렇더군요."
"겉보기로는 소호보다 번창한 것 같고 또 무기도, 군사력도 짱짱하지만 속은 별로 그렇지도 않지요."

에인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자기 식구들이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제후가 '그래, 의용군들은 만나보셨습니까?'하고 덧붙였다.

"의용군? 아, 예, 두두 덕에 여러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놀라웠지요? 환족들이 곳곳에 그렇게 스며들어 그곳의 기술이나 군사력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들도 변란 때 그렇게 흩어져간 것입니까?"
에인은 그저 그렇게 물어보았다. 제후가 대답했다.

"먼저 간 사람도 있고 뒤에 간 사람도 있지요. 한데 의용군이 무슨 말을 하지 않던가요?"
"군사들의 병장기와 전투 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것 외에도 도시의 군주들마다 많은 군사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도시에서도 기마병을 이겨낼 군사력은 없다… 이런 말은 아니 하던가요?"
에인은 그의 질문들이 좀 의아했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만, 또한 그들이 기마병을 상대할 이유가 없겠지요. 기마병이란 다 대월씨국 위쪽에나 있으니까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