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는 12일 최근 고양시 풍동 철거현장 폭력사태와 관련해 "철거용역반원들이 화염병과 새총을 준비한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김경환 주공 공보부장은 "용역업체는 주공에 고용된 사람들이 아니라 계약을 맺어 철거를 맡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공은 잘 모른다"며 "폭력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또 "과거에 많은 지역에서 철거를 해봤지만 (용역반에서) 화염병이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 때문에 많이 당황스럽다"며 "공기업으로서 도의적 차원에서 나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며, 철거민들과 계속 대화를 통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공측은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을 철거민들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폭력을 먼저 행사한 쪽도 철거민들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 부장은 "당시 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그쪽(철거민)에서 던진 화염병은 수백 개이고, 이쪽(철거반)에서 던진 것은 몇 개뿐이었다"며 "젊은애들이 (철거민들에게) 하도 당하다보니 같이 화염병을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철거민들은 계속해서 작업을 하지 못하게 화염병을 던지고, 큰 새총으로 골프공과 인공 화강석 등을 쏴 지나가는 일반 주민들까지 다치게 했다"며 "폭력을 행사했다면 오히려 그렇게 한 쪽(철거민)이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공측은 철거민들 때문에 주공과 다수의 임대주택 입주예정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현재 공사가 1년6개월 이상 늦어지고 입주를 기다리는 600여 세대가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가 준공돼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는데 철거민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다수의 입주예정자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원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가수용단지와 적절한 수준의 영구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철거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부장은 "현재 (골리앗에) 남아 있는 11세대 중 5세대는 지구지정 이후에 입주해 법적으로 보상이 인정되지 않고, 6세대는 그 이전 입주했기 때문에 보상을 할 예정"이라며 "지구지정 전 3개월 내에 입주한 사람들에게는 법적으로 보상을 주지 않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민중연대, 풍동 철거민들에게 생필품 전달... '폭력 철거 중단' 요구
이에 반해 철거민들과 운동단체들은 주공이 용역업체의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와 풍동 철거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풍동 철거지역 골리앗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철거용역업체에 의한 폭력 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중연대는 "주공 사장은 풍동 철거현장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용역폭력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며 "주공도 폭력 철거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당국 역시 풍동의 조직폭력, 용역폭력 행위에 공조 또는 방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엄정하게 감시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중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기 전 쌀과 물, 라면, 채소 등 생필품을 실은 봉고 차량을 철거지역 내로 진입시키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철거민대책위는 이날 미제 새총 등 용역철거반이 사용했던 무기들과 철거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골리앗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또 민중연대 소속 의료단체 회원인 의사와 약사들은 부상당한 철거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치료하기도 했다.
한편 민중연대와 철거민대책위는 오는 15일 일산경찰서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