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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6일, 중국 국무원은 <중국의 취업상황 및 대책> 이라는 제목으로 사상 첫 취업 백서를 발표하였다. 이는 그만큼 중국의 실업문제가 심각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가 절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만3천자에 달하는 취업백서는 중국의 취업상황, 정부의 취업정책, 노동자 재교육, 농촌노동자 취업문제, 여성과 청년 및 장애자 취업현황 그리고 21세기 취업 전망 등 크게 7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취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2003년 현재 12.92억(홍콩, 마카오 특별행정부 제외)이며 이중에서 16세 이상 인구가 9.98억인데 그 중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인구는 7.6억으로 노동참여율이 76.2%라고 한다.

2000년 이래로 중국의 실업률은 3.1%, 3.6%, 4.0%, 4.3%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04년 중국정부의 목표는 9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고 정리해고자 500만 명을 재취업시키며 그 밖의 재취업자 100만 명을 합쳐서 도시실업률을 4.7% 대에 묶는다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업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16세에서 59세까지 근로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인구분포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올해만 1300만 명의 근로인구가 증가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경제구조의 효율성을 위해 단행한 국유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국유기업에서 정리 해고된 노동자수가 2800만 명이나 된다.

셋째 농민의 도시유입이다. 매해 500만 명의 농민들이 고향의 농토를 버리고 도시에 와서 노동자가 되고 있다. 1990년 1500만 명이던 민공(이농한 도시노동자)은 2003년 9800만 명으로 6배 이상 증가하였다. 도시로 유입된 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민공들이 새로운 도시실업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대학졸업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취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2004년 여름 대학 졸업생은 280만 명으로 작년보다 68만 명이나 증가한다. 취업 백서에 따르면 도시 실업인구 중에서 35세 이하가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청년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래사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하이테크 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노동 집약적 산업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칭화대학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그의 저서 <분열, 斷裂>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잠정실업자까지 추산하면 중국의 실제 실업률은 10% 내외가 될 것 이라고 주장하며 실업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혜택, 자녀교육 혜택 등 모든 사회적 수혜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정부도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성장일변도의 경제정책을 고용안정과 내실 있는 발전 전략으로 바꾸어 추진해나가고 있다. 중국 노동사회보장부는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제로 고용 창출과 확대를 위해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1,2차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3차 서비스산업에서의 고용창출이 많다고 보고 경제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둘째, 군소 지방도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책이다. 농민들의 도시유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지방도시로 그들을 수용해내고자함이다.

셋째 정리해고자, 민공, 장애인 등에 대한 직업교육과 직업알선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넷째 신규창업자와 고용효과가 기대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의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

다섯째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지방정부의 실적 평가 시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 등이다.

경제 성장의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내실을 다지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와 맞물려,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 경제적 제반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실업문제는 지속적인 직업교육과 구조 조정 등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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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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