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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1시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서 열린 전교조의 긴급 기자회견
28일 오전 11시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서 열린 전교조의 긴급 기자회견 ⓒ 권박효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파행적인 보충학습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25일 보충수업 도중 뇌일혈로 사망한 일산 세원고의 고 김형석 교사(40. 수학)의 죽음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28일 오전 11시 고 김형석 교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신내 소재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해 학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사실상 허용해왔다"며 "김 교사의 죽음은 필연적 사건이며 간접살인"고 주장했다.

또한 "재단이 고인에 대해 장례비를 보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 교육부나 교육청 등에서 순직에 해당하는 이 죽음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공무원에 준하는 보상을 요구했다. 고 김 교사는 사립학교 교원이어서 공무원의 혜택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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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4시간 격무...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김형석 교사의 영정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김형석 교사의 영정 ⓒ 윤근혁
전교조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을 받는다. 일산의 경우 15개 학교 중 10개가 강제 자율학습을 받는다고 한다.

학교는 '자율'을 강제하기 위해 학생들에게는 학년 초 교실에서 동의서를 나누어주고 도장이나 사인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고 김형석 교사가 일하던 세원고 학생들은 "학교 들어오자마자 동의서를 받았는데, 선생님들이 동의란에 확인하라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도 학내 분위기상 수업 못 맡는다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고 김형석 교사 역시 아침 7시30분에 하는 0교시 보충수업과 밤 10시 야간자율학습까지 매일 14시간 가까운 격무에 시달려왔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편법 보충수업을 실시한 세원고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 ▲편법·불법 보충·자율학습 실태 조사 및 위반자 문책 ▲사교육비 경감대책 즉각 중단 및 교육부장관의 사과문 발표 등을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후 전교조는 4월 초 전국적인 보충수업 거부선언과 전 조합원 리본달기 운동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교조 고양지회는 4월 1일이나 2일에는 보충수업을 거부하며 추모음악제를 열 계획이다.

전교조는 자율학습을 요구하는 학부모 요구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입시경쟁이 사라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서열 폐지 및 국공립대 통폐합 등의 이후 공교육개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자들 "보상금 없다니 이해 못해... 제발 도와주세요"

28일 오전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서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8일 오전 청구성심병원 영안실에서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 권박효원
한편 이날 빈소에는 고 김형석 교사의 제자 20여명이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김 교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사흘동안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은 "우리가 존경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밤새고 있겠냐"며 "선생님은 참교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빠같고 친구같은 선생님", "제자 한명도 놓치지 않고 이끌어가는 참교육 스승", "청소도 도맡고 비오는 날엔 차를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던 선생님", "나쁜 것과 타협하지 않는 선생님", "수학만이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주던 소중한 선생님"…. 제자들이 말하는 고 김형석 교사의 모습이었다.

당일 김 교사를 병원으로 옮겼던 김훈 교사 역시 "자기 몸 돌볼 줄 모르던, 보기 드문 분이었다"며 "사망 직전 극한상황에서 교실을 나오면서도 학생들 놀랄까봐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빈소에서는 주저앉아 울다가 친구들에게 부축을 받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김 교사 사망소식이 전해진 뒤 학생들 중 몇명은 울다가 탈진해 응급차에 실려갔다고 한다.

학생들은 울면서도 기자들을 붙잡고 "제발, 꼭 도와달라"며 고 김형석 교사의 보상금 문제를 제기했다. 박 아무개 학생은 "차에 치어 죽어도 돈이 나온다던데, 학교에서 수업하다가 돌아가신 분에 대해 장례 보조비만 준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아무개 학생도 "아이들이 4명이나 되고, 사모님이 주부여서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고 김 교사의 막내는 막 돌을 지난 2살박이. 첫째도 이제 중2 학생이다. 학생들은 다음주부터 직접 모금에 들어갈 계획이다.

"마음의 매 드시던 선생님, 이제 울지 않을께요"
세원고 학생들의 추모글

학생들은 추모의 글에서 "힘들고 어려운 아이에게 더 먼저 다가가주셨던 선생님", "마음의 매로 때리서던 선생님"이라며 고 김형석 교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나타냈다. 다음은 학생들이 남긴 추모의 글.

"힘들고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더 먼저 다가가 주셨던 선생님입니다.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던 선생님, 그건 학생을 믿어주셨기 떄문입니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화내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가셨던 선생님입니다. 자신의 힘든 모습을 학생에게 보이지 않았던 선생님입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친형 친오빠처럼 생각했던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을 마음의 매로 때리셨던 선생님입니다. 겉으로는 장난스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마음은 깊고 한없이 따뜻했던 선생님입니다. 핫도그 하나를 사주시며 제발 비밀로 하라고 하셨던 선생님입니다. 자기 몸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던 선생님입니다. 내색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염려하고 사랑해주신 선생님입니다. 겉은 아무렇게나 하지 않으셨던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그런 압둘라 선생님을 우리들은 사랑합니다. 모든 선생님들도 사랑하십니다." - 세원학생 -

"김형석 선생님께서는 학생의 자율을 강조하시면서도 학생의 바른 생활을 강조하신 분입니다.

그런 선생님께서는 항상 머리가 아프시다면서 얼마 전에도 제가 교무실을 잠시 들렀을 때, '점심시간에 차안에서 자고 있을테니 깨워달라' 라는 부탁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끼리 말씀하신 걸 들었는데, 머리가 계속 아프시다며 얼굴이 뻘개지며 말씀을 하시는 것도 들었습니다. 병원가기를 권유했지만 정말 아프신지 말도 못하셨습니다.

저희 반은 지하교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기가 탁하고 답답합니다. 그런 교실에서 지내야 하는 김형석 선생님께서는 몸소 청소를 하시고 애들과 함께 깨끗하고 청결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자하신 선생님 뒤 그림자에는 스트레스와 고달픔이 담겨있었습니다." - 세원학생 -

"김형석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을 굉장히 아끼셨고 항상 저희를 위할줄 아시는 선생님이셨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의 잘못으로 김형석 선생님을 뭐라 하셔도 다 이겨내시며 우리의 잘못을 혼내지 않으시며 장난섞인 말투와 행동들로 우리의 잘못을 감싸주셨고 언제나 항상 자신의 몸을 아끼시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몸이 아프셔도 저희들 수업이 있으시면 수업하러 오시면 절대로 자신의 몸이 아픈 내색을 안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저희 학생편이셨고, 우리를 생각하시며 우리 학생들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이셨고, 우리의 눈높이를 맞추며 우리들을 생각하실줄 아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언제나 우리들에게 장난치시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보다 높은 분들께 혼나시고 우리에게 오셔도 절대 내색하지 않으셨고 나쁜 길로 빠져드는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시는 선생님 이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이렇게 일찍보내는 마음은 아프지만 영정에서의 모습그대로 인자하게 웃고계신 모습으로 저희곁을 떠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형석 선생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 세원학생 -

"사랑하는 세원의 압둘라 김형석 선생님.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압둘라라는 별명을 가지시게될 정도로 볼록 튀어난 배에, 덜 깎은 듯한 수염을 한 선생님의 모습, 수업시간에 학생들 한사람한사람 모두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주시던 모습, 학생들과 즐겁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으시던 모습들, 학생들의 작은일에도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던 모습들,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한다며 맛있는 것을 사주시고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시던 모습들, 얼마 전 머리를 잘랐다며 어울리냐고 물으시던 모습. 아직도 두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선생님께서 저희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믿기지 않으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울지 않으렵니다. 선생님도 원치 않으실테니. 항상 웃으시던 모습을 생각하며 이제는 울지 않겠습니다." - 김지원 -

"김형석 선생님께서는 넉넉하시고 인자하시고, 꾸미지 않아도 멋진 분이셨습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보탬이 되는 말로 아들 딸 같이 생각해주시고 사랑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잘하는 아이들과 못하는 아이들 구별이 없었고. 수업에 참여하게 하셨고. 수학을 못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셨습니다. 자는 아이들에게도 한명 한명 자리로 가서 깨워주시고 화를 내시기보다는 웃으시며 수업을 잘 아끌어 주셨습니다.

김형석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나쁜길로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셨고 세상을 밝게 바라봐주게 하셨습니다. 수학이란 과목도 쉽게 재밌게 가르쳐주셨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게 해주시고 떠나셨습니다." - 세원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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