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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

안녕하시지요. 취임 한 돌을 경하드립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의 ‘취임1년 특별대담’을 잘 보았습니다. 말들이 많더군요. 홍 회장이 국빈 대우를 받았다는 둥, 왜 회장과 인터뷰를 했느냐 라는 둥, 친노(親勞)정권이라니 택도 없다는 둥 딴지가 많았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홍 회장을 잘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느끼셨겠지만 홍 회장은 대화가 되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친미이면서 친북”인 부류에 속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동아일보> 사주도 불러서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도 고려하시기를 권합니다. 홍 회장이 “일부 신문까지 포함해 좀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한 그 일부신문만 제외하면 대통령께서 따뜻하게 대해주면 봄 눈 녹듯이 녹을 겁니다. 그리고 달라질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언론과 관련하여 하신 말씀에 대해 따지고자 합니다. 언론에 대한 대응방식이 유연해진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동의합니다. 문제는 언론정책에 대한 언급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도 있는데 중요한 사회적 기능과 세력을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나한테 버거운 일이고 적절하지도 않다. 정책적 견해를 갖고 공세적으로 언론 정책을 펼 생각은 현재로선 갖고 있지 않다. 언론정책에 대해선 대통령 말고도 많은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 많은 국정과제들을 생각하면 잠인들 제대로 오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과제가 산적해있고 버거워도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언론정책입니다. 언론이 이 사회에서 갖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아시는 분이 그 분야의 정책을 접어놓는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정부가 정책을 갖고 시행하지 않는데도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분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언론입니다. ‘공세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정책은 펼쳐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언론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 해도 대통령께서 매듭을 져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행이 대통령께서는 “그러나 최소한의 정책적 대응은 하긴 해야겠다”고 하셨네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적어도 정부의 정책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대응하는 것과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홍보대책이지 언론정책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말미에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시스템 개선 구축이다. 나는 시스템 마니아다.” 라고 하셨습니다. 동의합니다. 그 방면으로 노력하고계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언론 분야의 시스템 개선과 구축에는 등한시하십니다.

그동안의 언론대책에 대해서는 과오도 인정하고 새로운 각오를 말씀하셨지만, 지난 1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은 ‘시스템 무풍지대’라는 사실입니다. 불필요하게 대립하면서 각을 세우는 대신에 영리하게 시스템 개선작업을 진행시켰다면 지금쯤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겁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만 하신다고 하셨지요. 그건 알아서 하십시요. 가장 중요한 게 무언지 아십니까? 신문시장의 무너진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몰라서 안하시는 건지, 알고서도 무시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경우든지 간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입니다. 이 시스템이 바로 구축되면 감정적 대응이건 최소한의 대응이건 신경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신문시장이 여전히 혼탁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불공정거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못해 민언련에서는 문화연대, 민예총 등과 더불어 독자감시단을 만들었답니다. 정부가 하지 않으니 시민단체가 나서는 거지요. 시민단체가 이런 일까지 떠맡아야 합니까?

공정거래위원장을 조용히 불러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의 조직 수준으로는 감당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방법을 알고 있을 겁니다. 위원장이 책임지고 신문시장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강력하게 지시하시기 바랍니다.

이것 말고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언론정책이 한 둘이 아닙니다. 정책은 없고 대책만 난무하니 엉뚱한 일을 벌이는가 하면 결정해야 할 과제들을 표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폐일언하고, 신문시장의 시스템 개선과 구축에도 욕심을 내시기 바랍니다. 이건 버거울 것도 없습니다. 지시하고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다시 한번 취임 한 돌을 경하드리며,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을 기원합니다. 무례가 있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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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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