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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대한 언론노조측의 반론이 있을 경우 적극 게재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SBS 사외이사를 맡은 지 꼭 1년이 되었다. 그 동안 좋은 평가나 칭찬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역할을 못했다거나, SBS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때문이 아니다. SBS가 지난 12년간 보여준 부정적인 모습에서 비롯한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변화로는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결과다. 그리고 방송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확 바뀌는 게 아니다.

그러나 사실 밖에서는 감지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변화가 그동안 SBS 내부에서 있었다. 윤세영 회장 이하 이사, 주주 및 간부들 사이에서 진보와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으며, 나 역시 그들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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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소유-경영' 분리 선언에 노조·시민단체 "눈가리고 아웅"

처음에는 반발하던 간부들 사이에서 SBS에 대한 사회의 냉정한 비판을 점차 받아들이면서 이제는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소위 공익적 민영방송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합의가 형성되어 있다.

세 가지를 요구한 민언련 성명서

언론노조가 2002년 11월에 펴낸 < SBS 11년 평가 및 개혁방안>에서 SBS를 ‘종합편성을 가장한 오락채널’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과 나의 꾸준한 요구를 받아들여 SBS는 언론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 총선보도는 과거와 다르게 공정성을 강화하고, 3월의 부분개편에서 100분짜리 토론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로 했다. 오락 프로그램도 재미와 품위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제작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시청자위원회도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난 2월19일 윤세영 회장이 선언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민언련과 언론노조, 그리고 SBS노조의 평가와 우려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식으로 정리하겠다.

민언련은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윤 회장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윤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SBSi 대표의 입장 표명, 본사 비상임 경영위원 사퇴, 소유-경영 분리의 실천적 모델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학계 및 시민단체의견 수렴 등이다.

윤 대표가 굳이 회장의 선언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유-경영 분리선언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임 경영위원은 대주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요, 책임으로 인정했으면 한다.

언론노조는 편협하고 음모론적인 태도를 버려야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해도 대주주로서 돌아가는 상황을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아량도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 번째 요구는 일단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다.

내가 삐딱한 비난들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입장을 밝히는 직접적인 까닭은 언론노조의 성명 때문이다.

사실상 언론노조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1월30일의 방노협 성명 ‘방송특혜의 대물림, sbs 족벌세습 안 된다 - sbsi 윤석민 대표이사의 sbs 본사 입성에 대한 방송노조협의회의 입장’은 “sbs는 지난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sbs 윤세영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씨(현 sbsi 대표이사)를 sbs 상무급 경영위원으로 임명했다. sbs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1월29일의 이사회는 금년도 첫 정기 이사회였지 임시이사회가 아니었다. 사실 확인도 않고 성명을 썼는지, 음모적 냄새를 풍기기 위해 부러 그리 썼는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성명은 SBS가 마치 경영승계를 위해 오로지 윤석민을 경영위원으로 임명하려는 목적으로 작전을 펼치듯 임시이사회를 연 것으로 오해하게 돼 있다. 그리고 경영위원이 ‘비상임’이라는 사실도 빼먹었다. 이후 <미디어오늘>과 <프로듀서연합회보> 등도 ‘임시이사회’라고 보도했다.

언론노조는 윤 회장의 선언에 대해서는 2월20일 ‘SBS 윤세영 회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 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 얼마나 인색하고 편협한가?

언론노조는 이 성명에서 “지난달 29일 마치 군사작전 벌이듯, 임시이사회에서 전격 처리한 윤석민씨의 ‘SBS 상무급 경영위원’ 임명에 대한 후속조치는 전혀 없이, 또 13년째 SBS 회장 자리를 유지하며 ‘방송판 밤의 대통령’으로 행세해온 윤세영 회장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없이, 이른바 ‘소유-경영 분리’ 운운하는 것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홍보용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SBS 노조의 차분한 성명

3주가 지났는데도 사실 확인이 안 되었는지 여전히 임시이사회란다. 당시 2004년 제1차 이사회에서는 많은 인사와 안건 처리가 있었으나 오로지 윤석민을 위해 군사작전을 벌인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사회의 분위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들었기에 성명을 계속 이렇게 쓸까? 언론노조가 분명히 하겠다면 사실이 되는가? 이런 성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방송에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선언은 의미와 파장이 적지 않다. 족벌세습이 이미 단행된, 또 계속될 조선 중앙 동아 등 족벌신문들이 이 선언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재벌들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미흡한 것을 지적하며 하나하나 성과를 거두는 게 운동이 아닐까?

이번 선언은 비판여론을 잠재워 윤석민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언론홍보용 립서비스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화끈하게 큰 소리만 치면 속은 후련하겠지만 얻는 건 없을 것이다. 언론노조는 지방의 족벌신문 사주들의 배를 불려줄 수 있는 ‘지방언론진흥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언행이 일치되는 운동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SBS 노조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윤 회장의 선언을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하면서, 정치권과 자본, 광고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제고시키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편성과 보도, 제작과정에 가해질지 모르는 사내외의 부당한 압력을 막을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SBS 노조는 곧 구체적인 대안마련을 위해 교섭에 들어갈 것이며 회사측도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나는 노조가 희망하는 견제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언론노조도 이제는 자중하면서 SBS 노조의 노력을 지켜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언론노조 성명-SBS 윤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선언 요지

다음은 언론노조 성명과 SBS 윤세영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선언 요지이다. 위 글의 참고 자료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언론노조 성명] SBS 윤세영 회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
‘소유-경영 분리’는 선언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로 규정돼야 한다


SBS 윤세영 회장이 어제(19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소유-경영의 분리‘를 선언하고 “앞으로 방송전문인 출신 가운데 대표이사 사장을 선출하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개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대주주는 상법과 관련 법규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이사회를 중심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윤세영 회장의 이같은 발표는 SBS의 족벌세습을 향한 여론의 지탄을 잠시 피하고, 현재 SBS의 최대주주인 그의 장남 윤석민 씨를 SBS의 ‘새 회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또 다른 사전포석에 다름 아니다.

특히, 지난달 29일 마치 군사작전 벌이듯, 임시이사회에서 전격 처리한 윤석민씨의 ’SBS 상무급 경영위원‘ 임명에 대한 후속조치는 전혀 없이, 또 13년째 SBS 회장자리를 유지하며 ’방송판 밤의 대통령‘으로 행세해온 윤세영 회장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없이, 이른바 '소유-경영 분리' 운운하는 것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홍보용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언론노동조합은 이미 13년 전, 서울의 지역민방인 SBS의 허가 당시부터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재벌들의 돈벌이 수단이나 정치적 영향력 확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지난 1990년 당시, 수많은 특혜 의혹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태영의 윤세영 회장은 결국 방송허가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자본금 1천억원으로 출발한 sbs는 13년 만에 연간 순이익 1천억원, 주식가치만 1조원에 달하는 거대방송 재벌로 성장했다. 거기에 더해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도급순위 34위의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평생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윤 회장은 13년이 지난 지금 ‘언론계 유력인사’ 또는 ‘방송계의 큰손’으로 둔갑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인 방송전파를 위탁받아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이익과 자리가 과연 윤세영 회장 개인의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그 이익과 자리가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물림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점이다. 돈과 지위,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을 모두 독식하고 대물림까지 하는 방송의 ‘족벌세습’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만약 윤세영 회장이 진심으로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보유한 태영 주식을 아들에게 모두 물려줘 더 이상 SBS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윤세영 회장 스스로 회장 자리를 내놓거나, ‘편법세습’을 통해 사실상 SBS의 ‘2인자’가 된 윤석민씨가 스스로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포기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SBS의 ‘족벌세습’을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은 세습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명제는 결코 바뀔 수 없다. 되풀이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세영 회장과 그 일가가 ‘방송세습’의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반드시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SBS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윤세영 SBS 회장 선언]

SBS는 이제 한국의 디지털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목동 신사옥을 완공하고, 새로운 목동시대 제2의 창사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회장인 나 자신도 목동 신사옥에 입주하면서 커다란 기쁨과 벅찬 감격, 그리고 무한한 희망을 가슴에 안고 있습니다.

SBS는 우리가 신년 들어 다짐한 것처럼 언론기관으로서, 또 교육홍보 매체로서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때까지 국민들로부터 받은 소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또 우리 사회가 올바르게 설 수 있도록 앞장설 것입니다.

SBS는 이와 함께 선진국에 이르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고품격 경제프로그램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다짐도 다시 확인합니다. 또 한국방송계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디지털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선도해나갈 각오도 다시한번 다집니다. 이런 우리의 포부와 희망은 우리가 지난 14년동안 흘린 정성과 땀의 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SBS는 이제 누구나 인정했듯 우리나라 방송3사 체제를 완성했고, 이런 우리의 성과는 시청자인 국민의 신뢰와 지지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여기에 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언론기관으로 우뚝 서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도덕과 원칙에 입각한 투명경영 원칙을 재확인하고,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언론기관으로서 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송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부터의 독립과 광고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SBS는 이같은 방송의 독립을 중심적 가치에 두고 꾸준히 추구해나갈 것입니다. 방송의 독립을 완벽하게 이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SBS 모든 임직원이 이를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기관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 SBS는 앞으로 방송전문인 출신 가운데 대표이사 사장을 선출하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개막하겠습니다. 창업주 이후 SBS 대표이사는 지속적으로 방송전문인이 맡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대주주는 상법과 관련 법규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이사회를 중심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이것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

SBS는 이제 목동시대에 맞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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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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